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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미디어 교육 받을수록 가짜뉴스 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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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이장석 교수 연구팀 연구결과 발표
"청소년 뉴스소비 72.1%가 '쇼츠·틱톡·릴스'
'간첩단 99명 압송', 고교육 집단이 더 신뢰
연평균 미디어교육 6.64 시간…안 하니만 못 해

청소년의 뉴스 소비 방식 [사진=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장석 교수 연구팀]
2025년 3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스마트콘텐츠 실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많이 받은 청소년일수록 숏폼 기반 가짜뉴스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의 미디어 교육이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데 충분히 작동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학습자의 경계심을 낮추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장석 교수 연구팀은 21일 이 같은 내용의 '청소년의 숏폼 뉴스 신뢰도 형성 메커니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재단법인 우리교육연구소(이사장 이현) 지원을 받아 전국 만 14~19세 중·고등학생 5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다.

연구 결과 청소년의 뉴스 소비는 사실상 숏폼 플랫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응답자의 72.1%는 1순위 뉴스 시청 매체로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을 꼽았다. 긴 영상·스트리밍 플랫폼은 20.1%, 포털사이트는 7.7%였다. TV나 신문 같은 전통 매체를 첫 번째 뉴스 매체로 꼽은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청소년의 뉴스 소비 방식 [사진=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장석 교수 연구팀]
청소년의 뉴스 소비 방식 [사진=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장석 교수 연구팀]

뉴스를 접하는 방식도 눈에 띄었다. 응답자의 71.8%는 소셜미디어 이용 중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노출되는 방식으로 뉴스를 소비한다고 답했다. 플랫폼이 무엇을 추천하느냐가 청소년이 접하는 뉴스의 종류와 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는 뜻이다.

연구팀이 플랫폼 특성과 콘텐츠 요인, 사회적 영향 등 9개 요인이 숏폼 뉴스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가장 큰 변수는 '또래 동조성(β=.253)'이었다. '좋아요'나 댓글이 많은 콘텐츠일수록 청소년은 비판적으로 검토하기보다 더 신뢰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어 '알고리즘 개인화'(β=.163), '사용 편의성'(β=.150), '실시간 상호작용'(β=.142) 순으로 나타났다. 뉴스의 사실성 자체보다 플랫폼이 주는 친숙함과 편의성이 신뢰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경험과 가짜뉴스 신뢰도의 상관관계다. 연구팀이 실제 유통됐던 숏폼 가짜뉴스 영상인 '간첩단 99명 압송'을 제시한 뒤 신뢰도를 측정한 결과, 교육을 많이 받은 집단의 평균 점수는 3.61점으로, 적게 받은 집단의 2.98점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t=-6.69, p<.001).

연구팀은 이런 역설적 결과의 원인으로 현재 미디어 교육의 구조적 한계와 그에 따른 과신 효과를 제시했다. 우선 응답자 전원이 최근 1년 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 교육 시간은 연평균 6.64시간에 그쳤다. 한 학기로 환산하면 약 3시간 수준이다. 대부분 일회성 특강이나 단기 프로그램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 내용 역시 가짜뉴스 판별 기준이나 언론사 구분 같은 이론 중심으로 구성돼, 학생이 직접 출처를 추적하고 교차 검증하는 실습형 팩트체크 훈련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청소년의 뉴스 소비 방식 [사진=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장석 교수 연구팀]
숏폼 뉴스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 요인 [사진=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장석 교수 연구팀]

연구팀은 이 같은 교육 방식이 '과신(overconfidence)'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이른바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와 비슷한 양상이라는 것이다. 실제 판별 능력은 충분히 갖추지 못했는데도 '나는 가짜뉴스를 구별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커지면서, 오히려 검증과 경계를 소홀히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연구 책임자인 이장석 교수는 "현재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이중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연간 6시간 남짓의 이론 위주 교육으로는 실질적인 판별 능력을 키우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이런 피상적 교육 경험이 오히려 '나는 진위를 판단할 수 있다'는 과신을 심어주면서, 결과적으로 경계심만 낮추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청소년의 가짜뉴스 취약성을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 신뢰가 플랫폼 알고리즘과 또래 반응에 크게 좌우되는 환경에서는 교육만으로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 개혁과 플랫폼 규제, 사회적 대응 체계를 함께 추진하는 '생태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우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연구팀은 제언했다. 연간 7시간도 채 되지 않는 이론 강의만으로는 비판적 사고를 습관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별도 특강이 아니라 국어·사회·정보 등 기존 교과 속에 통합해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내용 역시 이론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가짜뉴스를 분석하고 출처를 추적하며 팩트체크를 반복하는 실습형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판별 능력'보다 '판별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취지다.

청소년의 뉴스 소비 방식 [사진=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장석 교수 연구팀]
학교와 기관에서 미디어 교육을 받은 정도와 숏폼 가짜뉴스 신뢰도 [사진=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장석 교수 연구팀]

플랫폼에 대한 제도적 규제도 병행돼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뉴스 신뢰가 플랫폼 기술에 강하게 의존하는 만큼, 개인 교육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한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의무를 명확히 하고, 위반 시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같은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추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 공개, 가짜뉴스 탐지·라벨링 시스템 강화, '좋아요'와 조회수 같은 사회적 신호의 가시성 축소도 함께 검토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콘텐츠 사전 검열보다는 플랫폼이 합리적인 절차와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독립적인 팩트체크 기관에 대한 공적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청소년에게 실질적으로 닿기 위해서는 팩트체크 결과 역시 숏폼 형식으로 빠르게 유통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나 재난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관계 부처와 플랫폼, 학교가 협력해 정정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아울러 숏폼 플랫폼의 상당수가 다국적 기업인 만큼 OECD, UNESCO, ITU 등 국제기구와 협력해 플랫폼 규제와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국제 기준을 마련하고 각국 정책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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