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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도 못 구한다"…AI가 바꾼 메모리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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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SK하이닉스 2년 장기계약 공식화
브로드컴 "2029년 물량 확보 중"…메모리 선점 경쟁 격화
가격보다 물량 확보가 우선…메모리, 전략 자산으로 부상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아 반복적으로 던진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 CEO는 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SK하이닉스를 "엔비디아의 최대 메모리 파트너"라고 재확인했다. 양사는 2년 이상의 장기 공급계약(LTA)과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 계획도 발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고깃집에서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 회동에서 시민들에게 HBM 칩을 나눠주고 있다.[사진=곽영래 기자]

황 CEO는 이날 저녁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간 발언도 내놨다.

그는 "SK하이닉스가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2배 늘리겠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AI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 시대를 이끄는 엔비디아 수장이 메모리 부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JP모건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Vera) CPU와 HBM4 수요 확대를 근거로 2027~2028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HBM과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가격 상승을 '칩플레이션(Chipflation)'으로 규정했다. 단순한 업황 회복이 아니라 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구조적 변화라는 분석이다.

AI 산업이 커질수록 필요한 메모리 양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황 CEO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올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를 웃돌 것"이라며 HBM과 저전력 D램(LPDDR) 수요 확대를 거듭 강조했다.

삼성전자 HBM4E 12단 제품. [사진=삼성전자]

메모리 시장의 변화는 계약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메모리 업계는 분기 또는 반기 단위 가격 협상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수년 뒤 물량까지 미리 확보하는 장기 공급계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계약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브로드컴의 혹 탄 CEO의 최근 발언은 현재 상황을 더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UBS의 티모시 아르쿠리 애널리스트와의 질의응답에서 혹 탄 CEO는 HBM 공급 부족 문제에 대해 "공급 확보는 단순히 돈을 쏟아붓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2026년과 2027년 물량은 이미 확보했고 현재는 2028년과 2029년 물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AI 기업들이 이미 수년 뒤 생산 물량까지 선점 경쟁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메모리 기업들도 이에 맞춰 장기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와 장기 공급 계약을 다수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누적 장기 계약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경기에서 시구를 마치고 관중석에서 야구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다만 계약 조건은 고객마다 다르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장기 공급 계약은 향후 메모리 가격 전망치를 반영한 계약 단가와 구매 물량에 따른 할인율, 수요 감소 시 적용되는 패널티 조항 등을 포함한다.

한 메모리 반도체 전문가는 "계약마다 강제성은 다르지만 향후 예상 가격의 평균값과 물량 할인 폭, 계약 파기 시 부담해야 하는 패널티가 핵심 요소"라며 "AI 기업들은 가격보다 필요한 시점에 물량을 확보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산업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가격이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생산능력이 경쟁력이다. 과거에는 분기 실적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2~3년 뒤 물량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

AI 데이터센터와 AI PC, 로봇, 자율주행 시장이 동시에 성장하면서 메모리가 범용 부품에서 전략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지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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