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정훈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암표 근절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부 조항에 대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KBO)가 출범 42년 만에 10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인기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지만 '암표'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입장 티켓을 검표 모습. [사진=KBS 보도화면 캡처]](https://image.inews24.com/v1/d9ef607e564d44.jpg)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부정 구매와 고가 재 판매 등 이른바 '조직적 암표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업계 역시 건전한 공연·스포츠 관람 문화 조성과 소비자 피해 예방이란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업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과징금 부과 기준, '상습 또는 영업'의 판단기준, 일반 소비자의 재판매 행위에 대한 규제 범위 등을 둘러싸고 법적 명확성과 비례성 측면에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웃돈' 붙인 티켓 양도도 과징금 대상 될 수 있어"
특히 해당 시행령 개정안은 자신이 구입한 가격 이상의 재판매 행위에 대해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최소 5배에서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실제 공연·스포츠 티켓 거래 과정에서 일정 변경, 개인 사정, 환불 제한, 취소 수수료 부담 등으로 인해 입장권을 양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조직적·상습적 암표 거래와 일반 소비자의 일회성 재판매 행위를 구분할 수 있는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법예고된 시행령에 따르면 정가 10만원의 티켓을 구매한 뒤 예매 수수료, 배송비, 거래 수수료 등을 고려해 11만원 수준으로 판매하는 경우에도 법령상 부정 판매로 간주돼 2회 이상부터 판매 금액의 10배~50배인 110만원~5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경제적 이익이 없는 일반 소비자의 경우에까지 조직적·상습적 암표상 동일한 징벌적 과징금 폭탄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공연과 스포츠 경기를 이용하는 청소년과 대학생도 과징금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학업 일정 등으로 관람이 어려워져 티켓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법적 기준을 제대로 알지 못해 과징금에 부과될 우려도 크다.
암표 근절의 핵심 대상은 매크로를 활용한 부정구매자나 반복적·영업적 판매자인데, 시행령은 일반 소비자와 전문 암표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징금, 판매액의 5배~50배...비례 원칙 논란"
과징금 수준 자체도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과징금이 위반 행위 정도와 사회적 위험성에 비례해야 하는데 일회성 거래와 상습·영업 목적 거래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금액의 수 배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것은 비례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시행령 단계에서 사실상 징벌적 제재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은 상습 또는 영업 목적의 부정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나 상습성과 영업성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법률에 직접 규정되어 있지 않다. 모 법 역시 시행령에 그 판단기준을 위임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행령은 사실상 2회 이상 판매를 상습행위로, 정가의 2배 이상 판매를 영업 행위에 준하는 수준으로 간주하는 효과 등의 과징금 부과 체계를 마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모법은 과징금 부과 시 △위반 행위의 내용·정도 △위반 행위 기간·횟수 △위반 행위로 취득한 이익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령은 단순히 판매 횟수나 가격만을 기준으로 판매 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어 법률이 예정한 종합적 판단 체계와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원 역시 상습성이나 영업성을 판단할 때 단순 횟수나 가격만이 아니라 거래의 반복성, 계속성, 수익 추구 목적, 거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왔다는 점에서 시행령이 지나치게 획일적인 기준을 설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규제, 암표상 근절에 초점...선량한 소비자 피해 안 돼"
업계는 암표 근절을 위해서는 매크로 등을 이용한 부정구매자, 반복적·상습적 판매자, 영업 목적 판매자 등을 중심으로 제재 대상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반 소비자의 일회성 재 판매까지 광범위하게 처벌할 경우 거래는 음성화되고 선의의 국민들만 법적 불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암표상을 막자는 취지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시행령이 일반 국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방향으로 운영돼선 안 된다. 실제 규제 대상인 조직적·상습적 암표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입법 예고한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달 26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입법 예고가 진행된다. 국민, 기업, 단체 등 누구나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제출된 의견은 정부의 최종 시행령 확정 과정에서 검토될 예정이다.
/조정훈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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