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세금 빼면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 상승이 심해지니까 집안 살림이 더 힘들어지네요. 장 보기가 무서워요."
물가 상승으로 내수 불황의 그늘이 걷히지 않으면서 마트·슈퍼 업계에 먹구름이 꼈다. 고가의 내구재나 명품에는 지갑을 열면서도, 일상적인 장바구니 지출은 줄이는, 이른바 '불황형 소비'가 굳어지면서다. 반도체 호조와 갤럭시 S26·신차 출시 효과가 소매 판매 지표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렸지만, 정작 서민들의 장바구니는 가벼워진 셈이다.
11일 국가데이터처가 집계한 소매판매액 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소매판매액(경상금액)은 59조1777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4% 확대됐다. 소매판매액 지수도 107.2%로 전년 동월 대비 5%, 전월 대비 1.8% 포인트(p) 확대됐다.
그러나 음식료품 등 민생 경제와 맞닿은 비내구재에서는 판매가 전월 대비 1.8%p 줄었다.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에서 전월보다 9.8%p 판매가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년 동월 대비해서도 내구재는 15% 판매가 증가한 반면, 비내구재는 1.6% 증가에 그쳤다. 3월 들어선 '더 뉴 그랜저' 와 '갤럭시 S26' 출시 효과가 반영되며 내구재 중심 소비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소비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고가 소비와 생필품 소비 간 온도 차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화점 명품관과 프리미엄 가전 매장은 여전히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에 소비자들이 구매 품목과 수량을 줄이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곽노선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은 큰 변화가 없는데 부동산과 주식시장 상승으로 자산 격차가 벌어지며 소비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반도체 쏠림 현상으로 경제 지표는 개선됐지만, 체감경기와 소비 격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백화점의 올해 1분기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5% 증가했지만, 대형마트는 8.1% 줄었다. 명절 특수가 작용했던 2월 판매가 전월보다 15%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반등했으나 3월 들어 다시 12.5% 감소했다.
소비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 점도 대형마트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1분기 이커머스 등 무점포소매 판매액은 37조1865억원으로 대형마트 판매액(3조1156억원)의 약 12배가 넘는다.
이를 반영하듯 대형마트 업계의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다. 이마트 할인점 부문은 지난해 매출이 0.1% 감소했고, 영업 적자는 19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할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줄었으며, 3월 매출 역시 전월 대비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슈퍼도 올 1분기 매출액이 0.2% 성장에 그쳤다.
업계가 할인 행사와 초저가 전략 등을 통해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양극화와 체감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업황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장기 국면으로 접어든 국내 소비 침체는 오프라인 유통 수요 회복을 제한할 것"이라면며 "대형마트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부담도 지속되고 있어 업황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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