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이재명 정부는 지난 3월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노동 분야 대표 성과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을 확대하고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근로계약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으면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신장한 정책이지만 그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노사 관리가 훨씬 더 복잡해졌다. 최근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요구 논란까지 번지면서 관리해야 할 사안이 훨씬 더 많아진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래 기업들이 우려했던 것은 노란봉투법이었는데 삼성전자 성과급 문제가 새로운 갈등 변수로 떠올랐다"며 "(기업 입장에선) 하나였던 태풍이 둘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6~7월 들어 원·하청 교섭 문제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청노조 임단협과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겹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중 부담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7e8269d9f72da.jpg)
삼성 넘기자 현대차·카카오…성과급 갈등 산업계로 번져
산업계를 가장 긴장시킨 사례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 노조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사례를 근거로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 기준으로 바꾸고 이를 10년간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달 총파업 우려가 현실화하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교섭 과정에 참여하며 사태 봉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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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위기는 넘겼지만 성과급 논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최고실적 동기부여 프로그램' 관련 논의를 하반기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전기 역시 성과급 재원을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유지할지, 영업이익 10% 연동 방식으로 바꿀지를 두고 올해 임직원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삼성 DS 특별성과급 합의를 계기로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보장하라는 이른바 'N%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 13~15% 수준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 노조도 기본급 7.1% 인상안을 포함한 교섭 요구안을 제출했고, 현대제철 노조는 성과급 15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 노조는 오는 10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본사 파업에 나선다.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5개 법인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파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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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은 임단협, 하청은 교섭 요구…노란봉투법 첫 하투
재계가 더 주목하는 부분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기업이 맞닥뜨릴 새로운 노사관계다.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여름철 임단협을 진행하는 동시에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 약 8만7000명은 사상 처음으로 공동 투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38개 노조가 참여 대상이다. 이들 계열사 노조는 지난 4일 첫회의를 열고 공동 투쟁 계획을 논의했다.
여기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울산지노위)는 현대차가 구내식당·보안업체 등 하청노조 조합원 1675명을 상대로 단체교섭에 응해야 하는지를 두고 심문을 진행 중이다. 오는 15일 열리는 3차 회의에서 현대차의 사용자성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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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아직은 잠잠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차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권 문제처럼 핵심 쟁점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특히 지노위가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 범위와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재계가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전국 407개 사업장에서 하청노조가 221개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수도권 레미콘 업계의 8일 휴업 움직임이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건설 현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원청 기업이 자사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에 집중하면 됐지만,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는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원청노조의 임단협과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같은 시기에 진행될 경우 기업들의 노사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D현대 판결 후폭풍…원청 책임 어디까지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다시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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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2016년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이 임금과 작업방식 등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단체교섭을 요구했고 2017년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1일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원청 사업운영의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청이 이를 직접 결정하거나 지배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는 근로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사업주라는 기존 법리를 유지한 셈이다.
이번 판결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 사건에 대해 기존 법을 그대로 적용한 사건이다.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넓혔다. 노동계가 이번 판결을 두고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재계는 반대로 대법원이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무제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는 원칙적으로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맺은 사용자에게 인정된다는 기존 법리를 다시 확인한 판결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법원 판단이 노란봉투법 적용 범위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CJ대한통운, 현대제철, 한화오션 등 원청의 사용자성과 단체교섭 의무 범위를 둘러싼 사건도 진행 중이다.
"파업 이슈 1년 내내 이어질 것"…재계 재개정·폐지 목소리
일각에서는 사용자 범위를 넓힌 '실질적 지배·결정' 기준과 손해배상 제한 조항 등을 이유로 노란봉투법 폐지 또는 재개정 필요성도 제기한다. 특히 대기업들은 수백~수천 개 협력사로 공급망을 운영하는 만큼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삼성전자의 한 협력업체 임원은 "대기업의 영업이익이나 성과급 규모를 기준으로 협력업체 근로자 사이에서도 추가 배분을 요구하거나 성과급 산정 기준 자체를 다시 논의해야 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용자 범위와 책임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분쟁이 반복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투자보다 해외 생산기지 확대나 고용 축소를 검토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현장 혼선을 줄일 수 있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일 발표한 '도요타 노사관계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업 이익 분배 요구와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산업현장 혼란, 파업 만능주의를 문제로 지목했다. 또 기업의 이익은 투자와 연구개발, 고용 확대에 활용돼야 할 경영 자원라고 설명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여름철 노사협상과 하투를 거쳐 하반기가 지나야 실제 영향에 대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사용자 범위와 책임 기준이 모호한 만큼 사업장 혼선은 불가피하고 경영진은 1년 동안 협상에 대응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장 혼선이 큰 만큼 재개정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개정안 폐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 책임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반복되면 국내 투자 위축과 외국인 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핵심은 법원 판단으로, '실질적 지배·결정' 기준을 둘러싼 소송과 판례가 사실상 노란봉투법 적용 기준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스탠다드(기준)에 맞는 노사 균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권서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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