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세상의 절반은 보지 못하게 됐지만,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귀는 멀쩡했습니다"
오는 26일 퇴임식을 끝으로 12년간의 대구 북구청장 임기를 마무리하는 배광식 구청장의 마지막 목소리에는 담담함과 아쉬움, 그리고 북구를 향한 깊은 애정이 묻어났다.

24일 아이뉴스24와 마주한 배 청장은 "지난 12년은 북구의 가능성을 증명한 시간이었다"며 "구민들과 함께 웃고 울며 걸어온 길이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다.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그는 30대에 대구시 국장으로 발탁되며 '천재 행정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인생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40대에 찾아온 말기암. 수차례 수술 끝에 한쪽 시력을 잃었고 얼굴과 발성에도 큰 후유증이 남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돌아온 그는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정치에 도전해 2014년 북구청장에 당선된 뒤 내리 3선에 성공하며 12년 동안 북구를 이끌었다.
배 청장은 "암 판정을 받았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다"며 "하지만 주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이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웠다"고 회상했다.

그가 가장 큰 성과로 꼽은 것은 단연 '금호강 르네상스'다.
배 청장은 인터뷰 내내 금호강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신천과 낙동강은 이미 개발됐지만 금호강은 오랫동안 도시의 뒤편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금호강 시대를 여는 것이 곧 대구의 도약이고, 그것이 제 사명이었습니다"
그는 하중도 관광벨트 조성, 금호강 수변공원 확충, 산책로와 자전거길 정비, 야영장 조성 등을 통해 시민들의 삶 속으로 금호강을 끌어들였다.
금호워터폴리스 조성과 신천하수처리장 지하화 구상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배 청장은 "도시는 강을 중심으로 발전한다"며 "금호강을 국가정원 수준으로 발전시켜 순천만과 태화강처럼 국가가 지원하는 친수도시 모델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꿈"이라고 강조했다.

북구를 전국적인 축제 도시로 만든 '떡볶이 페스티벌'도 그의 대표 브랜드다.
전쟁 피난민 문화에서 시작된 떡볶이를 지역의 역사와 문화자산으로 승화시킨 그는 전국 최초의 떡볶이 축제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축제에는 13만 명이 방문했고 경제적 파급효과만 76억원에 달했다.
세계축제협회 아시아대회 수상까지 이어지며 글로벌 K-푸드 축제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배 청장은 "이제 떡볶이 축제는 북구를 넘어 대구의 자산"이라며 "치맥축제처럼 대구시 차원에서 더 크게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시재생도 빼놓을 수 없다.

침산동과 산격동, 복현동, 관음동 일대 노후 주거지역을 되살렸고,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종합성과평가 대상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청년놀이터와 창업놀이터를 조성하며 청년 창업 생태계 기반도 마련했다.
또 전국 최초 다둥이가정 차량 무료렌탈 사업, 북구 1호 장난감도서관, 공공형 실내놀이터 '부키랜드'를 운영하며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도 앞장섰다.
그러나 아쉬움도 남는다.
배 청장은 "도심융합특구와 기회발전특구가 완성되는 모습을 임기 내 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며 "옛 경북도청 후적지와 금호워터폴리스, 경북대, 엑스코를 연결하는 미래산업 혁신벨트가 반드시 완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천하수처리장 지하화 사업 역시 반드시 후임 구청장과 대구시가 이어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지난 12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이야기했다. "침수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눈빛, 코로나19 시절 밤낮없이 일하던 직원들의 지친 얼굴, 골목길 정비가 끝난 뒤 환하게 웃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배 청장은 "정책은 회의실에서 만들 수 있지만 행정의 방향은 현장에서 나온다"며 "구청장으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결국 주민들과 함께했던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43만 북구 주민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도 잊지 않았다.
"주민들의 사랑과 질책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구청장이라는 직함은 내려놓지만 북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평생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언젠가 길거리에서 만나면 한 명의 이웃으로 반갑게 인사하고 싶다"며 "북구는 이제 대구의 변방이 아니라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도시가 됐다. 북구의 미래를 믿는다"고 말했다.
퇴임을 앞둔 그의 눈빛에는 아쉬움보다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사람의 열정이 남아 있었다.
죽음의 문턱을 넘고 다시 일어선 사나이. 그리고 12년 동안 북구의 지도를 바꾼 행정가.
배광식이라는 이름은 이제 북구의 역사 속에 깊이 새겨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26일 오전 10시반 대구 북구 칠성동 iM뱅크 제2본점에서 12년 구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대구=이창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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