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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급한 불은 껐다…남은 건 조직 균열 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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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DX 보상 격차에 내부 갈등 커져
초기업노조, 내년에는 교섭 분리 논의
"보상 체계 설계와 내부 소통 고민해야"

[아이뉴스24 박지은·황세웅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벼랑 끝에서 2026년 임금단체협약을 극적으로 타결했지만 회사 내부 후유증은 상당하다. 사업부문별 성과급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조직간 균열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잘 수습하는 것이 삼성전자 노사의 최대 숙제로 남게 됐다.

27일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 (이하 공동교섭단)은 경기 용인시 기흥에 위치한 삼성전자 The UniverSE에서 2026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여명구 부사장,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최승호 위원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 TV 가전 등을 만드는 완제품 사업(DX 부문)과 반도체 등 부품을 만드는 DS부문이 절묘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 쪽이 어려우면 다른 쪽이 보완해주는 사업구조였기 때문이다. 때론 사업부 간 협업과 인재 순환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특별 성과급 협상 과정에서는 사업부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며 법적 대응까지 이어졌다. DS 부문과 DX 부문 간 사업 환경과 성과 차이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면서 노사 갈등이 전면에 부각됐다.

“같은 메모리 연구인데”…DS 내부도 뒤숭숭

이번 교섭 결과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6억원 이상의 특별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실제 체감 보상이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성과급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전액 자사주 형태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매도 제한 기간과 퇴사 시 일부 반환 조건도 포함됐다.

향후 3년간은 영업이익 200조원 달성 시 특별성과급이 지급되고, 이후에는 매년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어야 지급되는 구조도 담겼다. AI 메모리 호황에 따른 보상을 확대하면서도 핵심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장치들이 함께 설계됐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메모리사업부 내부에서는 여전히 불만 기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한 팀에서 6~7명이 같은 날 퇴사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명구(왼쪽부터)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지난 20일 수원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사 대화를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업계에서는 직원들 사이에서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향후 성과급 격차 계산이 끝난 상태라는 말도 나온다. 현재와 같은 AI 메모리 호황 국면이 이어질 경우 SK하이닉스로 이직했을 때 향후 수년간 받을 수 있는 성과급 차이가 수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경쟁에서 점차 주도권을 확보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핵심 인력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 공통부문으로 묶인 반도체연구소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연구소는 사내에서 ‘반연’으로 불리며 메모리와 시스템LSI, 낸드 등 차세대 반도체 연구 과제를 담당하고 있다. 조직상 공통부문으로 분류돼 있지만 실제로는 메모리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인력도 적지 않다.

문제는 메모리 연구를 담당하는 반도체연구소 직원들도 메모리사업부 직원들보다 수억원 이상 적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공통부문은 메모리사업부의 약 70% 수준,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는 각각 약 2억원 규모 자사주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같은 메모리 관련 연구를 해도 소속 조직에 따라 보상 차이가 크게 벌어지다 보니 내부 불만이 상당하다”며 “교섭 과정에서 회사 대응 방식에 실망한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SECU) 관계자들과 법률대리인인 강문혁 법무법인 대정 변호사(가운데)가 지난 26일 오전 8시 40분경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삼성전자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DX는 자사주 600만원…법적 대응까지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아직까지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 직원들은 이번 잠정합의안에 따라 600만원 상당 자사주를 받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DX 부문을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은 이번 합의가 DS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와 함께 공동교섭단을 꾸렸지만 DX 부문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교섭단에서 이탈했다. 이후 잠정합의안 부결 운동과 함께 찬반투표 절차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일부 DX 직원들의 별도 법적 대응도 진행됐다. DX 부문 조합원 5명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는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을 냈지만 수원지방법원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교섭 요구안에 중대한 하자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고, 이미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교섭이 종료된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DX 부문의 한 직원은 “DS 부문과 성과급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지면서 구성원들 사이 불만이 적지 않다”며 “같은 삼성전자 안에서 이렇게까지 보상 격차가 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법원 판단 이후에도 DX 부문의 불만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투표는 찬성률 73.7%로 가결됐지만 사업부별 보상 격차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동시에 불거진 만큼, 노사 갈등은 봉합됐더라도 조직 내부 갈등을 수습하는 과제는 남게 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올해까지 DS와 DX를 묶어 통합 교섭을 진행했던 초기업노조 내부에서도 향후 교섭 구조 재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DS와 DX의 사업 환경과 성과 체계, 임직원 요구사항이 크게 달라진 만큼 내년부터는 부문별 교섭 분리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초기업노조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DX부문을 담당했던 이송이 부위원장도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 등 DS 부문 사장단이 지난 15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사무실을 찾아 최승호 위원장(왼쪽 두 번째) 등 노조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대표이사들 직접 나서…“조직 안정 시급”

삼성전자 양대 부문 수장들도 교섭 과정에서 확산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은 이번 교섭 과정에서 노조를 다시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며 파업 위기를 막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다음날인 지난 21일에는 사내 게시판에 “중요한 것은 갈등의 시간을 뒤로 하고 모두가 하나로 힘을 모아 나아가는 일”이라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남겼다.

전 부회장은 노사 대화가 중단됐던 지난달 초 노조 집행부를 직접 만나 대화 재개 물꼬를 텄다. 지난 15일에도 DS부문 사장단과 함께 노조 사무실을 찾아 “회사와 직원들 간 신뢰가 이토록 무너졌다는 점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전 부회장이 노조와 대화 재개에 공을 들인 배경 중 하나로 DS부문 인재 이탈 문제를 꼽는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직률은 10%대로, 1%대인 SK하이닉스보다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노태문 DX부문장 사장도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최근 임금협상 과정과 결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소외감과 박탈감, 회사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사업 환경과 업황 차이가 부문별로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에 부문장으로서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현재 DX부문이 마주한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경영학회장)는 “사업부 간 보상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질 경우 조직 결속과 장기 성장 동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보상 불만이 곧 인재 이탈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투자 논리만큼 보상 체계 설계와 내부 소통에도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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