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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1년]⑤통상 외교…美 관세·中 관계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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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법으로 관세 압박 완화…반도체 호황 타고 수출 급증
한·중 정상 교차 외교 후 공급망 협력 재개…대중 흑자 전환
국내 주력 수출품 향배…美 무역법 301조 대응에 성패 달려
철강 세이프가드·CBAM 이중고…EU 대응도 여전히 과제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1년간 미·중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이념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실용 통상 외교' 정책을 펼쳤다.

출범 직후부터 마주한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한층 강화됐고, 중국 역시 핵심 광물과 원자재를 무기화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까지 본격화했다.

미국·중국·유럽 3대 시장에서 동시다발적인 통상 파고에 직면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관세 압박, 대미투자법으로 승부…반도체 기반 대미 수출 확대

첫 번째 시험대는 미국이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교역 측면에서 미국만 손해보는 불공정한 무역이 지속되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강력한 통상 압박을 우회하기 위한 승부수를 걸었다. 미국 측과 반도체, 에너지, AI, 조선 등 미래 산업을 아우르는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해 7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OU 체결로 위기를 넘긴 것도 잠시 올해 1월 갈등은 재점화됐다. 미 정부는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속도를 문제 삼으며, 한국산 주요 수출품에 ‘상호관세율 25%’라는 고율 관세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워싱턴 D.C.로 긴급 출국해 미 상무장관 등 고위 관계자들을 연쇄 접촉하며 관세 폭탄을 저지하기 위한 방화벽을 쌓았다.

귀국한 김 장관은 곧바로 국회를 찾아 대미 투자 약속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법안이 기한 내에 통과돼야 미국의 관세 인상 유예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초당적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 역시 관세 보복 시점을 늦추기 위한 물밑 협상에 주력했다.

결국 지난 3월 대미투자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정부가 법적으로 관리하고 보증할 수 있는 수단이 확보됐다.

정부는 이 특별법을 지렛대 삼아 미측이 압박하던 25%의 상호관세율을 잠정적으로 유예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올해 대미 수출을 견인한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 수준의 관세 환경을 이끌어내며 수출 여건을 일정 부분 안정시키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통한 성과는 통상 지표로도 나타났다. 산업부가 지난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22억 8510만 달러였던 대미 수출액은 올해 5월 159억 7000만 달러로 무려 59.1%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미 무역수지 역시 33억 달러 흑자에서 84억 달러 흑자로 약 3배 이상 늘어나며 일정 부분 결실을 거뒀다.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높아진 환경 자체는 통제할 수 없는 외생 변수"라며 "주어진 조건을 고려하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대응을 제대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대미투자특별법 자체가 기업 활동에 직접적인 부정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수출 증가에는 반도체 경기와 환율 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관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상호관세를 일정 수준으로 고정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최근 수출 증가는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과 HBM 수요 확대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中과 통상·외교 복원 시동…5개월 연속 무역 흑자 전환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중 통상 기조는 '디리스킹'(위험관리)원칙 아래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복원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정부는 출범 이후 중국과의 정상외교 및 고위급 소통 채널을 재가동하며 관계 안정 메시지를 발신했고, 공급망 협의 채널을 유지하는 한편 핵심 광물·소재 분야에서의 협력 구조를 구축했다.

한중 통상 관계의 전환점은 지난해 11월 이후 이어진 양국 정상 간 교차 외교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과 경제·민생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이 대통령도 취임 이후 약 2개월 만인 올해 1월 중국을 국빈 방문하며 한중 관계 전면 복원 메시지를 공식화했다.

정상외교 재가동 이후 양국 산업·통상 당국 간 교류도 빠르게 복원됐다. 지난 3월 한중 양국은 상무장관회의와 산업장관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며 공급망 안정과 산업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글로벌 물류 및 원자재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공급망 핫라인을 즉시 가동하고, 희토류·영구자석 등 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수출통제대화와 허가 절차 간소화를 통해 안정성을 높이기로 합의했다.

또한 4년 만에 재개된 한중 산업장관회의에서는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 협력과 함께 그린전환, 실버산업 등 미래 협력 분야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 대면 기준으로는 지난 2018년 이후 8년 만에 열린 회의로, 양국 산업 협력 채널이 사실상 정상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지난 4월 한중 경제공동위원회도 개최돼 희토류 등 핵심광물을 포함한 공급망 안정 관리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부의 한중 관계 복원에 대한 지속적인 신호는 결국 주효했다. 대중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 8억 달러 적자에서 올해 1월 3억 달러 흑자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흐름을 탄 대중 무역은 올해 5월까지 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수치상으로도 지난해 5월 9억 달러 흑자에서 올해 5월 38억 달러 흑자로 대폭 상승하며 대중 실리 통상의 효과를 입증했다.

허 교수는 "미국에 군사·안보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현실이지만,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까지 배타적으로 가져갈 필요는 없다"며 "핵심기술은 미국, 기초 원자재는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를 고려할 때 양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병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기보다는 경제적 강압을 최소화할 수 있는 관리형 관계가 중요하다"며 "장관급 소통 채널을 지속적으로 가동하는 현 정부의 접근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향후 과제도 산적"…美 무역법 301조 및 EU 규제 장벽 대응 시급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 앞에 걸린 EU기[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 정부의 성과를 평가하면서도 향후 과제가 여전히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미국이 강력히 추진 중인 무역법 301조 대응, EU의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한 통상 당국의 역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 조치가 부당·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인상, 양허 철회, 수입 제한 등 광범위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강력한 통상법이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미 행정부가 우회로로 선택한 카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을 포함해 16개국을 대상으로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 중이다.

허 교수는 "미국이 상호관세 관련 법적 리스크를 우회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를 활용한 품목별 조사 및 관세 조치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주력 수출 품목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는 만큼, 향후 301조 조사 결과와 대응 협상 결과가 우리 수출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전략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발 관세 압박 못지않게 EU가 추진 중인 '녹색·보호무역 장벽' 역시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풀어야 할 무거운 숙제다. 당장 이달 말 한시적 철강 세이프가드가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EU는 무관세 쿼터를 기존 대비 절반 수준(47%)으로 대폭 축소하고 초과분에 대한 관세율을 최고 50%까지 끌어올리는 신규 철강 무역보호 규제안(신규 TRQ) 시행을 확정 지었다. 여기에 탄소 배출량을 규제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까지 본격 결합되면서 국내 철강·제조 대기업들은 이중 규제 덫에 갇힌 상태다.

김 교수는 "EU와의 협상 과정에서 다른 경쟁국들처럼 국가별로 차별화된 특혜나 예외 조항을 더 적극적으로 따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EU의 일방적인 환경 규제 공습으로 인해 사실상 기존 한-EU FTA의 관세 혜택이 무력화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특히 철강 TRQ(저율관세할당량) 한도에 묶인 상태에서 탄소 부담금까지 부과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국내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명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한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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