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슨트와 알카텔 간의 초대형 합병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사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신흥강자로 떠오른 중국 통신업체들의 위협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과 북미 지역 강자 루슨트 간의 합병 협상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23일. 알카텔이 130억 달러에 루슨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양사는 이미 지난 2001년에도 한 차례 합병 논의를 진행했던 사이다. 당시에는 알카텔이 합병회사의 경영에 강한 의욕을 보이면서 결국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다.
이런 전력 때문에 루슨트와 알카텔의 합병 성사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다. 바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의 위협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값싼 제품을 무기로 통신 장비 시장에서 막강한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루슨트, 알카텔 등 기존 터줏대감들로선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이미 한 차례 파경 경험을 한 루슨트와 알카텔이긴 하지만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합병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통신 M&A 바람 계속될 듯
이번 합병협상에서는 알카텔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알카텔은 새롭게 출범할 회사 지분의 60% 가량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루슨트 역시 호락호락하게 권력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망했다. 패트리샤 루소 최고경영자(CEO)는 통합 회사의 CEO 직을 맡는 것이 유력하며, 알카텔의 마이크 퀴글리는 2인자 자리에 머물 전망이다.
또 알카텔의 서지 추룩이 합병회사 회장직을 맡으면서 양측은 이사회에서 동등한 발언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루슨트는 약 3만명 가량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알카텔 역시 5만6천명에 이른다.
루슨트와 알카텔 간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미국 통신 산업에도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1년 통신시장 붕괴 이후 회생작업에 여념이 없는 미국 통신시장에는 합병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2년간 성사된 합병 규모만 해도 2천억 달러에 이를 정도다. 통신시장의 대표적인 강자들인 버라이즌과 MCI, SBC와 AT&T가 합병에 합의했다. AT&T가 또 670억 달러에 벨사우스 인수 계획을 발표해 'M&A 바람'을 그대로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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