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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한국판 타이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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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재명-이재용 회동·29일 靑 회의
정부 "제2 반도체 벨트 필요"
업계 "기존 투자·공급망과 조화 중요"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정부가 광주를 비롯한 호남권과 충청권 등에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검토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가 국가 경쟁력으로 떠오른 가운데 광주가 대만 타이난처럼 새로운 반도체 생산축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용범 정책실장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호텔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6.6.13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광주 클러스터 구상을 구체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며, 오는 29일에는 정부와 주요 기업인 간 회의가 예정돼 있다.

다만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과 평택, 이천, 청주 등에 수백조원 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새로운 클러스터 조성이 기존 투자 계획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 '제2 반도체 벨트' 구상

정부는 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생산거점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24일 관훈토론회에서 "현재 추세로는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미 예고돼 있던 설비 건설을 앞당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도권에 더 지으려 해도 땅도, 전력도, 용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현재 건설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생산거점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용인에 짓기로 한 것을 짓지 않은 채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용인에 다 지은 뒤에 다음 부지를 찾으면 너무 늦기 때문에 먼저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6.24 [사진=연합뉴스]

실제 반도체 업계는 생산능력 확대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초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앞으로 5년간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메모리 병목현상은 2030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최대 45조원 규모 자금 조달 계획도 공개했다. 회사는 확보한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첨단 패키징 공장, 미국 인디애나 패키징 시설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후공정만으로는 부족…전공정도 필요"

광주 클러스터를 지지하는 측은 단순 후공정이나 첨단 패키징 투자만으로는 지역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광주·전남 반도체 공장 유치가 단순한 후공정 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완전한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공정(FAB)이 들어와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전공정이 들어와야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따라오고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유지보수, 물류 산업도 함께 성장한다"며 "남부권 반도체 벨트를 완성하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TSMC는 생산시설을 대만 전역에 분산 배치하고 있고 일본도 홋카이도와 구마모토 등 지방 거점에 반도체 공장을 육성하고 있다"며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산업 구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TSMC 본사인 모리스 창 빌딩. [사진=황세웅 기자]

TSMC도 처음에는 '사탕수수밭'이었다

광주 클러스터 논의가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사례는 TSMC의 타이난 진출이다.

TSMC는 북부 신주, 중부 타이중, 남부 타이난과 가오슝을 연결하는 생산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TSMC는 1997년 900억 대만달러를 투입해 남부과학단지에 6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타이난 공장 부지는 사탕수수밭과 농경지가 대부분이었다. 홍수 위험과 연약한 지반 문제도 있었고 업계에서는 "남부에서 반도체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TSMC는 6공장 가동을 위해 약 5000명의 인력이 필요했다. 상당수 인력을 북부 신주에서 데려와야 했고 지역 인재 육성도 병행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TSMC의 투자를 계기로 협력업체와 인재가 몰려들었고 남부과학단지는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이후 TSMC는 타이난을 넘어 가오슝까지 생산거점을 확대하며 대만 남부 전체를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로 탈바꿈시켰다.

광주 클러스터를 지지하는 측은 이 같은 사례가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TSMC 대만 12팹 내부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모습. [사진=TSMC]

기존 투자와의 조화가 관건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 한국은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대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기흥·화성·평택·용인을 중심으로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이천·청주·용인을 연결하는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수백조원 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추가 투자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1기 팹 가동 시점을 앞당기고 있으며 2기 팹 착공도 기존 계획보다 서두르고 있다. 청주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광주 클러스터가 추진될 경우 기존 투자 계획과의 역할 분담을 보다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기존 광주사업장에 공조 및 첨단부품 관련 투자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이 추가되면서 용인과 평택, 온양 등 기존 투자 계획과의 연계 방안을 다시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주 투자가 필요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에 짜여 있던 투자 로드맵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 공사 현장 모습. 삼성전자는 P5와 후속 'P5-2'까지 포함한 초대형 메가팹을 구축 중이다. [사진=권서아 기자]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공장) 공사 현장. [사진=권서아 기자]

현업이 걱정하는 건 공급망

현장에서는 공급망 효율성 문제도 함께 거론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 기흥에서 생산한 웨이퍼를 충남 천안 온양사업장으로 보내 패키징한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 세계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생산과 패키징, 물류가 하나의 체계로 구축돼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광주에 새로운 생산거점이 들어설 경우 웨이퍼와 완제품 이동거리가 늘어나면서 공급망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공장만 짓는다고 되는 산업이 아니다"라며 "웨이퍼 생산부터 패키징, 물류, 수출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데 광주 클러스터가 기존 공급망과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차세대 AI 메모리 'HBM4E' 12단 샘플 공급 [사진=SK하이닉스]

투자 방향, 선택은 기업의 몫

일각에서는 광주 클러스터 논의를 지역균형발전 차원을 넘어 기업의 자본배분 관점에서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향후 2~3년 동안 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벌어들일 기업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들이 창출할 막대한 자금을 어디에 투자하느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 메모리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요한 것은 그 돈을 어디에 투자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라고 말했다.

이어 "광주 클러스터가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될 수는 있지만 기업의 중장기 투자 전략과 어떻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며 "국가 전략과 기업 전략이 조화를 이룰 때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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