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휴온스그룹이 추진해온 계열사간 합병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관련 규제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데다 대주주 의결권 제한(3%룰) 방식을 둘러싸고 소액주주 연대와의 셈법싸움이 치열해지면서다. 합병을 발판으로 신약 사업화에 속도를 내려던 휴온스의 경영스케줄도 차질이 불가피해 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휴온스글로벌은 당초 다음달 3일 예정했던 임시주주총회 일정을 연기했다. 이번 주총의 핵심쟁점은 비상장 R&D 자회사인 '휴온스랩'을 상장 계열사인 '휴온스'에 흡수합병하는 안건이다.
휴온스그룹이 전격적으로 주총을 미룬 것은 한국거래소가 검토중인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의 확정시점이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7월 시행을 목표로 삼았으나 관계부처간 의견수렴 절차가 길어지면서 내달 중순 이후에나 가이드라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거래소 기준안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과하는데 최소 수주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번 합병이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준비중인 가이드라인은 '상장 모회사를 둔 자회사가 별도로 쪼개기 상장할 때' 심사기준을 엄격히 하는 제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휴온스랩과 휴온스의 결합은 지주사내 자회사간 합병이어서 중복상장 심사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휴온스글로벌이 가이드라인을 지켜본 뒤 주총을 열겠다고 배수진을 친 배경에는 거센 소액주주 반발이 자리잡고 있다. 규제대상은 아니지만 당국 기준을 준용해 일반주주 권익보호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일정연기가 소액주주연대와의 의결권 공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소액주주들은 "휴온스랩 가치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합병하는 것은 사실상 우회상장과 다름없다"며 맹공을 펼치고 있다.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이 직접 보유하던 핵심자산(휴온스랩) 가치가 지분일부만 가진 휴온스로 이전되면 결과적으로 지주사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3%룰'이다. 휴온스글로벌은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주주 측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휴온스글로벌의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총 57.14%다. 윤성태 회장이 42.76%를 보유했고, 장남 윤인상 이사(4.62%), 부인 김경아씨(3.39%), 차남 윤연상씨(3.01%), 삼남 윤희상씨(2.72%) 등이 뒤를 잇는다.
다만 감사선임 등에 적용되는 3%룰과 유사한 방식으로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느냐가 최대변수로 떠올랐다.
소액주주연대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의결권을 3%만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방식이 적용되면 최대주주 측 의결권은 57.14%에서 3%로 줄어든다.
반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개별 주주로 각각 3%씩 인정하는 방식이 적용되면 최대주주 측 의결권은 최대 15.36%까지 확대된다. 즉 계산방식에 따라 의결권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주총결과도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경영권 분쟁 양상으로 번지면서 휴온스가 공들이던 차세대 파이프라인 사업화도 안갯속에 갇혔다. 휴온스랩은 정맥주사(IV) 제형 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핵심기술인 '하이디퓨즈' 플랫폼을 보유한 핵심 R&D기지다.
문제는 휴온스랩이 현금 창출 능력이 없는 연구조직일는 점이다. 임상 및 상업화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휴온스그룹 관계자는 "그룹내에서 가장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알짜 상장사 휴온스와 합병을 통해 안정적인 자금줄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합병 당위성을 설명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결국 7월 중순 이후 발표될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내용과 이에 따른 대주주·소액주주간 기싸움 결과가 휴온스그룹 지배구조 개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효정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