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서울 세운4구역 주민들이 정비사업을 가로막고 있는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요구에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는 14일 세운상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률상 의무가 없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강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적인 인허가 방해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세운4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의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고시를 거쳐 지난 3월 서울시와 종로구의 통합심의를 마치고 사업시행계획변경 인가만을 남겨 놓은 상태다.

주민대표회의는 "인허가가 매우 임박한 시점에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의 권고를 명분으로 세운4구역이 세계유산 보호지구 밖임에도 법에도 없는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강제하고 있다"라며 "서울특별시장과 종로구청장의 인허가 자치권을 방해하는 것은 행정의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정폭주"라고 주장했다.
2004년 시작된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은 무려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착공도 하지 못해 금융비용을 포함한 사업비 누적액이 약 8000억원에 이른다. 매월 발생하는 이자비용도 20억원이 넘는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민대표회의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주민들은 모두 깡통 토지주로 몰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주민 중 약 50여명은 착공을 보지 못한 채 사망했다"며 "국가유산청은 주민들의 재산권과 생존권을 더 이상 침해하지 말라.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법이 강제하지 않는 영향평가를 명령하고 정치 쟁점화했다"며 "반헌법적 발상으로 법치주의 근간을 파괴한 허 청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대표회의는 허 청장에게 지난 3월 16일 기자회견에서 인용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공문 원본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허 청장은 당시 공문을 인용하며 서울시가 세운4구역 유산영향평가를 받지 않으면 오는 7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종묘가 보전 의제에 오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민대표회의는 "우리 주민들은 유네스코 공문의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만에 하나 허민 청장이 공문의 내용을 확대 해석해 세운4구역을 겁박했는지 여부를 밝히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 불법적인 유산영향평가 명령을 철회하지 않으면 유산청을 상대로 형사고소,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등에 즉각 착수, 반드시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운4구역은 지난해부터 국가유산청과 서울시가 고도 제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시가 세운4구역 고도 제한을 종로변 55m에서 98.7m로, 청계천변 71.9m에서 141.9m로 각각 완화하자, 정부와 여당은 종묘에서 바라본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반대했다.
이에 시는 상월대에서 바라본 건물 예상도를 공개하는 등 검증을 시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사업 시행사인 SH공사가 중장비를 들여와 세운4구역 안 11곳의 땅속을 뚫는 시추 작업을 벌이다 적발됐다. 국가유산청은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유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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