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정부가 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유통 규제 개편에 나서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입점업체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만성 적자인 상황에서 추가 규제가 수익 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온라인 유통시장의 불공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오프라인 유통 중심으로 설계된 대규모유통업법 규제를 온라인 거래 환경에 맞게 손질하고, 전자상거래법 개정 등도 병행 검토하는 방향이다.

특히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 정산 지연, 광고·판촉비 전가, 자사 상품 우대 등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기존 유통업을 토대로 만들어진 법안의 포괄적 규정으로는 이런 특성이 반영된 사건에 대한 세밀한 제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공정위가 납품업체 76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유통분야 납품업체 서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공정행위 경험 응답률이 높은 업태로 쿠팡·카카오 선물하기·SSG닷컴·컬리 등 이커머스가 지목됐다. 이커머스에서 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하거나, 대금 입금이 지연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9.7%, 10.9%로 집계됐다. 전문판매점(4.1%)이나 백화점(4.3%)의 두 배 이상이다.
이번 제도 개선 논의에서 핵심 쟁점은 정산 주기다. 플랫폼별 정산 구조와 시기가 다른 데다, 플랫폼 중심으로 설계된 정산 구조라는 점에서 입점업체에 불합리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에 공정위는 정산 기간 단축과 기준 제도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티몬·위메프 사태에서도 판매 대금 정산이 지연되면서 일부 입점업체들이 자금난을 겪는 등 피해가 확산됐다.
업계에선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정산 주기 기준을 마련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의 정산 주기는 사업 구조상 일괄적으로 맞추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다수 판매자가 입점한 오픈마켓의 경우 플랫폼이 판매 대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산 시점이 조정되면 자금 운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정산은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PG)를 거쳐 플랫폼으로 유입된 판매대금을 일정 기간 보관한 뒤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환불·반품, 카드 차지백 등 거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장치다. 직매입과 오픈마켓 등 거래 구조에 따라 정산 방식과 시점이 달라진다.
이 같은 구조를 고려해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정산 주기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플랫폼 자율에 맡기고, 대신 지급 조건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에 방점을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실제 유럽연합(EU)의 플랫폼-기업 간 거래 규정(P2B Regulation)은 정산 기간 자체를 규정하기보다는 지급 조건과 변경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공개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을 받는 상황에서 추가 규제가 더해질 경우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거래 구조와 산업 현실을 고려한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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