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건강검진을 받는 노약자나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도 검사 순서에 따라 진료 공간을 자동으로 이동한다. 인공지능(AI)이 개인별 검진 일정과 대기 상황을 분석해 최적의 동선을 안내한다. 호서대학교 학생들이 건강검진센터에서 반복되는 길 찾기와 장시간 대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한 미래형 의료서비스다.
호서대는 디지털프로덕트디자인학과 백정훈 교수 연구팀이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 공모전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콘셉트 부문에서 2개 작품으로 위너상을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에는 백 교수를 비롯해 디지털프로덕트디자인학과 3학년 박민준·정새봄 학생이 참여했다. 수상작은 ‘Connected Life Care Service(AI 라이프케어 서비스)’와 ‘Mobility Driven Healthcare Space(미래형 의료공간)’다.

두 작품은 건강검진센터 이용자가 검사실 위치를 찾지 못하거나 검사 순서를 기다리면서 겪는 불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복잡한 동선과 부족한 안내, 검사실별 대기시간 차이 등 기존 건강검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AI 기술과 서비스·공간 디자인으로 해결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건강검진 경험이 있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사용자 리서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고령자와 장애인,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검사실을 옮겨 다닐 때 큰 부담을 느낀다는 점에 주목했다.
건강검진센터는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검사실을 차례로 이동해야 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용자가 검사 순서와 위치를 직접 확인해야 하고 검사실마다 대기 인원이 달라 예상보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보행이 불편한 이용자에게는 검사 자체보다 이동 과정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판단이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반 자율주행 이동형 휠체어 시스템을 제안했다. 수검자가 휠체어에 탑승하면 시스템이 개인별 검진 일정과 검사실 위치, 실시간 대기 상황을 분석해 다음 검사 장소까지 자동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별도로 길을 찾거나 검사 순서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이동 경로를 안내한다. 검사실 앞에서 불필요하게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이동이 어려운 환자가 보호자나 의료진의 도움에만 의존해야 하는 문제도 완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자율주행 휠체어에는 충돌 방지와 장애물 인식 등 안전 기능을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센터 내부의 환자와 의료진, 이동 장비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혼잡한 구간을 피하고 안전한 경로를 선택하도록 했다.
‘Connected Life Care Service’는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건강검진 예약부터 이동, 검사, 결과 확인까지 전 과정을 연결하는 서비스 모델이다. 개인별 건강 상태와 이동 능력, 검사 순서를 반영해 이용자에게 맞춤형 검진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함께 수상한 ‘Mobility Driven Healthcare Space’는 자율주행 이동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건강검진센터의 공간 자체를 새롭게 설계한 작품이다. 기존 검사실을 단순히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동 경로와 대기 공간, 안내 체계를 하나의 서비스 흐름으로 연결했다.
검사실 간 이동 거리를 줄이고 휠체어가 방향을 바꾸거나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이동 약자를 고려한 설계를 반영했다. 자율주행 시스템과 건축·공간 요소를 함께 설계해 기술과 의료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한 것이다.
두 작품은 하나의 기술이나 제품을 제안하는 데 머물지 않고 서비스와 공간을 통합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용자가 건강검진센터에 들어와 검사를 마치고 나갈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사용자 경험으로 바라봤다.
이번 프로젝트는 오프라인 공간 마케팅 기업 프로젝트 렌트와 진행한 산학연계 연구로 추진됐다. 최원석 대표를 비롯한 기업 관계자들이 산업 현장에서 축적한 공간 기획과 이용자 분석 경험을 공유하고 연구팀은 이를 서비스·UX 디자인과 접목했다.
학생들은 실제 공간을 운영하는 기업과 협업하며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과 현장 적용 방안을 구체화했다. 디자인 결과물의 시각적 완성도뿐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서비스 구조와 이용 동선까지 검토했다.
백정훈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는 사용자 경험과 의료서비스 과정을 통합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시도”라며 “AI 기술과 서비스 디자인, 공간 디자인을 융합해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미래 의료 환경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단순히 형태를 디자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를 발견하고 기술과 디자인을 활용해 해결책을 제시했다”며 “산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 수준으로 발전시킨 점도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가 주관하는 국제 디자인 공모전이다. 제품 디자인과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디자인 콘셉트 등 부문에서 창의성과 혁신성, 기능성 등을 평가한다.
호서대 디지털프로덕트디자인학과는 AI와 서비스 디자인, 사용자경험(UX)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등을 결합한 융합형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사회와 산업 현장의 문제를 분석하고 새로운 제품·서비스로 해결하는 프로젝트 중심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학과는 기업·기관과의 산학협력 과제를 확대하고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이번 수상은 학생들의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과 학과의 글로벌 디자인 경쟁력을 다시 확인한 성과로 평가된다.
/아산=정종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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