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현창민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이자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해상 전쟁 훈련인 림팩(환태평양훈련)이 6월 24일부터 하와이 일대에서 시작된다.

2년마다 열리는 이 거대한 전쟁 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6월 1일, 선제 타격과 ‘킬 체인’을 표방하는 기동함대사령부의 기함 정조대왕함이 제주해군기지에서 출항했다. 세계 7번째로 수중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춘 도산안창호 잠수함은 한국-캐나다 연합 훈련 이후, 천자봉 상륙수송함은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일본 자위대함과 한일 수색구조 훈련을 치른 후 림팩에 합류한다.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등 제주시민단체는 23일 성명을 내고 "지휘급으로 참여하는 제주 기동함대사령부는 부끄러운 줄 알라"며 죽음의 림팩 전쟁훈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훈련이 더욱 우려스러운 이유는 "대한민국 해군이 기동함대사령부 창설 이후 최초로 참가할 뿐만 아니라, 제주 기동함대사령관이 55년 림팩 역사상 아시아 국가 최초로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이라는 지휘관 직책을 맡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칠레와 일본이 합동작전부대 부사령관을 맡고 캐나다가 항공 부대를 지휘하는 이번 훈련의 모토는 '통합되고 준비된 협력자들'"이라면서 "그러나 이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 실제로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미국의 패권적 지휘 체계에 얼마나 빠르게 종속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22년 9개국 원정 강습단 지휘를 맡았던 한국이 이제 연합해군 전체를 지휘한다는 사실은 '평화의 섬 제주'의 군사적 기능이 미국의 전 지구적 전략 속에서 핵심 동력으로 공고해지고 있음을 시사하기에 깊은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림팩은 태평양의 평화를 위협하는 전 지구적 군사 동맹의 결정판이며, 2026년 림팩에 참가하는 31개 국가 중 절반이 나토(NATO) 회원국이거나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같은 나토 협력국"이라며 "이는 최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나토가 미국과 마찬가지로 태평양을 최전방 전장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미·일 양국은 최신 중거리 미사일 발사 체계인 '타이폰'을 동원한 '밸리언트 쉴드' 연합훈련까지 병행하며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키고 있다. 더욱 참담한 것은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도 전범국가 이스라엘의 참가가 연이어 허용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2024년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유엔 총회가 협력 중단을 권고했음에도,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민간인을 학살하고 이란을 불법 침공한 학살자를 연합훈련에 동참시켰다.
단체는 "미 해군은 지난 수년간 훈련 중 천만 마리가 넘는 해양 포유류를 죽여도 좋다는 법적 면죄부 속에서 태평양의 생명을 파괴해 왔다. 이는 무력 행사를 금지한 유엔 헌장과 선주민의 자결권을 명시한 유엔 원주민 권리 선언, 그리고 생물다양성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범죄"라며 "나아가 군함들이 뿜어내는 막대한 탄소 및 화학물질 배출은 기후 재앙을 막으려는 인류의 노력을 처참히 무력화하며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거대한 학살 훈련에서 제주 기동함대사령관이 연합해군을 지휘한다는 것은 제주에 새겨진 치명적인 오욕"이라며 "4·3의 피비린내 나는 비극을 승화시켜 군사기지 없는 평화의 섬으로 나아가야 할 제주는, 이제 미국의 전초기지이자 가해의 첨병으로 전락해 태평양의 동료 섬들에게 고통을 주는 섬이 되었다"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하는 핵추진잠수함 개발은 제주해군기지를 더욱 위험천만한 전진기지로 만들고 해양생명들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이 피비린내 나는 와중에 웃고 있는 이들은 오직 전쟁 무기를 수출해 주가와 이윤을 올리는 한화와 현대 같은 방산 대기업뿐이며, 노동자들의 피와 민간인의 죽음 위에 세워진 '세계 무기 수출 4위'라는 타이틀은 자랑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의 낙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는 79년 전 의도치 않게 난징학살에 연루되었던 제주의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하며, 지금 제주해군기지를 폐쇄하고 이 부끄러운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면 오욕의 역사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이에 우리는 태평양의 생명과 평화를 위해 죽음의 림팩 전쟁훈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에는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강정일상저항행동, 강정친구들,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평화의바다를위한섬들의연대, 핫핑크돌핀스 등 5개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제주=현창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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