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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재면 안전한가"…산업현장 화재, 에너지·환경·구조 안전까지 다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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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토론회서 제도 전면 재검토 요구 확산
"실물 화재시험 확대·유해가스 기준 강화·허위 단열등급 근절 필요"

[아이뉴스24 이진우 기자] 대형 물류창고와 산업시설 화재가 반복되는 가운데, 산업현장 화재 안전 기준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불에 타지 않는 자재'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화재 상황에서의 구조 안전성과 유해가스 발생, 에너지 절감 성능까지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국회 의원관에서 열린 '화재에 안전한 산업현장 구출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판넬협회]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화재에 안전한 산업현장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여야 정치권과 산업계, 관계기관이 한목소리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복기왕·권영진·김주영·김형동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 산업계 관계자 등 14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산업현장 화재를 단순 사고가 아닌 “예방 가능한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며, 현재의 건축자재 기준과 관리 체계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불연재"라는 이름 뒤의 사각지대

현재 산업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샌드위치 패널과 복합패널은 공장, 물류창고, 냉동·냉장시설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현행 기준이 자재 자체의 ‘불연성’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토론회에서는 글라스울과 미네랄울 등 불연재로 분류되는 단열재 역시 실제 화재 상황에서는 다양한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들 자재는 섬유 형태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유기 바인더와 접착제를 함께 사용하는데, 화재 시 고온 환경에서 해당 물질들이 열분해되며 유해가스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제품에는 원가 절감을 위해 포름알데히드 계열 물질이 사용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화재 전문가들은 산업현장 화재의 주요 인명피해 원인이 화염 자체보다 연기와 유독가스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대형 화재 현장에서는 유독가스로 인해 피난 시간이 짧아지고, 질식과 호흡기 손상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단열재와 복합패널의 안전성 평가는 단순 가연성 여부를 넘어 △유해가스 발생량 △연기 확산 속도 △초기 화재 거동 △피난 가능 시간 확보 등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13일 국회 의원관에서 열린 '화재에 안전한 산업현장 구출을 위한 토론회'에서 권영진 국회의원이 발언 하고 있다. [사진=한국판넬협회]

◆"불에 안 타도 무너지면 끝"…구조 안전성 논란

토론회에서는 불연재 사용이 곧 건축물의 구조 안전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글라스울과 미네랄울은 다공성 구조 특성상 물을 흡수할 경우 무게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화재 발생 시 소방수 분사로 지붕과 천장 부위에 대량의 수분이 유입되면 자재 무게가 수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건축물을 지탱하는 철골 구조체는 화재 열기로 인해 강도가 급격히 약화된다. 이 과정에서 버클링(Buckling) 현상이 발생하면 지붕 붕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토론회에서는 과거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도 언급됐다. 당시에는 화재가 없었음에도 폭설과 빗물로 인한 하중 증가로 구조물이 붕괴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화재 상황에서는 열과 수분, 구조 하중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 불연성 기준만으로는 실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절감 정책도 흔들"…허위 단열등급 논란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부 복합패널 제품의 단열성능 표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일부 제품은 실제 시공되는 상태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시험한 성능 값을 기준으로 에너지 등급을 표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글라스울과 미네랄울은 절단 방향과 적층 방식에 따라 열전도율이 달라질 수 있는데, 실제 생산 제품과 다른 조건의 시험 결과를 적용해 단열등급을 높게 신고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건축물의 실제 에너지 효율은 설계 기준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 제품 표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과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등을 통해 에너지 절감형 건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허위·과장 성능 표시가 반복될 경우 정책 자체의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중동 지역 전쟁과 글로벌 에너지 가격 불안, RE100 등 국제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건축물 에너지 효율은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3일 국회 의원관에서 화재에 안전한 산업현장 구출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한국판넬협회]

◆"실물 화재시험 면제 제도 손봐야"

현행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은 불연재료를 사용하는 일부 복합패널에 대해 실물 화재시험을 면제하고 있다.

반면 유기물 기반 심재를 사용하는 제품은 엄격한 실물 화재시험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심재가 불연재라고 해서 전체 시스템까지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특히 글라스울 계열 제품은 형태 유지와 강판 접착을 위해 상당량의 유기 바인더와 접착제가 사용되는데도, 현행 제도에서는 심재의 불연성만으로 시험이 면제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실제 시공 상태를 반영한 실물 화재시험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물류창고와 공장, 산업시설처럼 화재 시 대형 인명피해 가능성이 높은 시설에는 보다 강화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화재 안전은 자재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산업현장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단순 자재 규제만이 아니라 설계·시공·유지관리·감독 체계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실제 시공 조건을 반영한 실물 화재시험 의무화 △유해가스·연기 평가 기준 강화 △기존 산업시설 자재 실태조사 △단열성능 표시 기준 현실화 △불법 자재 유통 차단 △국가기관·지자체 실시간 관리체계 구축 등의 과제가 제시됐다.

권용범 (사)한국판넬협회 전)이사장은 "산업현장 화재는 특정 자재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 기준과 관리 시스템 전체의 문제"라며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정책, 구조 안전성, 인명 보호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이진우 기자(news11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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