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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지선언은 피하고 공격은 남긴 단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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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선거 때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시민사회단체, 직능단체, 협회 이름을 단 기자회견이 열린다. 겉으로는 정책 검증이고 명분은 공익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특정 후보의 과거 논란을 다시 꺼내거나 이미 정치권에서 소비된 의혹을 선거 막판에 재점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지선언은 아니라고 하지만 효과는 지지선언보다 더 직접적일 때도 있다.

이번 충남도지사 선거 막판에도 그런 장면이 이어졌다. 충남공공형어린이집연합회는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의 과거 사생활 논란과 후보직 사퇴 경위를 문제 삼았다. 보육 현장의 어려움,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 보육교직원 처우 개선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단체 기자회견의 초점은 후보 개인의 과거 논란이었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단체 대표의 이력이다. 이쌍선 충남공공형어린이집연합회장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계룡시의원 비례대표에 도전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특정 정당 소속으로 출마했거나 정치 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적 발언권이 제한돼서는 안 된다. 시민 누구나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 있고 단체 대표도 후보를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 막판 단체 명의로 특정 후보를 겨냥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해당 단체가 앞서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은 뒤 경쟁 후보를 향해 도덕성 공세를 폈다면 더 그렇다. 정책협약은 가능하다. 직능단체가 자신들의 현안을 후보에게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정책협약 이후 상대 후보의 사생활 논란을 들고나오는 순간 정책 요구와 선거 공세의 경계는 흐려진다.

충남바른여성인권연합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 단체는 천안시청 브리핑실을 예약하면서 ‘여성인권’ 관련 기자회견이라고 알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실제 회견은 여성인권 정책이나 제도 개선보다 박 후보 비판에 집중됐다. 여성인권이라는 공익적 명분이 특정 후보를 겨냥한 선거 메시지의 포장지로 쓰인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공청사 브리핑실은 아무 단체나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빠져나가는 공간이 아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공간이다. 그곳에서 특정 후보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다면 회견 주체도 질문을 받아야 한다. 어떤 단체인지, 누구를 대표하는지, 왜 지금인지, 특정 정당이나 후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회견문만 읽고 질문을 피하는 방식은 공론장이 아니라 일방적 선전전에 가깝다.

물론 후보 검증은 필요하다.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은 유권자가 따져볼 수 있는 영역이다. 과거 논란이라고 해서 무조건 덮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검증은 사실에 근거해야 하고 형평성을 갖춰야 하며 제기하는 쪽의 투명성도 함께 요구된다.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후보만 겨냥하고 단체 명의로 정치적 효과만 노린다면 그것은 공익이 아니라 선거 기술이다.

선거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은 중요하다. 단체는 후보에게 정책을 묻고 공약 이행을 압박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보육단체라면 보육을 묻고 여성단체라면 여성인권 정책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시민사회가 선거에 참여하는 건강한 방식이다.

하지만 지지선언은 피하면서 사실상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방식은 유권자에게 정직하지 않다. 차라리 지지하면 지지한다고 밝히는 편이 낫다. 그래야 유권자도 그 발언의 정치적 위치를 알고 판단할 수 있다. “우리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이라는 식의 표현 뒤에 정파적 공격을 숨기는 방식은 지역 정치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이번 논란은 특정 단체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관행의 문제다. 공익 단체의 이름이 선거용 네거티브의 도구가 되는 순간 시민사회 전체의 신뢰가 함께 손상된다. 정책은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 지지는 지지라고 밝혀야 한다. 비판은 사실과 책임 위에서 해야 한다.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누가 정책을 말하는지 누가 선거 기술을 쓰는지 알고 있다. 선거 막판 시민사회 이름을 빌린 우회형 네거티브는 이제 멈춰야 한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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