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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장동혁 대표가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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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 '재선거 특별법' 회동 제안, 민주당은 '무시'
'투표용지 부족사태', 부정선거 규정...'당권 연장' 의심
선거 전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정치 생명 달렸다" 공언
참정권과 당권 결부 안돼...용단 내려 '쇄신의길' 열어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2026.6.17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2026.6.17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했다.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특별법을 만들어 재선거를 하자는 것이다. 장 대표는 이번 사태를 부정선거 프레임으로 끌고 가고 있다.

만남을 제안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정 대표와 민주당은 무시하고 있다. 부실선거와 부정선거는 처음부터 다른 것이고, 선거관리 시스템 개혁이 이번 사태의 해결이 본질이라는 게 민주당의 명확한 입장이고 보면, 처음부터 이를 주제로 한 만남은 실익이 없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과반이 넘는 의원들로부터 면전에서 사퇴 요구를 받은 장 대표가 찾은 국면전환 카드로밖에 안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역대 선거에서 패배한 당 대표는 당연히 물러났다. 국민의 심판에 대한 승복이었고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당을 위한 용단이기도 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선거 직후 거취를 묻는 기자들에게 "객관적 데이터를 놓고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반문했다. 기자들과 국민이 묻고자 한 것이 바로 그 객관적 데이터로 확인된 선거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었다.

장 대표와 당권파는 대구와 경북, 서울과 경남 후보들이 당선된 것을 나름 평가하는 모양이다. 재·보궐 선거에서 4석을 더 해 110석을 확보했다는 점도 고무적으로 해석하는 눈치다. 선전했다고 말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이것을 과연 장 대표가 잘 해 얻은 승리라고 할 수 있나.

장 대표와 당권파의 평가는 착시현상에 가깝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구와 경북, 경남, 대구·울산·충남 재보궐 등은 이길 곳에서 이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이 가장 크게 승리하고, 민주당이 가장 크게 패배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장 대표와 거리를 뒀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을에서 신승을 거둔 유의동 의원 역시 선거 국면에서 장 대표와의 선을 분명히 그었다. 서울과 평택을의 승리는 보수 지지자들의 승리일지언정 장 대표의 승리로는 보기 어렵다.

반면, 박형준 부산시장의 패배는 박 시장이 장 대표와의 관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장 대표가 공천한 박민식 부산 북구갑 후보는 당선된 한동훈 무소속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 득표율 차이는 27.20%p였다. 선거 민심은 냉정하고 숫자는 변명하지 않는다.

장 대표는 지난 설 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6·3 지방선거 승패의 기준으로 '서울·부산시장 승리'를 지목했다. 그는 "이번 지선 승패에는 저의 정치생명 자체가 달려 있다. 참패한다면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4년도 안 된 정치인 장동혁의 정치생명은 끝장난다"고 했다.

그랬던 장 대표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이를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연일 여론전을 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초기 집회에서 "나는 한명의 시민일 뿐"이라며 얼굴을 가리고 '부정선거 재선거' 피켓을 들더니, 당에서는 부정선거를 전제로 '전면 재선거'하겠다며 선거 소청을 냈다. 의원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았다. 최고위원회 등 당 지도부가 동의했다고는 하나 원내 지도부는 이를 경계하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를 장 대표가 당권 연장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그래서 지우기 어렵다. 선거에 대한 패배 책임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장 대표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치욕으로 남을 부실선거를 당권 방어용 카드로 쓰는 듯한 모습은 국민이 보기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장 대표로서는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이재명 대통령과 정 대표, 민주당을 보라. 물론 정부여당도 당권을 둘러싼 풍파가 작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에는 바짝 몸을 낮췄다.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5%까지 떨어졌을 때 장 대표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대표에서 물러나는 건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선거 이후 지지율이 폭락했을 때 이 대통령은 순방 중에도 "냉정한 국민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민주당 역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던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실과도 비교된다. 그 끝은 어땠나.

국민 참정권 침해는 끝까지 책임을 묻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특정 정당이나 지도부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앞장설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야 할 과제다. 장 대표가 선거 전 패배 책임론을 피하는 데 이어, 선거 후 재선거와 특검 요구를 앞세워 자신의 거취 문제를 뒤로 미루는 모양새를 보인다면, 민주주의의 위기를 정파적 이해와 당내 권력 유지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러날 때를 아는 것도 정치의 실력이요, 도리이다. 장 대표가 진정 자유민주주의와 보수 가치를 걱정한다면, 부실 선거 사태를 부정선거 프레임으로 몰아 당권 연장의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투표하지 못한 시민의 분노와 선거관리 개혁의 필요성을 자신의 거취 문제에 덧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장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부정선거를 전제로 재선거 요구를 앞세운 장외 투쟁이 아니라, 선거 패배와 당내 혼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분명히 지는 일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과 선관위 개혁은 국회와 법 절차에 맡기면 된다. 국민의힘 당권 문제를 이것과 결부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국민의힘도 쇄신의 출발선에 설 수 있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다. 야당이 바로 서야 정부·여당도 제대로 견제받는다. 그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최기철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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