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계약금 두 배 물어드릴 테니 계약은 없던 걸로 합시다."
최근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한 아파트 매도인은 매수자에게 이같이 통보했다. 한달전 8억원에 맺은 매매계약이었지만 그사이 주변시세가 10억원 안팎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위약금(배액배상)으로 계약금의 2배인 1억6000만원을 물어주더라도 새 매수자에게 10억원에 다시 파는 것이 입주인 입장에선 4000만원이나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 반도체 종사자들의 두터운 구매력을 등에 업은 동탄 아파트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가맹된 계약이 줄줄이 깨지고 있다.
단기간에 호가가 수억원씩 뛰자 수천만원 위약금을 감수하고서라도 매물을 거둬들이는 매도인들이 급증한 영향이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화성시 동탄구 아파트 매매계약 신고건수는 1355건으로 전월 1001건 대비 35% 증가했다.
거래량 우상향 곡선보다 더 가파르게 튄 것은 '계약해제' 지표다. 5월 체결된 계약중 깨진 건수만 현재까지 82건에 달한다. 전월 47건과 비교하면 한달만에 무려 74%가 폭등했다. 전체 매매계약 가운데 6.1%가 계약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해지된 셈이다.
실제 동탄역 인근 대장주 단지들은 연일 신고가 랠리를 펼치고 있다. 청계동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이달초 22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현재 시장에 나오는 호가는 24억원 안팎으로 한달전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4억~5억원 뛴 수치다.
동탄 부동산시장을 자극하는 엔진은 배후의 '반도체 벨트'다. 삼성전자 화성·기흥캠퍼스와 압도적인 접근성 덕에 대표적인 '반세권'으로 분류된다. 또 최근에는 대기업 성과급 확대 소식과 사내 대출지원 방안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유입되는 통로가 됐다.
동탄역세권일수록 계약파기 도미노는 더 거세다. 최고가 경신이 잇따른 청계동 경우 5월 체결된 계약 257건중 10.9%에 달하는 28건이 취소됐다. 열채중 한채는 계약이 깨진 셈이다. 여울동 역시 159건중 12건이 취소되며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일례로 최근 16억원에 매도계약을 맺었던 청계동 한 집주인은 배액배상을 진행한 뒤 곧바로 호가를 19억원으로 올려 매물을 다시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억원 시세차익 앞에서는 계약서 법적구속력도 힘을 잃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약을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매수자와 판을 깨려는 매도자간 치열한 법적·심리적 기싸움이 벌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의 배액배상 움직임을 눈치챈 일부 매수자들이 계약파기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약정일보다 앞당겨 중도금을 조기송금하는 식이다.
가맹사업법 및 민법 판례상 매수인이 중도금을 일부라도 지급하면 매도인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점을 노린 전략이다.
이에 맞서 매도인들은 "특약이 없는 조기송금은 무효"라며 가압류를 경고하거나 은행계좌를 일시 폐쇄하는 등 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일선 현장에선 계약취소를 막기 위해 매수자가 위약금외에 별도의 '위로금 합의조'를 얹어주며 매도인 마음을 돌리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동탄구 한 공인중개사는 "과거 침체기에는 매수자가 계약금을 포기하고 발을 뺐다면 지금은 집주인이 계약금을 돌려주고 매물을 잠그는 180도 다른 장세"라며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시세를 위약금 제도가 쫓아가지 못하면서 과열이 낳은 신경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은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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