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준표 기자] 감염이 생긴 부위에서만 항균제를 방출해 병원균을 제거하고 정상 미생물은 최대한 보존하는 스마트 항균 소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항생제 내성균 치료와 구강·피부 감염 질환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단국대학교 조직재생공학연구원 이정환 치과대학 교수와 신원상 나노바이오의과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감염 부위의 생체 환경 변화에 반응해 약물을 선택적으로 방출하는 ‘pH 반응형 항균 하이드로젤’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감염 부위가 산성으로 변하는 특성을 활용한 데 있다. 일반적으로 세균 감염이 발생하면 염증 반응과 대사 변화로 인해 주변 조직의 pH가 낮아진다. 연구팀은 이 변화에 반응하도록 소재를 설계했다. 평상시에는 항균제 방출을 억제하다가 감염이 발생해 산성 환경이 형성되면 약물이 방출되는 방식이다.

기존 스마트 생체재료는 특정 조직이나 제한된 질환에 맞춰 개발되는 경우가 많아 활용 범위가 좁다는 한계가 있었다. 피부 상처 치료용 소재는 피부 감염에, 구강용 소재는 치주 질환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반면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감염이라는 공통된 생체 신호에 반응하기 때문에 구강 질환인 치주염과 피부 질환인 상처 감염 모두에 적용 가능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하나의 소재 플랫폼으로 여러 감염성 질환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특정 부위에만 국한된 치료제가 아니라 감염 환경 자체를 인식해 작동하는 범용 항균 시스템에 가깝다는 의미다. 향후 치과 치료, 상처 치료, 의료기기 감염 예방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치료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항생제 내성균으로 알려진 MRSA 감염 모델에서 약 99%의 세균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MRSA는 일반 항생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대표적인 병원성 세균으로 병원 감염과 난치성 상처 감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소재는 항균 효과와 함께 상처 치유 효과도 보였다.
특히 병원균 제거와 미생물 균형 회복을 동시에 겨냥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기존 항균 치료는 병원균뿐 아니라 유익균까지 함께 줄여 미생물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반면 이번 소재는 감염 부위에서 필요한 시점에만 항균제를 방출하도록 설계돼 불필요한 약물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치료 효율을 높이면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정밀 치료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외부 자극이 필요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일부 스마트 소재는 빛, 열, 자기장 같은 외부 자극을 통해 약물 방출을 조절한다. 그러나 실제 임상 환경에서는 외부 장비나 자극 조건을 맞추기 어렵고 적용 부위에 따라 한계가 생길 수 있다. 이번 소재는 체내 감염 환경의 pH 변화만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치료 과정의 편의성과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바이오공학, 동물실험 분야 연구진이 함께 참여한 융합 연구로 진행됐다. 소재 설계와 제조, 감염 환경 반응성 분석, 항균 효과 검증, 동물 모델 기반 치료 효과 확인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연구팀이 수행했다. 실험실 수준의 소재 개발을 넘어 실제 치료 가능성까지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정환 교수는 “감염 부위에서만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항균 시스템을 구현해 치료 효율과 안전성을 높였다”며 “다양한 감염성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컴포지트 앤드 하이브리드 머티리얼스(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 2024년 IF=21.8)’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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