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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현행 대학축제와 지역축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축제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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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대 '감곡 K-컬처 페스티벌'

[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대학축제는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캠퍼스 공동체 행사’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현실은 가수 섭외가 관건이다. 그러니 대학축제는 지역과 따로 논다. 학과와 동아리들이 만든, 학생 참여 프로그램 중심의 문화제도 있지만 결정적인 건 유명 아이돌과 인기가수들이 많이 와야 주최측인 총학생회가 폼을 잡을 수 있다.

요즘은 데이식스나 스트레이 키즈, 아이브, 에스파, 아이들, 베이비몬스터, 르세라핌, 코르티스, 라이즈 정도의 아이돌을 데려오면 성공한 축제가 되는 게 현실이다. 특히 팝록밴드 데이식스는 역주행곡들인 '예뻤어'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결혼식 입장곡과 퇴장곡으로 각각 유행하면서 대학축제에서도 흥을 돋우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인디가수중에는 유다빈 밴드나 터치드를 섭외하면 성공이다. 하지만 그런 인기가수들은 출연료가 비싸다.

‘감곡 K-컬처 페스티벌' 설명회 [사진=극동대]

지역축제는 지역특성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여기서도 인기 트로트 가수 섭외가 큰 몫을 차지한다. 지난해 어느 지역축제의 공연에서 필자의 경험을 소개한다. 공연이 한참 무르익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인기 트로트 가수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좌석의 3분의 1 정도가 쏵 빠져버렸다. 알고보니 그 가수의 팬덤은 옷 색깔도 통일하고 버스를 9대나 대절해 공연장으로 왔고, 해당가수의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썰물 빠져나가듯 사라져버렸다. 이 같은 지역축제가 지역발전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개별 대학이 의미있는 지역축제를 주관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극동대학교(총장 류기일)가 오는 9월 12일(토)~14일(월) 3일간 충북 음성군의 극동대학교 감곡 캠퍼스에서 여는 ‘감곡 K-컬처 페스티벌: 갓 구운 복숭아(Freshly Baked Peaches)’다.

대학이 지역축제에 참여하는 경우는 봤어도, 예산까지 확보해 직접 기획하고 주관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무주산골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 등의 지역축제에 대학의 연극영화학과나 관광과 학생들이 체험하게 하는 정도로 협업이 이뤄진다.

하지만 극동대학교의 K-컬처 페스티벌은 예산 마련과 기획, 진행 등을 대학이 직접 주도해 “지역의 먹거리는 콘텐츠에 있다”는 명제를 실천하는 이벤트다. 마치 지자체가 해야 할 지역축제를 대학이 앞장서서 개최를 준비하고 있어 관련 지자체가 어떻게 화답할지도 궁금하다.

극동대의 이번 실험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충분히 시도해볼만하다. 이번 K-컬처 페스티벌과 관련된 행사에 참여하는 극동대 학과만도 10개가 넘는다. 지역축제들이 약간의 전시와 체험부스 등을 돌아보고 나면 먹거리 장터로 가는 게 대부분이지만, 여기는 학생과 교수들이 직접 문화를 만들어내고 소비하는 로컬 문화의 실험장이다.

연극연기학과 학생들의 공연 [사진=극동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미디어영상학과, 뷰티학과, K-Pop학과, 연극연기학과, 태권도학과, 호텔외식조리학과, 한식표준조리학과, 항공운항서비스학과의 학생과 교수들이 지난 1년동안 직접 연구와 개발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었다.

호텔외식조리학과 실습실에는 감곡의 대표 지역특산물인 복숭아와 음성 특산물인 고추장을 활용한 음식을 선보였다. 복숭아 쿠키와 복숭아 소금빵, 파이, 복숭아 비빔면, 복숭아 와인 등이다. 낙과가 너무 많은 복숭아를 보면서, 지역특산물을 음식으로 만들어 농가 소득을 올려보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학생들이 교수들과 함께 개발한 ‘갓군’과 ‘피치양’ 캐릭터는 지역 설화 ‘자린고비’를 스토리텔링에 포함시켜 절약과 지혜의 이미지로 만들었다. 웹툰, 이모티콘, 캐릭터, 굿즈 등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학생들의 작업도 돋보였다.

K-뷰티학과는 복숭아 향기를 담은 향수와 디퓨저를 기획했는데, 네팔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유학생들이 개발에 적극 참여했다. 항공운항서비스학과가 마련한 모의 기내체험, 연어 스테이크와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황태곰탕 등 기내식 제공도 이용자를 즐겁게 했다.

연극연기학과는 ‘갓 구운 복숭아’를 주제로 시를 낭송하고, K-팝 댄스, 전통연희, 뮤지컬, 거리극 등의 다양한 공연을 준비했다. 태권도공연예술학과 학생들이 선보인 K팝과 태권도를 결합한 박진감 넘치는 퍼포먼스도 한류 콘텐츠로 손색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안경희 연극연기학과장은 “학생들이 지역 주민과 수시로 대화하며 그런 내용들을 예술로 녹여내는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역축제는 오래 가려면 자체적으로 문화를 생산하고 그 힘으로 외지인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소비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없는 지방소멸시대를 막을 수 있다. ‘감곡 K-컬처 페스티벌’은 축제가 주최자인 극동대학교와 학생, 유학생, 지역민 들이 함께 참가해, 로컬의 경쟁력을 올리는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 특히 유학생이 1000명에 이르고 있어 문화융합과 다문화 콘텐츠도 제작되기에 좋은 토양이다.

K-컬처 페스티벌의 각종 캐릭터와 굿즈 [사진=극동대]

콘텐츠 내용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류기일 총장은 “이번 K-컬처 페스티벌도 계속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페스티벌이 열리기 전인 오는 8월에는 스리랑카의 콜롬보에서 사전행사를 열어 글로벌과의 연계 전략도 펼쳐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의 큰 요인은 대한민국의 압축성장 과정의 모순들을 솔직하게 콘텐츠화한 것이다. ‘오징어게임’은 이들 모순들이 모두 들어가 있는 콘텐츠다. 해외에서도 큰 반응이 나오고 있는 ‘참교육’(교권붕괴)과 ‘더 글로리’(학교에서의 괴롭힘 문화) 등의 오리지널 소스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알고싶다’처럼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이의 재현과 모방의 예술이 K-콘텐츠의 큰 힘이 됐다. 원용진 서강대 명예교수는 이를 ‘K-미메시스’라고 부르며, K-지방노인, K-청년실업, K-소수자, K-노숙자 등등 한국 사회의 소외된 파편들을 ‘K’에 주워담는 작업을 계속할 것을 제안했다. 극동대가 위치한 충북 음성에는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서울 못지 않게 다양하게 존재해 로컬 콘텐츠로 활용되기 좋다.

또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처럼 대중음악 신에서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도 가치가 부각되지 못하고 묻혀져 있던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K-콘텐츠의 주요 작업이 되어야 한다.

공교롭게도 극동대는 K-컬처 페스트벌 개최를 준비하면서 이 두가지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올리는 작업으로서도 주목된다. 지역민들이 힘들게 겪었던 일이 콘텐츠가 되고, 아직 발견되지 못한 가치도 콘텐츠를 통해 공론화하겠다는 그들의 생각이 현재의 대학축제와 지역축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축제’를 향한 큰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병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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