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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암표 근절, '소비자·산업' 함께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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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장

[아이뉴스24 조정훈 기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입법 예고한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은 공연과 스포츠 경기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암표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량의 입장권을 확보한 뒤 이를 고가에 재 판매하는 조직·영업적 암표 거래는 정상적인 소비자의 관람 기회를 박탈하고 시장 질서를 왜곡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조성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장 [사진=한국온라인쇼핑협회]
조성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장 [사진=한국온라인쇼핑협회]

온라인 플랫폼 업계 역시 이러한 정책 방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좋은 목적이 언제나 좋은 제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바람직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규제의 범위와 수단이 적절하지 않다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고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현재 입법 예고된 시행령안은 조직적 암표 거래를 규제한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일반 소비자와 플랫폼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정상적인 소비자까지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입장권은 일반 상품과 성격이 다르다. 예기치 못한 일정 변경이나 건강상의 문제, 출장, 학업 등으로 인해 이용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일부 공연과 스포츠 행사는 취소나 환불이 제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가 자신이 구매한 입장권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재 판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행위다. 문제는 시행령안이 조직·영업적 암표 거래와 일반 소비자의 일회성 거래를 충분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정 법률은 암표 거래의 구성 요건으로 '상습 또는 영업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규제의 초점이 전문 암표상과 조직적 부정 거래 행위에 맞춰져야 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시행령 단계에서 이러한 구분이 모호해질 경우, 선의의 소비자까지 과징금 부과나 행정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K-POP 공연과 스포츠 경기의 주요 이용 층인 청소년과 사회초년생들이 법령의 세부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한 양도나 재 판매 행위로 제재 대상이 된다면 이는 암표 근절이라는 정책 목적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규제는 반드시 예측 가능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갖추어야 하며, 일반 소비자와 조직적 암표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또 다른 우려는 거래의 음성화 현상이다.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될 경우 거래는 국내 플랫폼을 떠나 해외 플랫폼, SNS, 오픈 채팅 방, 비공개 커뮤니티 등 관리와 감독이 어려운 영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풍선 효과다.

문제는 이러한 비공식 거래 환경에서는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본인 확인, 거래 기록 보관, 신고 기능, 분쟁 조정 절차 등 제도권 플랫폼이 제공하는 보호 장치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 소비자는 허위 거래, 중복 판매, 사기 피해, 개인정보 유출 등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제도가 오히려 소비자를 더 위험한 거래 환경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정책의 목표는 거래 자체를 지하화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 환경 안에서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데 있어야 한다.

산업계가 우려하는 또 다른 부분은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의 범위다. 시행령안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신고·삭제 기능 구축, 게시물 관리, 접속 차단, 이용자 제재, 자료 제출 등 다양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은 거래의 당사자가 아니라 거래를 연결하는 중개자다.

특히 암표 거래가 '상습 또는 영업 목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단순히 게시물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반복 거래 여부, 거래 규모, 수익 추구 목적 등 다양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러한 판단을 통신판매중개업자가 독자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현행 법 체계 상 중개자의 역할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전자상거래 관련 법체계 역시 통신판매중개업자를 거래 당사자가 아닌 중개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에게 사실상 위법성 판단과 집행 책임까지 요구하게 된다면 법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으며, 정상적인 거래에 대한 과도한 위축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암표 근절을 위한 민관 협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위법성 판단과 집행은 원칙적으로 행정기관과 수사기관이 담당하고, 플랫폼은 신고 접수, 이용자 안내, 관계기관 협조 등 중개자의 역할 범위 안에서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방향일 것이다.

규제의 형평성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현재 시행령안의 각종 의무는 국내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집중되어 있다. 반면 동일한 서비스를 국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해외 플랫폼이나 해외 기반 거래 채널은 상대적으로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경우 거래는 규제가 약한 해외 채널로 이동하고, 국내 사업자만 규제 비용을 부담하는 역차별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는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국내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규제는 동일한 행위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해외 사업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역외 적용 방안과 규제 형평성 확보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암표 근절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정책 목표다. 그러나 정책의 성공 여부는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규제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규제의 초점은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조직적·반복적·영업적 암표 거래 행위에 맞춰져야 한다.

또한 과징금 부과 기준 역시 단순한 거래 횟수만이 아니라 반복성, 조직성, 취득 이익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전문 암표상과 일반 소비자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업계는 암표 거래 근절이라는 정책 목표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판매자 본인 확인 강화, 신고 접수 체계 구축, 관계 기관 협조, 이용자 안내 강화 등 자율 규제를 통해 건전한 거래 질서 확립에 적극 기여할 의지를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규제와 자율 규제, 소비자 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 정책 실효성과 산업 발전 사이의 균형이다. 암표 근절과 소비자 보호는 결코 상충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함께 달성 돼야 할 정책 목표다.

조직적 암표 거래를 근절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선의의 소비자와 국내 플랫폼 산업에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의 확대가 아니라 보다 정교하고 균형 잡힌 제도 설계다. 그것이야말로 암표 근절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길이며, 소비자와 산업이 함께 보호 받을 수 있는 해법이 될 것이다.

/조정훈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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