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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골서 애 낳고 16년 살았는데⋯" 17년전 규제에 멈춘 세입자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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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람공고일 '2009년' 기준 묶인 장기 세입자들
이주보상, 17년전 기준…10년 살아도 '비해당자'
전문가들 "이주대책 가이드라인 전면 개정해야"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여기서 애 낳고 16년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강제철거 이주비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최근 법원 집행관의 강제집행이 시도된 서울 성북구 정릉골 재개발구역에서 '장기거주 세입자' 주거 사각지대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정비사업 규제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작 이주대책 기준은 17년전 과거에 멈춰 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성북구 정릉골 재개발 구역 일대에 강제집행 중단과 세입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팻말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서울 성북구 정릉골 재개발 구역 일대에 강제집행 중단과 세입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팻말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북구 대표 달동네로 꼽히던 정릉골(정릉동 757번지 일대) 재개발현장에서 조합과 세입자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릉골은 1400여가구 규모 저층 테라스형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대형 정비사업장으로 현재 관리처분인가를 마치고 철거단계에 진입했다.

갈등의 본질은 강제집행 자체보다 이주비 및 임대주택 지원 가이드라인의 '시간적 괴리'에 있다. 현행 규정상 정릉골 재개발 기준 시점은 최초 공람공고가 이뤄진 2009년이다.

이 시점 이전부터 거주한 세입자만 주거이전비 등 보상대상이 되며 이후 입주한 세입자는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문제는 사업이 17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발생했다. 공람공고 이후 입주해 10~15년 넘게 동네에 정착한 장기 거주자들마저 법적으로는 보상을 노리고 최근 유입된 단기 거주자와 동일하게 '비대상자'로 분류된 것이다.

목소영 서울시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정릉골은 공람공고가 2009년"이라며 "그사이 10년, 15년 넘게 거주한 주민들이 있는데 지금 기준으로는 비대상자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와 보상을 노리고 입주한 경우와 달리 오랜 기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온 주민들에게까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성북구 주거복지센터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릉골 세입자 평균 연령은 67세로 대부분 자력으로 대체주거지를 마련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성북구 정릉골 재개발 구역 일대에 강제집행 중단과 세입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팻말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서울 성북구 정릉골 재개발 구역에 이주대책 마련과 강제집행 중단을 요구하는 그림이 걸려 있다. 장기 거주 세입자들의 '비해당자' 문제가 갈등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정릉골 재개발 주거세입자대책위]

강제집행을 둘러싼 물리적 충돌이 이어지자 지자체도 중재에 나섰다. 성북구청은 부구청장 주재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조합과 세입자 측이 참여하는 '갈등조정위원회'를 신설했다.

성북구 관계자는 "각 세대가 공공임대주택 등 지원대상이 될 수 있는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전수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절차를 안내중"이라고 밝혔다.

조합측 역시 "갈등조정위원회를 통해 상생방안을 논의중이며 다음주에도 추가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조합측은 사업지연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이미 법원의 인도명령 등 정당한 사법절차를 거쳤고 이주기한도 수차례 연장해 줬다"며 "사업이 더 지연되면 조합원들이 떠안아야 할 이자 등 금융비용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고 토로했다.

서울 성북구 정릉골 재개발 구역 일대에 강제집행 중단과 세입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팻말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서울 성북구 정릉공영차고지 복합개발사업 현장을 방문해 둘러본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21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정릉골 사태가 서울시 전체 정비사업장에서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등을 필두로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며 주택공급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로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인근 정릉공영차고지 복합개발 현장을 방문해 정비사업 속도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공급을 늘리는 속도전에만 치중한 나머지 장기화된 정비구역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의 보완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 도시정비 전문가는 "재개발 사업이 10년 이상 장기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현행 제도는 최초 공람공고 시점을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판단한다"며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을 유지하려면 장기 거주 세입자 보호를 위한 별도 가이드라인 마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민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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