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언론은 결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언론의 주인인 시민의 힘으로 개혁해야 합니다.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언론의 가짜 여론에 밀리지 않도록 시민들의 힘을 모아서 실천 가능한 개혁 작업을 벌여나가야 합니다."
우리 국민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처음 대면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마트폰 속 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루의 시작을 뉴스로 시작하고 뉴스가 이끄는 대로 살아가다가 잠이 든다. 그런데, 우리는 그 뉴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의 심각한 문제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노출돼 왔다. '받아쓰기', '베껴쓰기', '클릭 장사'는 옛말이다. 지금은 편을 가르고, 의도적으로 오보를 내고, 프레임을 씌워 상대 진영을 공격한다.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이것이 진실이고 정의라고 강변한다. '사실, 균형, 공정'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은 너덜너덜해졌다. '언론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는 변론도 궁색할 정도다.
주류언론이 이러니 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미디어의 폭주를 탓하기만도 뭣하다. '너희들은 잘하고 있느냐'는 반박에 딱히 할 말이 없다. 심지어는 알고리즘에 올라타 뉴스를 입맛에 맞게 재단해 조회수 뽑기에 열중하고 확증편향을 가속화하는 대열에 주류언론도 가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쁜 뉴스의 세상, 나쁜 뉴스를 권하는 세상이다. 특정 진영도, 정치권을 포함한 권력층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 나쁜 것은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언론의 태도다. '평화의 댐 모금', '쓰레기 만두 파동', '황토팩 중금속', '세월호 참사' 등 대표적 오보·왜곡 보도 사례로 거론돼온 사안들에 대해 언론은 국민과 피해자에게 제대로 사과했을까.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는 '물타기 뉴스'는 또 어떤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고통을 감내해야 했나.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는 최근 쓴 책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에서 이같은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를 사정 없이 해부했다. 낯이 뜨거울 정도다. 김 전 이사 본인도 주류 언론인 한겨레 출신이다. 최근 시민언론 민들레에서도 기자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언론 관련 업무를 맡았고,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로도 근무했다.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김 전 이사가 직접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이다.
김 전 이사는 책에서 윤석열 정부 3년간 언론의 행태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기록했다. 이 전에는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2011년)과 '다시 보는 야만의 언론'(2014년)을 통해 언론의 문제점을 들춰냈다. 그 사이 언론은 나아졌을까. 아니다. 악의적 오보, 왜곡·조작 보도는 줄어들지도, 사라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는 게 김 전 이사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영원히 개혁되지 않을 것인가. 김 전 이사는 아니라고 한다. 언론이 쉽게 변하지 않겠다면 독자인 시민이 변해야 한다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나쁜 뉴스를 감별하고 걸러내는 능력, 즉 '뉴스 리터러시'를 시민이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처방이다. 그래서 언론인이나 정부 관련 부처 관료들이 아니라 시민들이 가장 먼저 책을 읽어보기를 권했다. 김 전 이사는 "시민이 곧 언론의 주인"이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언론 혐오'가 아니라 애정의 발로다.
다음은 '나쁜뉴스'는 무엇인지, 어떻게 가려낼 것인지, 언론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를 두고 나눈 김 전 이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책이 막 출간된 지난 15일, 서면으로 진행됐다.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 저자 [사진=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https://image.inews24.com/v1/c2eb6003d0a6e4.jpg)
-이번 책은 단순한 언론 비판서라기보다는 시민들에게 '뉴스를 읽는 법'을 제안하는 책으로도 보인다. 가장 먼저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독자는 누구인가. 언론인인가, 시민인가, 아니면 정치권인가.
= 언론과 언론의 '문제'에 대해 관심 있는 시민들이 가장 먼저 읽어보기를 희망한다. 언론인이 되고 싶은 기자 지망생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에는 지난 윤석열 정부 3년간 벌어진 언론의 문제를 생생하게, 그리고 비판적으로 기록했다. 뉴스를 비판적으로 읽는 힘, 그러니까 '뉴스 리터러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언론인들은 내가 쓴 책의 내용을 현장에서 자주 경험했을 것이다. 취재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경험했을 일을 그대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직 기자들 중에서도 고민과 의문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언론이 중립을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가'와 같은 문제다. '언론의 중립'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기자들이 내가 책에서 쓴 '기계적 중립'이 왜 문제인지 고민해보기 바란다.
-'나쁜 뉴스'와 '좋은 뉴스'는 무엇인가. 두 가지를 가르는 기준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 이 책에서 나쁜 뉴스의 사례들을 많이 기록하고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오보는 있을 수 있다. 기자도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의도적 오보가 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혹은 경제적 이득을 챙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뉴스를 조작하거나 왜곡하는 기사들이 있다. 아주 많다. 팩트가 맞다고 해도 의도적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팩트를 비틀어 왜곡·조작된 기사를 만들어낸다. 이런 기사는 '사실'일 수는 있어도 '진실'은 아니다. 독자에게 진실이 아닌 왜곡된 세상을 보여준다. 팩트를 과장하거나 축소하기도 한다. 나쁜 뉴스다. 혐오, 증오, 갈등을 만들어내고 증폭하는 뉴스도 있다. 기사처럼 쓴 광고, 이른바 '기사형 광고'는 사기다. 이런 사례들을 이 책을 통해서 접해보면 뉴스를 '비판적으로 보는 눈'을 키우게 될 것이다.
-이번에 펴낸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은 2011년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 2014년 '다시 보는 야만의 언론'을 잇는 작업으로도 보인다. 10년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한국 언론은 더 나빠졌다고 보나, 아니면 문제의 양상이 달라졌다고 보나.
= 10여 년 전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에서는 주류 언론들의 왜곡, 조작, 말 바꾸기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노무현 죽이기' 뉴스를 만들어냈던 일을 기록했다. 시민들은 당시 언론 보도가 너무 심했다고 말하고 비판도 많이 했다. 일부 언론은 사과도 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악의적 오보, 왜곡·조작 보도는 줄어들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가했던 집단 마녀사냥은 조국, 윤미향 등에게 더 심하게 가해졌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일부 주류 언론들이 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권력 찬양 뉴스를 일상적으로 보도했다. 윤석열 내란수괴의 비상계엄 선포문을 보면 주류 언론들의 기사 제목을 그대로 베낀 것 같다. 주류 언론들이 윤석열의 내란을 도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제는 언론이 반성도, 사과도, 성찰도 하지 않는다. 언론의 자율적인 개선, 즉 '자율정화'는 사실상 사라졌다. 독자와 시청자, 시민들이 뉴스를 '비판적'으로 읽고 보는 방법 이외에 언론에게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과거에는 신문·방송 중심의 레거시 언론권력이 핵심 문제였다면, 지금은 포털·유튜브·SNS가 뉴스 유통의 주도권을 상당 부분 가져갔다. 이 변화가 '나쁜 뉴스'의 생산 방식과 확산 구조를 어떻게 바꿔놓았다고 보나.
= 포털, 유튜브, SNS가 뉴스 유통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다. 이 변화가 '나쁜 뉴스'의 생산 방식과 확산에도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주류 언론이 '좋은 뉴스'를 더 많이 생산한다면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주류 언론이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나쁜 뉴스 생산과 확산이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별로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포털, 유튜브, SNS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해도 앞으로 입법이나 규제를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튜브 언론과 1인 미디어 등 이른바 뉴미디어는 영향력은 커졌지만, 제도적 책임과 지원 체계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공적 책임을 높이려면 어떤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나.
=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모든 표현이 자유롭다는 말은 다른 말이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은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다. 누군가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고 훼손하는 표현의 자유는 마땅히 금지되어야 하고 제재를 받아야 한다. 특히 돈을 벌기 위해 남의 인권, 권리, 자유를 침해하는 표현에 대해서는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자유주의만을 강조하면서 책임에 대해서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표현의 자유, 언론 자유라는 이름으로 무력화되고 있어 언론 보도에 의한 피해자들만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 아닐까?
-지금 한국 언론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하나만 꼽는다면 무엇인가. 정파성인가, 상업성인가, 아니면 권력과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인가.
= 언론이 정파성을 갖는 것을 굳이 비판하지 않는다. 모든 언론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정파적이다. 상업성도 마찬가지다. 언론도 돈을 버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정파성과 상업성이 문제가 아니라 정파성과 상업성에 과도하게 치우쳐 저널리즘의 가치를 버리고 있는 게 문제다. 저널리즘의 가치가 무엇인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류 언론은 시민들의 이익이 아니라 특정 정파의 이익, 자본의 이익을 과도하게 좇고 있는 게 문제다. 또 사실은 특정 정파, 특히 기득권 정파의 이익과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면서도 마치 '중립적'인 것처럼 가면을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 저자 [사진=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https://image.inews24.com/v1/36ec7a545f2a9a.jpg)
-언론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자칫 언론의 사회적 기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건전한 언론 비판과 언론 불신 조장의 경계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 나는 우리 언론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생각한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기레기'란 멸칭이 보여주고 있다. 언론이 이런 극단적이고 극심한 불신에서 벗어나려면 오히려 언론에 대한 정확하고 건설적인 비판이 더 많이 필요하다. 비판은 애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완전한 불신에 빠져 있다면 비판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이 더 많이 공론의 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 비판을 언론은 받아들이고 언론 불신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언론 불신 현상에 대해 독자·시청자와 토론하면서 반성과 사과와 성찰을 해 나간다면 조금씩 언론 불신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언론 매체는 신뢰를 회복해 오히려 더 시민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을 것이다.
-이 책은 보수 정부와 보수 성향 주류 언론에 대한 비판이 특히 강한 것으로 읽힌다.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진보 정부나 진보 성향 언론은 제 기능을 했느냐는 반박도 나올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이 책은 대부분 윤석열 정부 3년간 언론 보도와 기자들의 행태에 관한 기록이다. 이른바 '보수' 정부인 윤석열 정부에 대해 이른바 '보수' 언론들의 보도와 행태를 기록했기 때문에 편향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이른바 '진보' 매체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 어느 정도 비판했다. 실력 없고 별로 진보적이지 않은 '진보 매체'들도 비판받아야 한다. 비판의 기준은 '보수 매체'냐 '진보 매체'냐가 아니다.
-기자, 청와대 행정관, 정부 공보 책임자, 언론 관련 기관 임원 등을 거치며 오랫동안 언론개혁 문제를 붙들어왔다. 개인에게 언론개혁은 왜 이렇게 오래된 과제가 됐나.
= 10년 정도 기자로 일하다 그만둔 뒤 공직에 들어갔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언론 관련 업무를 하면서 우리 언론이 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기자로 일했던 시절의 나 자신에 대해서도 뼈저린 반성을 했다. 언론이 나아지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세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언론은 그리 쉽게 나아지지 않았고 바뀌지도 않았다. 언론이 스스로 '권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언론 기득권'이다. 기득권은 개혁에 저항한다. 그래서 언론개혁은 참 힘들다. 개혁의 주체가 정부, 국회일 때 저항이 더 크다. '언론 자유 탄압'이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언론 기득권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하는 언론개혁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법과 제도의 개혁인가, 시민들의 뉴스 소비 방식 변화인가, 아니면 언론사 내부의 취재·편집 문화 개혁인가. 우선순위를 둔다면 무엇이 가장 앞에 와야 한다고 보나.
= 언론개혁은 법, 제도적인 변화와 시민들의 뉴스 소비 방식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법, 제도적 개혁이 가능하려면 시민들이 언론을 비판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뉴스 리터러시가 꼭 필요한 이유다. 언론은 아마 결코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개혁의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언론의 주인은 사실 시민이다. 주인인 시민의 힘으로 언론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입법부 국회, 행정부, 그리고 언론학계, 시민사회가 모두 나서야 한다.
-어느 정부든 언론개혁을 추진할 경우 언론 자유 침해나 언론 압박 논란이 따라붙었다. 이재명 정부가 이런 우려를 피하려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이라고 보나.
= 앞에서 말한 대로 시민의 힘을 빌려야 한다. 시민사회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 상식과 양심을 가진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는 언론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기득권 언론의 저항을 두려워하고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언론의 가짜 여론에 밀리지 않도록 시민들의 힘을 모아서 실천 가능한 개혁 작업을 벌여나가야 한다. 그럴 방법이 있다. 나쁜 뉴스를 많이 보도하는 언론에 정부 세금 지원을 끊는 일부터 하면 된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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