[아이뉴스24 현창민 기자] 제주-칭다오 간 화물선 논란이 갈수록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법제처의 중앙 투자심사대상 판단에 따라 손실보전금 배상 책임을 놓고 민선 9기 도정이 임기초부터 전임 도정과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칭다오 화물선은 제주도가 화물 운송 경로 확보를 위해 제주와 중국 산둥성 칭다오를 연결하는 국제 정기 컨테이너 화물선 항로다. 회당 약 700TEU(20피트 컨테이너 기준)까지 적재할 수 있다. 지난 2025년 10월 첫 운항을 시작으로, 연간 52회 운항을 목표로 출범했다. 제주에서는 중국 현지로 수출되는 농수산물(감귤, 광어 등)을 적재하고, 중국 칭다오항에서는 중국산 원자재나 공산품을 싣고 제주와 칭다오를 오간다.
당초 제주도는 물동량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여객선 운항을 계획했으나, 실무 협의를 거쳐 화물선 취항으로 가닥을 잡았다. 도는 물류비가 60% 이상 절감되고, 화물 운송기간도 최소 2일가량 단축될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제주 기업의 중국 수출 물류비 절감과 제주를 경유하는 국제 물류망 구축, 제주 국제항 기능 강화 등 역할도 기대했다.
하지만 물동량 예측 실패가 발목을 잡았다.
도가 예상한 물동량 손익분기점은 항차당 약 220TEU다. 그러나 정작 운항을 하고 보니 실제 물동량은 하루에 약 20TEU에 그쳤다. 이 마저도 빈배로 떠나는 항차도 여럿 이어지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여기에 도가 중국 선사와 협정을 맺으면서, 운항 적자 발생 시 손실보전금을 지급하기로 해 연간 보전액은 70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계약 기간이 3년인 점을 감안하면 제주도가 선사에 지급해야 할 손실보전금은 최대 224억 원에 달한다.
도는 올해 6월 기준 운항 8개월 간 중국 선사에 용선료 32억 원과 손실보전금 15억 원을 포함해 총 47억 원을 지급했다. 이 손실보전금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법제처의 중앙 투자심사 대상에 해당한다는 유권 해석이다.
도는 지난 2024년 12월 초 제주도의회에 '제주항-칭다오항 간 신규항로 개설 협정 체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도는 이 동의안에 1년 치 사업비만 산정한 74억 4000만 원을 제시해 의원들의 날 선 비판을 받았다. 당시 상임위인 농수축경제위원회는 진통 끝에 '협약 기간을 감안해 물동량 확보 등 예산 손실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내용의 부대의견을 달아 원안 의결했다. 결국 도의회는 같은 해 12월 16일 본회의를 열어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도의회 재석의원 41명 중 찬성 26명, 반대 12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그러나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중앙 투자심사 절차는 큰 저항 없이 빗겨갔다.
지방재정법 제37조 등 '예산 외 의무부담' 규정에 따르면 100억 원을 초과하는 우발채무는 중앙투자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행안부에 이어 법제처는 유권해석에서 '손실보전 협정은 예산 외 의무부담에 해당하므로 중앙투자심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만일 투자 심사를 받지 않으면 행정안전부는 해당 지자체에 사업비만큼 지방교부세를 삭감하는 등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한다. 이럴 경우 제주도는 손실보전금 최대 224억 원의 2배인 4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손실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민선 8기 오영훈 도정 막판 제주도는 관련 공무원을 중국 현지로 급파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선사 측이 난색을 표해 빈손으로 돌아오는 무기력함을 보였다. 특히 이 사업을 추진한 오영훈 도지사가 지방 선거에 낙마해 퇴임했고, 관련 공무원들도 줄줄이 도청을 떠나면서 책임 소재도 불투명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차기 도정인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당선인 신분으로 칭다오 항로 사업의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원점에서 그간의 행정 절차와 사업 추진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제주시민단체도 손실 예산에 대한 법적 검토에 이어 책임자 처벌 등 구상금 청구를 예고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 19일 법제처의 판단에 따른 성명을 내고 "제주도는 정부의 재정지원 배제와 보통교부세 감액 등 엄청난 재정적 페널티를 떠안게 됐다"며 "도민 혈세 손실과 교부세 감액분은 오영훈 도지사와 책임자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주민소송을 통해 구상권이 청구된 사례는 여럿 있었다. 대표적 사례로는 용인 경전철(에버라인) 주민소송이 꼽힌다.
당시 용인시민 8명은 전·현직 시장과 연구원을 상대로 1조 원대 손해배상(구상권 청구)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10년이 넘는 소송 끝에 대법원은 당시 사업을 추진한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이 연대해 용인시에 214억 원을 배상하라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위성곤 도지사는 임기초부터 전임 도정이 남긴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과제에 봉착했다.
위 지사는 "중국과의 국제 문제와 사업 전반을 종합 분석해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라고 밝혔다.
/제주=현창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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