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넥슨게임즈가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개발하는 이유는 단순한 장르 확장이나 의도적인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아니라, 온라인 게임 중심의 한국 개발 환경에서 회사가 지속해서 동작하기 위한 구조적 대응입니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가 지난 16일 개막한 NDC 26 '서로 다른 게임을 동시에 개발한다는 것'을 주제로 한 대담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의 핵심 개발 자회사로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다작 체제는 불가피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가 16일 NDC 26에서 대담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넥슨게임즈]](https://image.inews24.com/v1/2be92c9bde880d.jpg)
넥슨의 핵심 개발사중 하나인 넥슨게임즈는 올해 1분기 기준 직원 규모가 1700여명에 이른다. 라이브 서비스 중인 게임을 비롯해 '프로젝트RX', '우치 더 웨이페어러', '던전앤파이터 아라드', '듀랑고 월드' 등 다수의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
넥슨게임즈가 이처럼 다작 체제를 도입한 것은 온라인 게임 중심으로 형성된 한국 게임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이다. 박 대표는 "온라인 게임은 출시 이후에도 개발 인력이 라이브 서비스에 계속 투입되기 때문에 한 게임을 끝낸 뒤 다음 게임을 시작하면 차기작 출시까지 6~7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며 "이 같은 구조에서는 회사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지속해서 신작을 준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RPG 기반의 변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패 가능성이 높거나 이해도가 낮은 장르에 무작정 도전하는 것이 아닌 그동안 축적한 RPG 개발 역량에 다른 가능성을 첨가하는 형태로 개발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가장 최신작인 퍼스트 디센던트 역시 기본적으로는 루팅 기반 RPG 구조를 갖고 있으며, 서브컬처 게임들도 스토리·그래픽·취향은 다르지만 게임의 핵심 코어는 RPG에 가깝다.
박 대표는 "넥슨게임즈가 여러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RPG라는 공통 기반 위에서 다른 방향을 탐색하는 구조에 가깝다. 한 발은 RPG에 걸쳐놓고, 한 발은 다른 가능성을 조금씩 탐색하는 형태"라며 "완전히 낯선 장르로의 도약이 아닌 기존 강점을 기반으로 확장을 꾀한다. 잘해온 RPG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용자 경험을 덧입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가 16일 NDC 26에서 대담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넥슨게임즈]](https://image.inews24.com/v1/7c9d334ee34899.jpg)
초대형 게임과 취향 저격 게임으로 양극화
박용현 대표는 최근 게임 시장이 '초대형 게임'과 '취향 저격 게임'으로 양극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든 면에서 최상위 수준을 요구하는 초대형 게임이거나, 특정 이용자층이 원하는 한 지점을 확실히 잡은 게임이 주목받는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중간 지대의 게임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초대형 게임은 개발비와 리스크가 매우 크고 특정 취향에 깊게 집중한 게임은 회사 운영 관점에서 높은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기에 포트폴리오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시장 변화가 넥슨게임즈가 기존 RPG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장르 문법과 유저 경험을 탐색하는 배경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새로운 장르나 시장에 도전할 때 시장 반응보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내부 개발 역량을 전환하는 과정"이라며 "한국 게임업계는 오랜 기간 특정 장르와 개발 방식에 강점을 쌓아온 만큼, 기존 방식에 익숙한 개발자가 다른 장르 문법과 제작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수록 단순히 게임을 일정에 맞춰 만드는 것보다, 타깃 이용자가 기대하는 품질을 맞추는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넥슨게임즈에 박용현 대표의 지정석은 없다. 서로 다른 게임을 동시에 개발하는 넥슨게임즈의 품질 향상을 위해 출시가 가까운 프로젝트에 박 대표가 직접 함께 하기 때문이다. 대표가 상황을 미리 알고 있으면 별도 보고를 위한 리소스가 줄어들고, PD와 디렉터가 게임 개발 자체에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박 대표는 "게임 내용을 직접 지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플랫폼, 퍼블리셔, 마케팅 등 PD나 디렉터 선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이슈를 빠르게 파악하고 의사결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표의 역할은 어느 시장에, 어느 정도 규모와 품질로 진입할지와 같은 큰 프레임을 잡고,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트러블 슈팅에 들어가는 것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가 16일 NDC 26에서 대담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넥슨게임즈]](https://image.inews24.com/v1/4bfdc6cbd293b1.jpg)
장기 흥행작 만들고파…글로벌 허들도 넘어야
넥슨게임즈의 다음 목표는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흥행작을 만드는 것이다. 박 대표는 "넥슨게임즈가 지금까지는 게임을 출시해 이용자들에게 '괜찮은 게임'으로 받아들여지는 단계까지는 비교적 잘해왔다"면서도 "다만 장기 라이브 서비스 역량은 앞으로 더 강화해야 할 과제다. 앞으로의 목표는 신작들이 시장을 뚫은 뒤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들과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하는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최근 한국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신호로, 넥슨게임즈를 비롯한 한국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의 높은 허들을 넘는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박용현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흐름 속에서 기존 성공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새로운 장르 문법과 이용자 경험에 맞춰 개발 역량을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향후 2~3년 안에 한국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의 허들을 넘어서는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하며, 그런 성공 경험과 노하우가 업계 전반에 퍼질 때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1세대 유명 개발자인 박용현 대표는 액션 RPG '히트2'를 필두로, 'V4', '블루 아카이브', '퍼스트 디센던트' 등 여러 인기 게임을 선보이며 넥슨게임즈의 라인업을 확장해왔다. 현재 넥슨게임즈 대표이사로서 주요 라이브 및 신작 프로젝트의 개발 및 조직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문영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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