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KBS 2TV 주말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가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25일 현재 42회까지 진행된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이제 지상파, 특히 KBS 주말가족드라마도 조금 변화해야 할 듯 하다. 체질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극중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3대째 원한을 품고 싸워온 두 집안이 엮여도 너무 엮인다. 실제로도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으로 묶여지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여기서는 겹사돈이 아니라 삼겹사돈이 되는 과정을 밟기도 했다.
이야기를 너무 꼬우고, 그것을 푸는 것으로 드라마를 끝내려고 하니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렇다 보니 작품 속 사건과 설정이 현실논리나 작품내 인과관계에 맞게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만든다는 ‘핍진성’이 매우 떨어진다.
두 가족간에 관계를 얼마나 꼬아놨는지 잠깐 살펴보겠다. 지방의 도시 온정의 시장안에 공명정대한 병원과 양지바른 한의원이 마주 서 있다. 공명병원 의사 공기철(김창완)과 양지 한의원 한의사 양선출(주진모)의 아내 구인옥이 30년전 바람이 나 집을 나갔다.
두 집안에서 무려 세 커플이 나온다. 철천지원수인 양가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들의 손자와 손녀인 박기웅(양현빈)과 진세연(공주아)이 각각 맡았다. 어린 시절 아련한 첫사랑이었고, 같은 디자인 회사에 상사와 부하 직원으로 재회해 사랑하게 됐지만, 두 집안간의 상황 때문에 헤어진 상태다.

공기철 아내인 나선해(김미숙)의 아들 공대한(최대철)과 구인옥의 남편 양선출(주진모)의 딸 양동숙(조미령)도 결혼하게 됐다. 이들은 둘 다 ‘돌싱’이니 재혼이다. 돌싱이 된 것은 공대한 아내와 양동숙 남편이 바람나 가출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심하다.
한 쌍이 더 있다. 양 가의 손자 손녀인 공우재(김선빈)-양은빈(윤서아) 라인이다. 양은빈은 우재 오빠를 일방적으로 따라다녔지만 우재도 내심 은빈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들도 집안 상황 때문에 더 이상 진도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기철과 인옥이 바람 나 가출한 게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무려 35회에 와서야 그 사실이 밝혀졌다. 이제 양 가는 원수지간이 아니다. 인옥은 소원사에서 공양주(供養主 불교에서 사찰의 공양간에서 주로 밥을 짓고 공양을 준비하는 일을 맡는 사람)로 지내다 최근 사망했다. 인옥의 딸 동숙과 아들 양동익(김형묵)은 불쌍한 엄마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또 공기철은 기억을 잃은 채 조미향(윤복인)이라는 여자에게 감금당해 살아왔다. 가족들이 공기철을 찾으러 다녔지만, 조미향의 방해공작으로 늦게 찾게됐다. 지금은 기철의 기억되찾기 시간이다.
이 정도로도 이야기가 부족했는지 몰라도, 출생의 비밀을 하나 덧붙인다. 공주아가 다니는 태한그룹 패션사업부의 ‘찐친’ 박준혁(한승원)이 알고보니 혼수상태로 있다 사망한 태한그룹 회장의 혼외자식이었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박준혁은 패션사업부를 팔아넘겼다.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는 사랑을 하려고 하면 양 가 어른들이 으르렁거리기 때문에 난관에 부딪힌다. 물론 이런 갈등구조 형태의 서사구조는 드라마에서 흔히 쓰이는 수법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것들이 올드해 보인다. 이런 식으로 이중 삼중으로 꼬아놓고 어느날 갑자기 관계가 풀리면서 모든 게 해소되고 끝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캐릭터간의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본다거나, 특히 한성미(유호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양동익(김형묵)-차세리(소이현)부부의 갈등을 심리상담으로 치유해주는 솔루션은 시청자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는 갈등을 풀기위해 의도적으로 꼬아놓은 장치 같아 보여 상투적으로 느껴진다.
KBS 주말드라마는 OTT 등 새로운 플랫폼의 강력한 콘텐츠들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을 지킬 것인가, 또는 새로움에 도전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양자택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걸 선택하건 시청자들이 공감하며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는 방향을 잘못 잡았다. 이런 게 전통을 지키는 것도 아니다. 배우 대다수는 연기를 잘하고 있다. 대본이 안맞을 뿐이다.
지상파의 주말 가족드라마는 김수현(83)-김정수(76)-박정란(85) 작가들이 도배한 시절이 있었다. TV 전성시대였다. 이들은 가부장적인 가족구조속에서 여성의 수난구조를 잘 보여주었다. 특히 김수현 작가는 그것을 통속성이라는 방식으로 잘 녹여내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모았다.
정통멜로와 가족코미디 형태를 갖췄던 이들 1세대 작가들의 가족주말극은 그 다음 세대에게로 넘어갔다. 특히 KBS의 주말가족극은 ‘가족끼리 왜 이래’(2014)의 강은경 작가, ‘내 딸 서영이’(2012~2013), ‘황금빛 내 인생’(2017~2018), ‘화려한 날들’(2025~2026)의 소현경 작가, ‘아버지가 이상해’(2017), ‘오작교 형제들’(2012)의 이정선 작가, ‘며느리전성시대’(2007) ‘솔약국집 아들들’(2009) ‘사랑을 믿어요’(2011)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2019) ‘효심이네 각자도생’(2023)의 조정선 작가 등이다. 박지은 작가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을 크게 성공시켜, 로맨틱 코미디형 미니시리즈뿐 아니라 장편 연속극도 잘 쓴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도 이제 나이가 들었다. 세대교체의 시기가 왔다. 이중에는 한창 현역인 작가도 있지만, 집필보다 후배 작가를 입봉시키거나, 도움을 주는 크리에이터 역할을 맡는 작가도 있다.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 대본을 쓰는 박지숙 작가도 2004년 KBS2 드라마시티 ‘제주도 푸른 밤’ 등 KBS 단막극들을 통해 기초를 다지고, ‘히어로’, ‘내 생애 봄날’, ‘엉클’, ‘옥씨부인전’ 등의 집필을 통해 탄탄한 실력을 보여준 작가다.
그런데도 이번 KBS 주말극에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못할 것 같다. 이 말은 휴대폰을 통해 자극과 재미를 바로 받아들이는 현재 시청자와 소통을 이뤄내는 KBS 50부작 주말 가족드라마의 대본을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보여준다.
/서병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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