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성진우 기자] 기업어음(CP)·채권 운용 관련 금융분쟁조정 과정에서 증권사의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을 인정한 최초 조정 사례가 나왔다. 금융당국은 이번 결정을 통해 비정상적인 CP·채권거래 관행 개선을 유도하겠단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열린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고객의 채권형 랩 상품을 운용하며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A증권사에 손해액 일부를 배상하란 결정이 내려졌다고 30일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2be5bd9e5a0dfd.jpg)
이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업자(증권사)의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한 최초의 조정 결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A증권사는 CP·채권을 시장 금리 대비 높은 가격으로 매수한 뒤 만기 미스매칭 전략을 취했다. 랩은 증권사가 고객과 1:1 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상품이다. 펀드와 달리 개별 고객의 자금 수요를 감안한 단독 운용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A증권사는 조정을 신청한 고객 B·C의 랩 상품 만기가 임박한 시점에서 잔존만기가 장기(10개월)인 채권·CP를 편입해 놓고도 시장 상황 등을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에 따라 시중금리가 급등하면서 고객의 채권형 랩 상품에도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분조위는 이 과정에서 대부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CP·채권을 매수한 행위를 두고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봤다. 즉,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서 투자일임 재산을 운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단 판단이다. 또 신청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았단 점에서 충실의무 위반도 인정됐다.
분조위는 만기 시 상환받을 수 있었을 수익 및 원금과 실제로 상환받은 금액의 차이를 구체적인 손해액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앞서 별도로 있던 재판의 1심 판결(배상비율 70%)을 감안, A증권사에 B씨와 C씨 각각 손해액의 70%, 60%를 배상하란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은 "고객의 재산을 위법하게 운용할 경우 행정상의 제재가 부과될 뿐만 아니라, 민사상 책임도 부과될 수 있단 점을 명확하게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채권 거래 시 적절한 가격산정 등 건전한 채권운용 관행 정착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성진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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