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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돋보기]① “사인했는데 퇴직금 없다?”…외국계 임원 계약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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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합의서 서명 뒤 “퇴직금 못 준다” 통보
방인태 대륜 변호사 “직함보다 실질적 근로관계가 핵심”

[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위로금을 드리겠습니다.”

26년간 한 회사에 몸담아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른 A씨는 최근 해외 본사로부터 돌연 사임 요구를 받았다. 이후 회사 측은 사임합의서에 서명하면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서명을 마친 뒤에는 “대표이사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퇴직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방인태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가 최근 공개한 사례다. 해당 사건은 유럽계 기업 한국지사 대표이사였던 A씨가 해외 본사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며 벌어진 분쟁으로 결국 소송 없이 3억5000만원 전액을 지급받으며 마무리됐다.

방인태 법무번인 대륜 변호사. [사진=법무번인 대륜]

방 변호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지사를 구조조정하거나 대표 교체를 진행할 때 이른바 ‘사임합의서(Executive Resignation Agreement)’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위로금을 지급하는 대신 향후 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는 방식이다.

문제는 해외 본사가 등기상 임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인물을 사용자로 판단하고,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 노동법은 직함이나 계약 형식보다 실제 근로 형태를 더 중요하게 본다.

대법원 역시 과거 판결에서 “명칭과 관계없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A씨의 경우 해외 본사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했고, 지사의 인사·재무 권한 역시 독자적으로 행사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경영 책임자라기보다 본사의 통제를 받는 고용 노동자에 가까웠다는 설명이다.

이를 근거로 방 변호사 측은 “근로기준법은 강행법규인 만큼 법보다 불리한 퇴직금 포기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고, 약 두 달간 협의 끝에 합의에 도달했다.

방 변호사는 “사임합의서에 서명했다고 해서 회사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핵심은 직함이 아니라 실질적인 근로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름만 임원일 뿐 실제로는 해외 본사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면 한국 법원은 근로자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기준만 믿고 한국 노동법을 간과할 경우 수억원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계 기업들을 향해 “지사 설립이나 임원 선임·교체 과정에서 업무 지시 체계와 인사·재무 권한 구조, 보수 결정 방식 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한국 노동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진행된 인사 조치가 큰 법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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