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경계현 삼성전자 상근고문이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향후 5년이 산업 경쟁력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처별로 흩어진 정책 대응을 넘어 국가 차원의 목표·조직·평가 체계를 갖춘 ‘경영형 산업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 고문은 1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제285회 NAEK포럼에서 “앞으로 5년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가도 경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연구개발(R&D)과 산업정책에서 목표를 세우고 조직과 평가·보상 체계를 갖춰 움직이는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일관성이 떨어지고 부처 간 사일로도 많다”고 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상근고문.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6407f480fa72f.jpg)
경 고문은 기술패권 시대에 정부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파편화되지 않고 한목소리로 가려면 산학연과 정부가 함께 움직이는 경영 체계가 필요하다”며 “예산권과 인사권을 갖고 정부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책임경영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략에 대해서는 메모리 중심 경쟁력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봤다. 경 고문은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압도적인 1등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비중은 낮고, 설비·소재 국산화율도 높다고 보기 어렵다”며 “앞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은 단순 메모리가 아니라 패키징된 메모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패키징(후공정)과 서브스트레이트 등 딥테크 기반 제조 영역은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미국이든 중국이든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될 수 있는 영역을 선점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고대역폭메모리(HBM)나 2나노 같은 첨단 분야는 당분간 미국 중심으로 갈 가능성이 크지만, 중국도 여전히 우리의 큰 고객”이라며 “미국 중심 공급망과 중국 중심 공급망을 다르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축사에서 “기술은 더 이상 국제통상과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통상 질서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자산”이라며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 경쟁은 개별 기업 경쟁을 넘어 기술패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상근고문.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76215281e7813.jpg)
그는 “핵심 기술 유출 방지와 수출통제 조치를 정교화하고, 우리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겪는 기술 규제와 비관세 장벽도 통상 측면에서 적극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WTO 중심 통상질서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움직임은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20년간 쌓여온 구조적 문제의 표출”이라며 “반도체, AI, 자동차, 철강 같은 핵심 기술 분야에는 기존 WTO와 다른 별도 규범이 적용되는 병존 체제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용화 현대자동차 고문은 자동차 산업의 권역별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고문은 “한국은 국내 시장이 작아 세계 각 지역에 별도 대응하지 않으면 물건을 팔 수 없다”며 “자율주행도 미국과 중국, 한국의 기술을 모두 대응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져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종원 전 산업통상부 통상차관보는 “미·중 갈등은 트럼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이어진 구조적 흐름”이라며 “보조금을 WTO 위반으로만 보던 시대는 지났다. 산업정책의 ‘보이는 손’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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