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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동혁은 왜 홍명보가 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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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점식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점식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체코를 2대 1로 꺾은 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향한 여론의 시선은 사뭇 달라졌다. 감독 선임 과정과 '무전술' 논란으로 대회 전까지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승리 이후에는 후반 교체 카드와 경기 운영이 재평가받았다. 사퇴를 요구하던 목소리도 상당 부분 자취를 감췄다.

지방선거 이후 '전국 재선거' 요구에 나서고 있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체코전 다음 날인 13일 축구대표팀을 언급했다. 전국 '쌍둥이 득표' 발생이 확률적으로 가능하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해명을 비판하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할 확률이 약 0.35%다. 확률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라고 했다.

실제로 장 대표가 대표팀 경기를 챙겨봤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 장 대표 입장에서는 '홍 감독은 여론을 돌렸는데 왜 나는 의원들에게 사퇴 요구를 받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하다. 장 대표와 당권파는 이번 지선을 '국민의힘의 승리'로 평가한다. 선거 이전 당 안팎에서 제기된 지도부 2선 후퇴 요구에도 결과적으로 텃밭인 대구·경북을 지켰고, 열세로 평가받던 서울과 경남까지 확보한 점을 성과로 꼽는다. 재·보궐선거에서 의석을 106석에서 110석으로 늘린 점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왜 장 대표는 국민의힘의 홍명보가 되지 못할까. 표면적인 이유는 단순하다. 광역단체 16곳 선거 결과 '국민의힘 4대 민주당 12'는 누가 봐도 국민의힘 패배다. 승리라고 하려면 과거 사례와 맥락을 수없이 끌어와 '졌잘싸' 빌드업을 해야 한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승리했다. 승리는 자연스럽게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지만, 패배는 반성을 먼저 요구받는다.

더 핵심적인 차이는 성적표를 받아든 뒤의 태도다. 홍 감독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전술은 짧게 설명한 뒤 작전을 이행한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19일 열릴 2차전을 대비한 훈련에선 1차전에서 드러난 수비 약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면 장 대표는 4대 12라는 결과에도 과거 보수정당이 대패했던 선거를 언급하며 소속 의원들에게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라"고 했다. 사실상 패배를 승리로 생각하라고 강요한 셈인데, 이마저도 장 대표가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은 지역에서 승리가 많았다는 구체적 분석에 힘을 잃었다.

선거 과정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당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던 당 고위 관계자들도 이제는 장 대표 이야기를 꺼내면 격정을 토로한다. 장 대표는 내부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를 외면한 채 당이 재선거 요구와 대여투쟁이라는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홍 감독이 체코전에서 1대 3으로 패하고 나서 "그래도 한 골 넣지 않았느냐"고 했다면 여론의 반응은 어땠을까. 패배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성과를 찾아내는 능력이 결코 아니다. 다음 승리를 준비하기 위해 패배를 인정하고 책임을 받아들이는 용기다.

/유범열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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