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리보핵산(RNA) 치료제 개발 경쟁이 본격화됐다.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이전 단계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기존 치료제로는 공략이 어려웠던 질환 표적까지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 관련 이미지. [사진=알지노믹스 제공]](https://image.inews24.com/v1/66c311ee43caf6.jpg)
기존 치료제 한계 넘는 RNA 기술
2일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RNA 치료제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RNA는 디옥시리보핵산(DNA)에 담긴 유전정보를 세포 내에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생성한다.
RNA 치료제는 이 과정에 개입해 질병 관련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RNA 기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기존 치료제와의 차이는 작용 지점에 있다. 항체나 저분자 화합물 치료제는 단백질이 생성된 이후 이를 차단하거나 조절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단백질 구조가 복잡하거나 세포 내부에 존재할 경우 약물이 접근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암 유발 변이 단백질, 신경퇴행성 질환의 독성 단백질, 희귀 유전질환의 원인 유전자 등이 대표적인 영역으로 꼽혔다.
RNA 치료제는 이 한계를 생성 이전 단계에서 공략한다.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RNA를 표적으로 삼아 기존 치료제가 닿지 못했던 영역까지 치료 가능성을 넓혔다. 일부 기술은 비정상 RNA를 교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표적 유전자 정보만 확보되면 후보물질 설계가 비교적 빠르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RNA 치료제 뛰어든 K바이오
국내 기업들도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섰다. 올릭스는 RNA간섭(RNAi) 기술을 기반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RNA간섭은 siRNA를 활용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siRNA는 세포 내에서 표적 RNA에 결합해 이를 분해하도록 유도한다. 질병 관련 단백질 생성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다.
올릭스는 황반변성 등 안과 질환을 시작으로 심혈관·대사질환, 비만, 중추신경계 질환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간 질환 분야에서는 siRNA를 간세포로 전달하는 갈낙(GalNAc) 기술을 활용했다.
알지노믹스는 RNA를 줄이는 대신 교정하는 전략을 택했다. 핵심은 ‘트랜스 스플라이싱 리보자임’ 플랫폼이다. 질병을 유발하는 RNA를 제거하고 치료용 RNA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으로 이어졌다. 알지노믹스는 지난해 5월 일라이릴리와 유전성 난청 치료제 개발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약 13억달러로 알려졌다.
알지노믹스가 초기 연구개발을 맡고, 이후 개발과 상업화는 일라이릴리가 담당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국내 RNA 편집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을 받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에스티팜, 원료 생산으로 RNA 경쟁 지원
에스티팜은 치료제 개발보다 생산 기반에 무게를 뒀다. RNA 치료제 원료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이 주력 사업이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siRNA와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등 RNA 치료제의 핵심 물질이다.
에스티팜은 합성 기술과 생산 설비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RNA 치료제 개발을 지원했다. mRNA 백신과 치료제 생산에 필요한 캡핑 기술 ‘스마트캡’과 지질나노입자(LNP) 전달 플랫폼도 확보했다.
캡핑 기술은 mRNA 말단을 보호해 분해를 막고, 세포가 이를 안정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실적도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은 3316억원으로 전년 대비 21.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51억원으로 98.9%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후보물질 확보뿐 아니라 고순도 원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역량이 상업화의 핵심”이라며 “RNA 치료제 경쟁이 심화될수록 생산 기업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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