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티메프 방지법' 논의가 국회에서 속도를 내면서 이커머스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판매대금 정산기한을 최대 30일 수준으로 단축하는 방안이 현실화하면 자금운용 부담이 커지고 투자여력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일 국회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8일 강민국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축조심사 절차에 돌입했다. 해당 법안은 판매대금 지급기한을 단축해 납품업체 자금회수 기간을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직매입 거래의 판매대금 지급기한을 현행 60일에서 40일로 단축하고 특약매입 거래 등의 지급기한은 현행 40일에서 30일로 줄이도록 했다. 또 납품업체별로 월 단위 거래대금을 합산해 지급하는 경우 월 매입마감일로부터 20일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이번 개정안은 티메프 사태 이후 정치권에서 잇따라 발의된 후속입법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판매자들이 정산금을 받지 못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정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요구가 커졌다. 이후 정부와 국회는 판매대금 별도관리 의무와 정산기한 단축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해 왔다.

애초 발의됐던 강경안보다는 한발 물러섰지만 업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정무위에는 오세희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도 계류돼 있다. 해당 안은 직매입 거래의 판매대금 지급기한을 20일, 특약매입 거래는 15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커머스는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PG)를 거쳐 플랫폼으로 유입된 판매대금을 일정기간 보관한 뒤 판매자에게 지급한다. 환불·반품, 카드 차지백 등 거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일정수준의 정산 유예기간을 두고 운영하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를 고려해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정산주기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플랫폼 자율에 맡기고 대신 지급조건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에 방점을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실제 유럽연합(EU) 플랫폼-기업간 거래규정(P2B Regulation)은 정산기간 자체를 규정하기보다는 지급조건과 변경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공개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는 정산기한이 일률적으로 단축될 경우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유동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판매대금 지급시점이 앞당겨지면서 그동안 자금운용에 활용하던 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정산기한이 단축되면 기업으로서는 자금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투자에 활용하던 재원을 정산에 우선 배분해야 하는 만큼 신규투자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산기한 단축에 따른 부담이 국내 플랫폼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플랫폼과의 형평성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해외 플랫폼 역시 적용대상이지만 해외사업자라는 특성상 규제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커머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에만 규제가 강화될 경우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며 "판매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 글로벌 경쟁 환경을 함께 고려한 균형 있는 규제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