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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대신 연어 DNA 크림"…K뷰티 격전지 된 명동 약국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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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RN 제품 전면배치…명동약국 일매출 3000만원 '괴력'
유통 포맷 바꾼 약국가…객단가 극대화하는 '번들링 전략'
"잘 터지면 하루 3000만원"…하반기 이후 '19곳' 무한증식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약 사러 왔냐고요? 피부 관리하러 왔죠. 요즘 SNS에서 한국 여행때 약국 안 들르면 바보라는 말이 돌 정도예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심가에 위치한 한 대형 '마트형 약국'. 처방전 대신 쇼핑바구니를 손에 든 대만인 관광객 야오(30대·여성) 씨가 스마트폰 화면을 다급히 내밀며 이같이 말했다.

화면 속에는 국내제약사가 출시한 특정 피부관리 제품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약사가 제품을 확인하고 효능에 대한 설명을 끝내자 대기하던 매장직원이 야오씨를 일반의약품(OTC) 진열대가 아닌 매장중앙 피부관리제품 코너로 일사분란하게 안내했다.

명동 상권 지형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과거 아픈 환자들이 처방전을 들고 조제순서를 기다리던 정적인 공간이던 약국이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싹쓸이 쇼핑'을 즐기는 새로운 K뷰티 격전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2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마트형 약국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약사에게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정승필 기자]
2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마트형 약국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약사에게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정승필 기자]

이날 찾은 명동일대 마트형 약국들 풍경은 올리브영 등 헬스앤뷰티(H&B) 스토어와 다를 바 없었다. 약국 입구부터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다국어 안내문과 함께 '인기제품'을 알리는 팻말이 빼곡히 붙었다.

전통적 약국 터줏대감이었던 감기약·소화제 등은 매대 구석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꿰찬 것은 여드름·흉터 관리 제품과 피부 재생크림 등 이른바 'K-더마(Derma·피부과학)' 라인업이다.

현장에서 외국인 지갑을 가장 무섭게 열게 하는 제품은 단연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 성분이었다. 연어에서 추출한 DNA 성분으로 피부회복과 재생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PDRN은 최근 글로벌 숏폼(틱톡·인스타그램 릴스 등) 상에서 "서울 명동 약국에 가면 반드시 사야 할 화장품"으로 입소문을 타며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야오 씨는 "대만 현지에서도 PDRN 화장품을 구할 순 있지만 가격거품이 심하다"며 "한국 약국에서 사면 가격이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정품'이라는 확실한 신뢰가 있어 안심하고 카트에 담았다"고 전했다.

2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마트형 약국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약사에게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정승필 기자]
2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마트형 약국에 PDRN 성분 피부관리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정승필 기자]

PDRN 제품 인기가 커진 배경에는 '번들링(묶음판매)'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단품위주로 판매하는 일반 동네약국 방식을 과감히 탈피했다.

PDRN 재생크림과 부스터 에센스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고 매대전면에 '기존가 대비 파격 할인가'를 노출하는 시각적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대량으로 기념품을 구매하는 관광객 쇼핑수요를 정확히 저격한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약국 관계자는 "패키지 판매는 단순 할인 행사가 아니다"라며 "관광객 대부분은 성분이나 브랜드를 세세히 비교하기보다 SNS에서 본 키워드와 현장 설명에 따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PDRN 성분 중심으로 크림과 부스터 제품을 함께 구성하면 '하나만 쓰는 것보다 함께 쓰는 게 낫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관광객이 한 번에 피부관리 세트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2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마트형 약국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약사에게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정승필 기자]
2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마트형 약국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피부관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정승필 기자]

이같은 유통포맷은 곧바로 가공할 만한 매출지표로 증명되고 있다.

이 약사는 "명동 일대에 마트형 약국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확실하다"며 "주변의 하루 평균 매출은 2000만원 안팎일 것으로 본다. 우리 약국의 경우 관광객이 몰리는 날엔 3000만원 이상 오른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연간 환산시 동네 골목약국은 엄두고 내지 못할 수십억원대 매출이 명동 약국 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셈이다.

'약국발 K뷰티 특수'가 확인되자 자본과 약사들이 명동 상권으로 무섭게 결집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명동 일대에 새롭게 문을 연 약국은 최소 19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승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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