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9대 대구시의회가 마지막 회기를 향해 가고 있다.
4년 전 시민의 선택을 받아 등원했던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이제 의회를 떠난다. 그러나 이들의 시선은 여전히 시민을 향해 있었다. 임기 마지막까지 조례를 발의하고, 시정을 감시하며, 현장을 누비는 모습은 '유종의 미'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대구시의회 제325회 임시회는 단순한 회기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본회의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상임위원회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민을 위한 마지막 질문의 시간이다.
'대구시 저격수'로 불려온 윤권근 의원(달서구)은 마지막까지 날카로운 감시를 멈추지 않았다.
윤 의원은 최근 서면 시정질문을 통해 대구시 본청과 공기업, 출자·출연기관의 부실한 소송 미수금 관리 실태를 정조준했다.
최근 3년간 민사소송 비용으로 8억2천만원의 혈세가 투입됐지만 승소 후 회수하지 못한 채권이 1억5000만원을 넘는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대구시의 안일한 행정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회수 여부가 관리자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지는 관리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데이터 기반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을 촉구했다.
떠나는 순간까지 '시민 혈세 지킴이'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재선 의원인 김원규 부의장(달성군)은 농업인의 삶을 위한 마지막 제도적 울타리를 마련했다.
그가 대표 발의한 농업인공익수당 지급 조례안은 경제환경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김 부의장은 "농업인공익수당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라고 강조했다.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현실 속에서 농촌을 지키기 위한 그의 노력은 임기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황순자 의원(달서구)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출산장려 및 양육지원 조례 개정을 통해 '출산영향평가' 제도 도입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정책이 출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에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해 보다 실효성 있는 저출산 정책을 추진하자는 취지다.
황 의원은 "다양한 정책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시영 건설교통위원장(달서구)은 마지막까지 현장을 택했다.
빈집 정비 조례 개정을 통해 철거 후 공공용지 제공기간을 완화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또 신천 프러포즈 조성사업 현장을 직접 찾아 안전한 시공과 철저한 공정 관리를 당부했다.
책상 위가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 했던 그의 의정 철학은 마지막 순간에도 변함이 없었다.

초선인 김정옥 의원(달서구)은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끝내 결실로 이끌었다.
그동안 진통을 겪어온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게 됐다.
아르바이트 청소년과 직업계고 학생들의 노동권 보호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김 의원은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모습은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재화 부의장(서구) 역시 교육위원회 마지막 상임위원회를 마무리하고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 노인복지관협회 토론회, 불교박람회 참석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 추모 행사 참석부터 여성의정 기본과정 준비까지, 임기 종료를 앞둔 시점에도 의정활동은 계속됐다.
정치는 흔히 시작에 주목한다.
출마 선언과 당선의 순간은 화려하다.
그러나 진정한 정치의 품격은 마지막에 드러난다.
남은 회기 동안 단 한 건의 조례라도 더 챙기고,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 하나라도 더 남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9대 대구시의회는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시민 곁을 지킨 의원들의 책임감과 진정성은 대구시의회의 또 다른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의회는 떠나지만, 시민을 향한 마음만큼은 마지막까지 현역이었다.
/대구=이창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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