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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AI 도입 붐인데 '데이터 소유권' 여전히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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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중심 공정 데이터 활용 급증세⋯제도적 안전판 없어 'R&D 리스크' 상존
BIM 및 시공 데이터 지식재산권 소유 주체 모호⋯시행사·시공사 간 잠재적 분쟁 뇌관
EU·일본 글로벌 'AI 데이터 규범' 선점⋯가이드라인 없는 한국 기업들 판정패 위기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학습된 건설 데이터의 권리 기준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특성상 시행사, 설계사, 시공사, 협력업체가 공동으로 데이터를 생산하는 구조로 향후 데이터 소유권과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싼 법적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AI 도입이 확산되면서 건설 데이터의 가치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설계도와 공정 정보, 시공 노하우가 개별 프로젝트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이를 데이터로 축적해 AI 학습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GS건설에서 개발한 AI기반 공사 매뉴얼 '자이북'을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진. [사진=GS건설]
GS건설에서 개발한 AI기반 공사 매뉴얼 '자이북'을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진. [사진=GS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AI 네이티브 컨스트럭션(AI Native Construction)' 전략을 발표하고 오는 2028년까지 전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설계도와 공정 정보, 시공 노하우 등 현장 데이터를 AI 학습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건설은 BIM과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프로젝트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공동데이터환경(CDE) 플랫폼을 통해 설계·시공·운영 정보를 통합 관리하며 AI 활용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AI 기반 건설 매뉴얼 검색 시스템 '자이북(Xi-Book)'을 현장에 도입했다. AI가 주택 시공기준과 품질관리 기준, LH 시방서 등 5000페이지 이상의 문서를 학습해 현장 직원들이 필요한 정보를 즉시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도 BIM과 드론,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설계 정보와 시공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현장에 흩어져 있던 경험과 기술 자료를 데이터로 전환하는 작업도 확대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역시 생성형 AI와 BIM, 디지털트윈 등 스마트건설 기술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열린 '2026 스마트건설 챌린지'에서도 AI 기반 건설기술이 주요 분야로 선정됐다. 공공공사를 중심으로 BIM 적용이 확대되면서 AI가 학습할 수 있는 건설 데이터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GS건설에서 개발한 AI기반 공사 매뉴얼 '자이북'을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진. [사진=GS건설]
현대건설에서 제공한 'LH 본사 신사옥 BIM 시공' 이력. [사진=현대건설]

그러나 정작 자본시장과 법조계에서는 이 데이터들을 누가 소유하고 어디까지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지 AI가 도출한 결과물의 권리는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한 표준 계약 및 법적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을 치명적인 리스크로 꼽는다.

건설 데이터가 제조업 데이터보다 권리관계가 복잡한 이유는 '다수 주체의 공동생산'이라는 산업적 특수성 때문이다. 단일기업이 생산설비와 데이터를 독점하는 제조업과 달리 건설은 한 프로젝트에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

대표적인 쟁점은 BIM 데이터다. BIM은 설계·시공·유지관리 정보를 3차원 디지털 모델에 담은 데이터로 건설 AI의 핵심 학습 자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설계사가 작성한 BIM 모델을 시공사가 활용하고 이후 AI 기업이 이를 학습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했을 경우 데이터 원본과 AI 결과물의 권리를 누구에게 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하도급 업체의 공법 노하우가 담긴 기술자료도 마찬가지다. AI가 해당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설계안이나 공정관리 서비스를 개발할 경우 영업비밀 침해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현장 CCTV 영상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현장에서는 CCTV와 드론 활용이 크게 늘었다. AI는 이를 학습해 위험 행동을 탐지하거나 안전사고를 예측할 수 있으나 개인정보와 초상권, 데이터 활용 범위를 둘러싼 기준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관련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데이터법(Data Act)을 통해 산업 데이터 접근과 활용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며 AI법(AI Act)을 통해 AI 개발·활용 과정의 책임과 투명성 기준을 제도화했다.

일본 역시 데이터 활용 목적과 제3자 제공 범위, AI 학습 결과물 권리 관계를 계약 단계에서 명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지난 1월 AI기본법을 시행하는 등 AI 산업 육성의 큰 틀은 마련했지만 산업별 데이터 활용 기준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건설산업은 데이터 생산 주체가 다양해 제조업보다 권리관계가 복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규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데이터 활용과 권리 관계를 둘러싼 분쟁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건설기업의 기술 경쟁력은 보호하면서도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는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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