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감독 홍종찬)은 교육 현장의 모순이 극대화되는 시점을 잘 파고들었다. ‘모범택시’건, ‘참교육’이건 사적 제재나 복수는 안되는 거지만, 콘텐츠를 통해 악질 가해자들을 혼내주는 상상을 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며, 이 시점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하다. 실제 “좋다” “시원하다”며 흥분하는 시청자 반응들을 볼 수 있다.
‘참교육’은 선넘는 학생, 학부모, 교사로 인해 무너진 대한민국의 교권과 교육현장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교육부 장관 직속의 가상 국가기관 ‘교권보호국’의 통쾌하고 시원한 참교육을 그린 이야기다. 교육의 본질이 무너지게 한 데에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가 될 수 있다. 필자가 학교 다닐 때도 선 넘는 교사는 ‘미친 개’ 등으로 불렸는데, 지금도 스타일이 바뀌었겠지만 여전할 것 같다.

학교, 즉 교육현장은 붕괴돼 가고 있다. ‘참교육’은 교권 침해, 학교폭력, 신고 남발 악성 민원, 미성년자 약물, 촉법소년 문제 등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는 교육시스템 문제를 에피소드별로 다루고 있다.
원래 언론조차도 손을 잘 안대는 분야가 의료와 교육 분야다.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라 다루기는 해야 하지만, 웬만큼 기획 시리즈물을 쓴다 해도 뻔한 얘기 외에는 실행가능한 근본대책이 쉽지 않다. 모순들이 워낙 첨예하게 얽혀있어, 완벽한 솔루션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만 놔둘 수 있는 문제들은 아니다.
‘참교육’의 홍종찬 감독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드라마를 통해 제기하고 있다. 2018년 JTBC ‘라이프’는 의료계의 부조리와 전문경영인의 이윤 추구의 충돌을 통해 의료계의 현실을 고발했다.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가 쓴 ‘라이프’에서 화물회사를 4년간 이끌다 상국대병원 총괄사장으로 부임해온 구승효(조승우)가 목숨이 매개체인 대학병원 경영을 통해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기준점을 스스로 자각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홍종찬 감독은 의료현실을 고발한 ‘라이프’에 이어 ‘참교육’ 연출로 교육 시스템과 교육문화의 문제점을 잘 풀어냈다. 홍 감독은 동명의 원작 웹툰이 인종차별, 성차별 등 논란이 많아 이남규 작가와 함께 학교 교육의 피해자 구제라는 측면을 강조하면서 논란을 피해가고 거부감을 줄여나갔다.
‘참교육’에는 특전사 출신 교권보호국 감독관 나화진 역의 김무열과 교권보호국을 창설한 교육부 장관 최강석을 맡은 이성민, 나화진의 특전사 후배이자 교권보호국 감독관인 임한림을 맡은 진기주, 봉근대 사무관(표지훈)이 맹활약한다.
완벽한 남자 해결사, 액션이 좋은 여자 해결사, 나이 있는 멘토, 컴퓨터 잘 다루는 멤버 구성은 ‘모범택시’때와도 비슷한, 문제 해결의 기본 조합이다.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나화진을 연기하는 김무열의 거침없는 실전 액션은 단연 시선을 붙잡았다. 학생, 선생님 등 피해자의 대변인으로 나선 그는 답답한 속을 뚫어주는 통쾌한 행동, 박진감 넘치는 모션으로 쾌감을 자극했다. 특히 힘을 조절하다가도 순식간에 돌변하는 스피디한 액션을 통해 화진의 거친 매력을 생생하게 표출함과 동시에, 피해자들의 억눌린 감정까지 해소시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래서 이 두가지 펀치, 문제적 인간을 그냥 때리는 장면과 오른 손을 높이 들어 순식간에 큰 모션으로 스피디한 액션을 보여주는 건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후자 액션은 확실하게 보내버리는(?) 해결사적인 행위를 통해 사이다를 선사한다. 그만큼 ‘교육빌런’들이 만만치 않아 상대하기 쉬운 상대가 아님을 보여준다.
예비역 중사 임한림을 맡은 진기주도 단정하고 반듯해 보이는 첫인상과는 달리,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거침없는 성격과 돌발 행동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 시청자에게 신선한 충격과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자칫 과장되거나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하이 텐션을 정교한 톤 조절과 단단한 연기 내공으로 표현해 내며 더욱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할 권리를 부여받는 등 거의 초법적 권한을 부여받은 ‘교권보호국’에 대한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1회에서 김무열은 동료 학생을 괴롭혀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 학생인 류준형에게 하는 말은 교권보호국의 존립 목적을 분명히 했다.
“자신이 한 행동을 고스란히 돌려받음으로써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깨닫게 하는 것, 그리고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 그게 바로 교권보호국이 추구하는 진짜 교육이다.”
심지어 학교 홈페이지에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그리고 그 기록은 피해자의 용서가 있지 않는 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교육부 장관 이성민도 “교권보호국은 체벌, 아니 체벌 할아비라도 동원해 아이들의 학습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또한 국회에 나가 “교권국은 선생 편도 아니고, 학생 편도 아닌 피해자 편이다. 공평함이 뭔지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김무열의 약혼녀이자 이성민의 딸인 최가윤은 “어른이 애들 무서워하면 세상은 망해”라는 신념을 가진 교사이지만 2년전 문제학생에 의해 희생당한다.
담임선생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조작하며 교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여학생. 그것으로 고민하다 결국 자살하는 교사 등 내용의 수위가 너무 높아 보기에 불편할 때도 있지만, 교육문제에 접근하는 행위로 읽혀지기도 한다.
무너지는 교권에 대해 이성민이 “교육시스템 부족으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고 홀로 견디게 해서 죄송하다”면서 교권 침해로 인해 생을 마감하는 선생님들, 현재도 고통받는 선생님들에게 미한함을 전할 때는 숙연함 마저 느껴졌다.
지난 몇 년간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직원이 11,626명인데, 그중에서 기소가 된 사람은 1.6%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였는데도 신고로 피해를 받고 있다. 이성민은 김무열에게 “법 믿고 갑질하는 학무모들 잘 감시해”라고 말한다. “선생님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입니다”라는 말이 귓가에 남는다.
우리 사회의 민감한 문제인 촉법소년도 다뤄진다. 현진중학교의 무적 14세 이야기. 촉법 애들에게 당한 학생이 한둘이 아니다. 촉법이 하늘에서 내린 벼슬이다. 이들은 펜타민이 들어간 유사마약을 애들에게 먹이고, 학생들을 '마약 드로퍼'로 만들어 돈을 벌고 있었다. 이성민 장관은 “법에는 촉법이 있어도, 교육에는 촉법이 있을 수 없으니까 이들은 우리(교권국)가 책임진다”고 말한다.
이밖에도 온라인 도박의 50% 이상이 학생이며, 이는 고리대금업 등에 의한 피해 등으로 연결되며 심각해지는 2차 범죄, 집중력이 좋아져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하트약’에 유사마약성분이 검출된 사실 등도 다루고 있다. 잦아지는 학폭 사
례에 관해서는 학폭전문변호사들이 매뉴얼을 알려준다고 한다.
“먼저 신고하세요. 그러면 ‘피해자 프레임’을 선점할 수 있어요. 맞폭하세요.(가해자와 피해자의 주장이 엇갈리며 서로 신고하는 것) 그래야지 쌍방과실로 정리됩니다.”
교권감독관이 아들에게 의대 입시를 강요하며 빡빡한 일정을 기계처럼 소화하게 하는 어머니에겐 본인이 직접 그 커리큘럼대로 공부해서 의대로 가라고 할 때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뭔가를 느끼게 한다. 이제 이런 교육문제에 대해 심각성과 함께 현실적 대책을 좀 더 논의하고 토론할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참교육'의 효용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서병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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