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지난해 7월 KBS 1TV ‘다큐인사이트’가 ‘인재전쟁-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1, 2편을 내보내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았다. 최근 급성장한 중국 첨단기술과 공학 인재 육성 시스템을 조명해 큰 반응을 이끌어냈던 것. 시청자의 열화와 같은 반응에 힘입어 후속작인 <다큐 인사이트> ‘인재전쟁2 1부 차이나 스피드’편을 지난 14일 방송했다.

‘인재전쟁2’도 글로벌 과학 패권시대를 맞아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획물이다. 이번에도 제작진이 무인자율운행시스템을 갖춘 드론에 올라 타 저공비행에 나서는 등 몸을 던지는(?) 취재력을 발휘해 좋은 영상물을 많이 확보했다. 프로펠러 16개가 회전하면서 드론이 날아오를 때는 스카이다이빙 못지 않은 괘감 또는 공포감을 느꼈을 것 같다. 드론에 탄 PD의 얼굴이 노랗게 변한 것으로 봐 후자쪽이 더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은 과학기술이 국가가 주도해 취재하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계자와 책임자의 심도 깊은 인터뷰를 포함한 이 정도의 취재력은 충분히 칭찬해줄만 하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4족∙2족보행로봇, ‘차이나 스피드’를 보여주다
제작진이 1년 만에 다시 찾은 중국은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드론과 저공경제 분야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후발주자로 인식되던 중국은 이제 첨단기술 분야의 세계 표준을 제시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인재전쟁2’에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차이나 스피드’ 즉 중국의 속도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무엇을 대비해야 할지를 묻고 있다.
제작진은 이미 AI 핵심거점 지역을 떠오른 저장성 항저우시의 승리초등학교를 찾아갔다. 자기학습능력, 신경망 등 AI 교육을 생활화하고 있었다. 교사는 4시간 걸리는 작문시험의 채점을 AI 툴을 이용해 10~15분으로 단축하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은 AI 시대의 원주민입니다”면서 “AI 기초역량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휴머노이드 하프마라톤 대회. 작년만 해도 출발과 동시에 넘어지던 로봇들은 올해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며 완주에 성공했다.
이날 완주한 로봇들은 인간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구현해 낸 중국 피지컬 AI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불과 1년 사이 눈에 띄는 진화를 이뤄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제작진은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저장대학교 창업 단지를 직접 찾았다. 이곳의 젊은 엔지니어들은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며 기네스 기록까지 세웠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재들은 ‘차이나 스피드’의 제1요소다. 여기에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와 정부 지원까지 더해지며 중국 기술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중국은 피지컬 AI 분야인 휴머노이드 로봇기술에서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휴머노이드 개발사 징스커지의 기술책임자인 진융빈 씨는 “로봇 성능의 한계를 깨는 것, 로봇 성능이 안간과 같아지는 걸 넘어 언젠가 인간을 뛰어넘기를 바란다. 그 출발전으로 인가느이 속도를 넘고 싶다”고 말했다. 진 씨는 100m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뛴 4족보행로봇(16.33초)으로 기네스 기록을 손에 쥐었다.
이어 진 씨는 “속도라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요소인데, 하나의 스스템이 종합적으로 드러나는 지표”라면서 “시스템의 강도, 유연성, 통신 속도, 에너지 밀도 등 이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종합적으로 높은 속도를 낼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빠름을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속도자는 숫자 자체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엔지니어링의 한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실험과정에서 로봇은 필연적으로 반복적인 파손과 손상을 겪게 되지만, 중국은 그런 과정을 거쳐 휴머노이드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
▶대형 데이터 훈련 센터를 건설하는 이유, 데이터 생산량 향상과 표준화
제작진은 베이징시 취재를 통해 양산된 로봇이 실생활을 변화시키고, 150여종의 다양한 로봇이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음을 전했다. 로봇관련 기업만도 100만여개에 이르렀다. 중국정부와 공산당의 정책은 휴머노이드 시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로봇들은 전국을 넘어 전 세계로 판매된다. 2025년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전 세계의 87%를 차지했다.
중국은 전국에 이른바 ‘로봇 훈련소’까지 만들며 데이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반복 학습한 내용은 데이터라는 형태로 쌓이는데, 작년에 문을 연 한 훈련소에 쌓인 데이터만 16,000시간을 넘는다. 취재 결과, 전국 9개의 훈련소의 모든 장비는 정부에서 조달하고 주요 투자자로 국유 자본이 참여하고 있었다. ‘AI 시대의 원유’라 불리는 데이터 인프라를 국가가 직접 주도해 관리하는 것이다.
또한, 제작진은 베이징의 러쥐퉁옌 로봇연구소를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인간의 행동을 학습시키는 인공지능 훈련과정을 영상에 담았다. 같은 행동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오차를 줄이는 게 관건이었다. 이렇게 반복 학습된 훈련은 데이터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
러쥐퉁옌 쑤양 부총재는 “대형 데이터의 관리 주체는 국가다. 국유자본이 대주주로 참여한다”면서 “국가가 이런 대형 데이터 훈련 센터 건설을 지원하는 것은 전체 데이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또 다른 측면은 표준화를 이루길 바라는 거다. 표준화된 제품은 범용적으로 판매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이철 중국과학기술연구회장은 “중국 자동차 회사의 주행 데이터를 모두 모으면, 테슬라의 데이터보다 많다. 이 데이터가 많으면 AI 학습이 가능하다”면서 “AI학습의 질과 양을 결정하는 건 거기에 투입되는 데이터다. 그러니까 정부가 나선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이정동 교수도 “표준이 한번 정해지고 나면 그 분야의 모든 사람들이 그 표준을 따라야 한다. 전 세계의 기술 표준을 지배하던 것은 전통적인 기술선진국들이다. 산업혁명 이래로. 그런데 중국이 제안하고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진 표준의 숫자가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개념 설계가 표준으로 반영되고, 그 표준을 한국산업계가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10년전부터 ‘중국표준 2035’를 국과과제로 정해 제조업의 고도화를 천명했다.
▶AI 시대의 전력 전쟁, 중국은 고비사막에서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
간쑤성 둔황시. 중국 북서부의 광활한 고비사막 위로 1만 2천 개의 거울이 끝없이 펼쳐진다. 축구장 1,120여 개 규모의 세계 최대 집광 면적을 갖춘 ‘둔황 태양열 발전소’다. 위에서 보면 장관이다. 집열판들은 태양의 위치에 따라 자동적으로 고개를 움직인다. 해가 져도 24시간 동안은 발전이 가능한 기술이다.
이곳에서 한 시간 동안 생산되는 전력은 10만kWh로 중국의 한 가구가 4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이곳 북서부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초고압 송전망을 따라 수천km를 이동해 중국 동남부 산업도시로 보내진다. 서쪽에서 생산한 전기로 동쪽의 첨단미래산업을 움직이는 이른바 ‘서전동송(西電東送)’ 정책이다. 막대한 전력 소모가 전 세계 AI 산업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미 중국은 첨단산업을 멈춤 없이 가동할 토양까지 마련해 둔 상태였다. 태양광과 풍력까지 신재생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이 사막에서 운용된다.

▶규제보다 수용과 실험, ‘선행선시’의 중국 드론 저공경제 효과
중국 피지컬 AI 혁신 산업의 또 다른 축은 ‘드론’이다. 이제 중국은 물류를 넘어 사람을 태우는 자율 비행 시대까지 나아가고 있다.
제작진은 광둥성 광저우시의 이항자율주행항공기 제조사를 방문해 상세하게 취재하며 ‘저공경제’를 중국의 최우선과제로 삼았음을 확인했다. 중국은 비행기는 날 수 없지만 드론은 다닐 수 있는 지상 1km 이하의 공역을 새로운 산업의 장으로 활용하는 ‘저공경제’(Low-Altitude Economy)를 최우선 국가 과제로 삼았다.
‘저공경제’란 1km 이하 저고도 공역에서 유,무인 황공기를 활용해 여객, 화물운송, 농업 등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활동이다. 물류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10년전만 해도 ‘저공 경제’는 전세계적으로 완전히 공백상태였다.
정부는 기업에게 허가 절차 중에도 비행을 허용해 도시의 하늘을 실험실처럼 쓰도록 내주었다. 덕분에 기업 입장에선 기술이 완벽한 수준에 다다르지 않더라도 시도와 보완을 반복하며 개발과 상용화 속도를 높인다.
중국에서는 연구와 상용화 사이의 간극이 좁아 드론 고도화는 멀지않아 이뤄질 것이다. 베터리, 모터, 카메라, 센서까지 첨단기술이 집약된 드론은 코로나때 발전했으며 이후 중국은 고도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제 중국은 세계 수준을 따라가는 ‘추격자’가 아니다.
미국 항공우주 방산기업에서 핵심 연구자로 일했던 왕양 씨는 미국 규제의 한계를 느끼고 중국으로 돌아왔다. 자국으로 돌아온 그는 해양 드론을 개발하며, 섬과 섬을 연결하는 방위 산업의 주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보다 자유로운 규제 환경은 기업의 운항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기업의 비행 데이터는 다시 정부의 자산이 된다.
해양드론 스타트업 도어이 창립자이기도 한 왕양 씨는 “중국에는 선행선시(先行先試 먼저 행하고 먼저 시행해본다)문화가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포용력이 있다. 기술혁신에는 매우 훌륭한 환경이다”면서 “많은 해외국가들은 규제를 먼저 완벽히 구축한 뒤에 일을 시작하려는 경향이 있다. 제가 미국에 있었던 당시(2014~2015년) 미국의 저공비행 규제는 신기술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반면 중국은 신기술 혁신을 위한 시험사업구축에 있어 엄청난 수용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기술 혁신의 뿌리는 ‘인재’,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공학자 출신, 기술관료로 구성
글로벌 기술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성장전략은 확연히 다르다. 경제학자 댄왕은 이를 리더쉽의 체질에서 찾는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댄왕 연구원은 “중국 공상당 최고권력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원의 이력을 보면, 전원이 공학자 출신임을 알 수 있다. 지도부가 공학자다 보니 무엇이든 지어 올리는 데 열성적이며, 사회 전체를 마치 하나의 수학문제처럼 다루기도 한다. 중국은 더 많이 만드는 것을 거의 모든 비즈니스, 경제, 정치문제의 해결책으로 여겨왔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의 핵심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칭화대 화학공학과), 리창 총리(저장농업대 농업기계과), 이전 정치인인 후진타오 전 주석(칭화대 수력공학과), 장쩌민 전 주석(상하이교통대 전기공학과) 등은 공학적 배경을 가진 기술관료로 구성돼 토론형 정치가가 아닌 실행형 관리자로 비유된다.
댄왕 연구원은 “나는 미국을 ‘법률가의 사회’라 부르며 중국과 대비하곤 한다. 역대 대통령중 상당수가 로스쿨을 나왔고, 법률가로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조지 워싱턴부터 에이브러햄 링컨까지. 건국초기 대통령 13명중 10명이 법률가 출신이다. 근래의 미 대통령 중에도 법률가가 많았다”면서 “이런 미국은 부와 권력을 보호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는데 훨씬 뛰어나다. 반면 공학자들은 무언가를 만드는데 능하다. 지난 10년간 온갖 새로운 과학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중국 대학들의 역량은 훨씬 고도화됐다. 각 분야 과학자는 자신이 최고로 관심 갖는 연구를 추진할 수 있도록 막대한 연구비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공학적 정치제도의 근간에는 ‘원사제도’가 있다. 원사(院士)는 중국과학, 공정원이 최고석학에게 부여하는 명예직으로 국가중대정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학기술인이다.
사북사범대 이국봉 석좌교수는 “원사들은 최고지도자들 앞에서 강연한다. 그걸 듣고 서로 학습하면서 토론하고 질문 던지고,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하고 꾸준히 공부하는 문화가 있다. 그러니까 최고지도자가 ‘이렇게 하라’고 해도, 알아야지 그걸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이종식 교수는 “모든 결정은 당에서 하는 거다. 그래서 목적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 자체가 차단돼 있고, 소위 말하는 물리적 기반 시설을 만들 때의 유능함 만을 너희가 도구적으로 발휘해준다면, 공산당은 과학기술계를 언제나 후원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차이나 스피드의 본질이고 중국 공산당의 유능함의 속성인 것이다”고 말했다.
▶칭화대, 산업현장 먼저 이해하고 교실로 돌아와 해답 찾는 ‘역순 커리큘럼’ 운영
칼 모양의 ‘드론검’ 개발자인 판쓰산 씨는 설계부터 제작까지 직접 해낸다. 첨단기술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를 넘어 일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판쓰산 씨는 “저는 전문적인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팀원들 모두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드론검을 비행시키며 너무 좋아하는 듯 했고 협업도 잘 되는 듯 했다. 중국의 드론 개발 토양의 단면을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텐진시에도 청소년들이 모여 드론을 날리고 있었다. 이날도 시속 358km까지 올리며 기록을 경신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야오스치는 중학교때부터 드론을 개발했다. 세계 초고속 최소형 드론기술을 경신한 15살 야오스치는 자신이 다니는 텐진영화고교에 연구실을 제공받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인재로 성장할 재목을 미리 지원해 성장시킨다는 게 학교의 방침이다.
텐진영화고 소년과학원 자오선저우 사무총장은 “우리는 이 학생에게 5만위안(약 1천만원)을 지원했다. 속도경신 성공여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투자한 것도 5억 위안이 아니라 5만 위안 수준이다. 언젠가는 성공하길 바란다”면서 “이런 사례를 통해 우리 학교와 텐진의 모든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과학 혁신과 연구에 도전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며 마땅히 지원과 격려를 받아야 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이라고고 말했다. 잠재력이 있다면 역량을 펼칠 때까지 기다려준다는 뜻이다.
중국의 명문대 칭화대학교는 2024년부터 독실서원이라는 실험적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론을 먼저 배운 다음 현장실습을 하는 기존 패턴을 거꾸로 뒤집었다. 칭화대 독실서원 2학년생 쑨왕은 “대학교 1학년 1학기부터 교과실습을 다녀왔다. 중국과학원 공간응용센터와 중국상용항공기 베이징연구센터와 같은 실제연구현장이었다”면서 “그곳에서 우주선이나 대형항공기 같은 초정밀 거대 시스템이 실제로 어떤 논리로 움직이고 운영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산업현장의 미해결 문제를 먼저 경험하고 교실로 돌아와 해답을 찾는 ‘역순 커리큘럼’이다.
칭화대 독실서원 왕천 부원장은 “오늘날의 급격한 성장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고 해결해야 할 새로운 문제와 도전과제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생들이 그저 교실에 앉아 강의만 듣는 방식은 이미 구시대적인 모델이 됐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그게 국가의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AI시대 ‘新 석유’ 인재들, 베이징대 상위 1% ‘튜링반’의 비밀과 전기차 충전속도 혁신 비결
중국 최고의 명문대로 꼽히는 베이징 대학교에는 상위 1%의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튜링반’이 있다. 이곳은 컴퓨터 과학 분야의 최고 엘리트 학생들을 선발해,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중심 교육을 한다. 교수는 학생에게 “여러분의 독창성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 반은 여러분에게 가장 큰 자유를 주는 곳이다. 그 자유속에서 무엇이든 도전해 보라”고 말한다.
튜링반을 설계한 핵심 인물은 미국 코넬대의 존 홉크로프트 교수. 그는 15개국이 넘는 나라의 교육 방향을 자문해 왔지만, 그중 교육 혁신에 대한 의지가 가장 강했던 나라로 중국을 꼽았다.
존 홉크로프트 교수는 “중국 정부 최고위층은 교육을 개선하고자 합니다. 이제 중국은 알고 있어요. 과거에는 금, 석유, 농업이 중요했지만, 미래에는 위대한 국가를 만드는 건 그런 것들이 아니라 ‘인재’라는 사실을요. 세계적 수준의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나라가 미래의 선도국가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아는 겁니다”고 전했다.
대학이 키운 인재는 자연스레 중국의 기업으로 향한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광둥성 선전시에 본사가 있는 BYD에는 90만 명이 넘는 직원과 12만 명의 엔지니어가 일하고 있다. 단순한 사옥을 너머 하나의 도시처럼 형성된 기업단지다.
BYD는 작은 베터리 제조 회사에서 출발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러와 판매량 1~2위를 다투는데, 배터리 충전속도를 크게 혁신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BYD 창립자인 왕촨푸는 “양산 전기차 중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충전속도다. 전례없는 혁신이다. 그래서 얼마나 빠를까요? 10%에서 70%까지 충전하는데 충전시간이 불과 5분”이라고 말한다. 전기자동차를 모는 사람은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것이다. 이 회사는 이제 극추위 등 극한상황에 견디는 충전속도를 연구하고 있다.
차오쯔위엔 BYD 박사연구원은 “우리 세대에게 엔지니어는 매우 매력적인 직업이다. 급여와 대우가 높은 수준이니까. 그래서 엔지니어들이 멀리 가지 않고 중국기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술 혁신의 중심에는 결국 ‘인재’가 있었다. 세계 100대 AI 인재중 57명은 중국에서 일하는 중국인이다. 상위 100위 안에 든 미국 내 AI 인재 20명중 절반도 중국계로 분류됐다. 100명중 한국인은 단 한 명이었다.
이쯤 되면 중국의 과학 기술은 ‘추격’을 넘어선 ‘추월’이다. 이미 시작된 인재 전쟁은, 우리의 속도와 방향을 묻고 있다. 우리의 속도는 얼마이며,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서병기 기자(w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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