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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에스티로더…닥터자르트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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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로더 안긴 뒤 존재감 약화…"K뷰티 유행 놓쳐"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K뷰티 브랜드 닥터자르트(Dr.Jart+)가 실적 부진 끝에 매물로 나왔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에 안긴 지 7년 만에 씁쓸한 퇴장을 맞았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스티로더는 닥터자르트 운영사 해브앤비(Have & Be) 매각을 추진 중이다. 국내 사모펀드인 PTA파트너스가 인수 검토에 착수했으며, 국내 전략적투자자(SI)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해브앤비 기업가치를 최소 2000억원대로 보고 있다. 한때 1조원 수준 몸값을 인정받았던 브랜드 가치가 크게 낮아진 셈이다.

닥터자르트는 더마 화장품 트렌드를 선도했던 브랜드다. BB크림과 마스크팩 열풍을 앞세워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고, '시카페어' 시리즈를 중심으로 글로벌 소비자층을 확보했던 원조 K뷰티 브랜드로 꼽힌다.

에스티로더는 K뷰티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2019년 닥터자르트 운영사 해브앤비를 11억 달러(당시 약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에스티로더가 아시아 브랜드를 인수한 첫 사례로, 글로벌 뷰티 공룡의 K뷰티 참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닥터자르트 세라마이딘 라인. [사진=닥터자르트 공식몰 갈무리]
닥터자르트 세라마이딘 라인. [사진=닥터자르트 공식몰 갈무리]

하지만 인수 이후 흐름은 기대와 달랐다. 해브앤비는 2019년 매출 6347억원, 영업이익 1214억원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성장세가 급격히 꺾였다. 지난해에는 매출 1788억원, 영업손실 23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에스티로더 편입 이후 닥터자르트 존재감이 빠르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에스티로더는 닥터자르트를 프레스티지 스킨케어 라인에 편입해 운영했는데, 호흡이 짧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K뷰티 문법과는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프레스티지 전략은 고급 이미지와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유통망과 브랜드 노출을 엄격히 관리하는 방식이다. 반면 닥터자르트는 SNS 바이럴과 빠른 제품 출시, 대중적인 접근성을 기반으로 성장한 브랜드라는 점에서 결이 달랐다는 분석이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닥터자르트는 빠르고 실험적인 브랜드였는데 글로벌 시스템 안에 들어간 뒤 개성이 희미해졌다"며 "글로벌 대기업 운영 체계가 인디 브랜드 특유의 감각과 속도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에스티로더는 지난 2024년~2025년까지 닥터자르트 관련 영업권·상표권·고객자산 등에 대해 총 8억46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닥터자르트 인수 비용을 그대로 떠안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K뷰티 산업 구조 변화의 상징적 장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공룡 기업조차 빠르게 변하는 K뷰티 트렌드와 소비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워졌고, 오히려 한국형 밸류체인 안에 있는 브랜드들이 더 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닥터자르트가 재도약하기 위해선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과 차별화된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적 자산이나 충성도 높은 소비층 없이 대기업 유통망에만 올라탄 성장은 트렌드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K뷰티 브랜드 특유의 독창성과 감도를 다시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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