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EV 100만]⑤보조금 없이도 팔릴까⋯전기차 대중화의 진짜 조건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보조금 비중 실구매가 15% 하락⋯'정부 마중물' 끝나는 시점 대비해야
TCO(총보유비용) 역설⋯낮은 연료비, 비싼 보험료·중고차 감가에 '상쇄'
'배터리 구독제' 대안 부상⋯중고 전기차 '잔존가치 보존'도 과제

대한민국 도로 위 자동차 지형도가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2011년 관용차 위주로 첫발을 뗀 국내 전기차 시장이 15년 만에 누적 등록 100만 대 시대를 연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증가를 넘어, 전기차가 초기 수용자(Early Adopter)를 넘어 대중이 선택하는 주류 소비재로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본지는 총 6회에 걸친 특별 기획을 통해 전기차 100만 대 시대의 산업적 함의와 생태계 변화, 그리고 기술 패권 경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편집자]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5층에 전시된 '아이오닉 9' 절개 차량. [사진=김종성 기자]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5층에 전시된 '아이오닉 9' 절개 차량. [사진=김종성 기자]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지난 15년간 전기차 성장을 견인해 온 강력한 엔진이었던 정부 보조금은 단계적 축소가 불가피하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보조금이라는 인공호흡기 없이 홀로 서야 하는 '자생력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100만 대 돌파 이후, 전기차(EV) 시장은 단순한 보급 대수 확대가 아니라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HEV)와 보조금 없이도 정면 승부할 수 있는 경제적 생태계를 구축이 필요하다.

실구매가 기준 보조금 비중 하향세⋯평균 12~15% 수준

보조금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하는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그 의존도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현재 국내 주요 전기차 모델의 실구매가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2~15% 수준으로, 3년 전(20~25%) 대비 눈에 띄게 낮아졌다.

현재 국비와 지방비를 합친 최대 보조금은 서울시 기준 약 80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산술적으로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보조금을 받아도 동급 하이브리드(HEV)보다 최소 800만원에서 1200만원 이상 비싸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준중형 SUV 시장의 베스트셀링 모델들을 비교해 보면 격차가 뚜렷하다. 스포티지·투싼 하이브리드의 주력 트림 가격이 3000만원대 중후반에서 형성되는 반면, 동급인 EV6나 아이오닉 5는 보조금을 적용해도 4000만원대 중후반을 웃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량은 45만2714대가 등록되며 전년 대비 14.7% 성장, 시장 점유율 26.8%를 기록하며 주류로 올라섰다. 반면, 전기차는 지난해 22만 대를 돌파하며 5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이는 2024년 '캐즘'에 따른 기저효과와 정부의 보조금 조기 집행(1월 시작)에 따른 일시적 반등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5층에 전시된 '아이오닉 9' 절개 차량. [사진=김종성 기자]
경기 용인시 영덕동 오토허브에 있는 '현대 인증 중고차 상품화센터'에 아이오닉 5 인증 중고차가 전시돼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총보유비용(TCO)의 역설⋯아낀 연료비, 보험료와 감가로 '상쇄'

'친환경'과 함께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 '경제성'도 도전받고 있다. 연간 1만5000km 주행 기준, 전기차의 충전비는 내연기관차 연료비의 약 35~40% 수준으로 여전히 저렴하다. 하지만 이를 상쇄하는 복병들이 숨어 있다.

우선 보험료다. 전기차는 고가의 배터리 팩과 높은 수리비로 인해 동일 가액의 내연차 대비 보험료가 평균 1.2~1.5배 높게 책정된다. 여기에 최근 화재 포비아로 인한 손해율 상승이 반영되며 체감 보험료 부담은 더 커졌다.

더 치명적인 것은 중고차 잔존가치다. 중고차 플랫폼 헤이딜러와 엔카 등의 올해 1분기 시세 분석에 따르면, 출고 3년 경과 기준 전기차의 잔존가치는 신차 가격의 약 52~55% 수준으로, 하이브리드(68~72%)나 내연차(62~65%)보다 감가 폭이 훨씬 가파르다. 배터리 성능 저하에 대한 우려와 급격한 신차 가격 변동이 중고차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결국 '충전비로 아낀 돈을 중고차 값 하락으로 다 잃는다'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실제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5층에 전시된 '아이오닉 9' 절개 차량. [사진=김종성 기자]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배터리 모형. [사진=김종성 기자]

자생적 시장의 조건⋯'반값 배터리'와 '잔존가치 보존'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이 보조금 없이 자생하기 위한 핵심 임계점(Tipping Point)으로 '내연차와의 가격 등가(Price Parity)' 도달을 꼽는다. 이를 위해서는 차량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의 혁신적 하락이 필수적이다.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들이 차세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양산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조금 없이도 3000만 원대 중반에 공급 가능한 보급형 EV 라인업이 구축될 때 비로소 진정한 대중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고차 잔존가치를 방어할 수 있는 '배터리 인증 체계' 확립도 시급하다. 현재 전기차 중고 가격이 급락하는 핵심 원인은 배터리 잔여 수명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데이터를 활용해 배터리의 건강 상태(SoH)를 정부와 제조사가 공인해 주는 '배터리 등급제' 도입이 대안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투명한 가치 산정이 가능해지면, 배터리만 따로 빌려 쓰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BaaS)'도 활력을 얻을 전망이다. BaaS 모델은 소비자가 차량 가격의 40%에 달하는 배터리 값을 지불하지 않고 월 이용료를 내는 방식이다. 보조금 600만원보다 배터리 구독을 통한 2000만원 가까운 초기 비용 절감이 소비자에게 더 큰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이 Baas가 대안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 이용 시 전기차 초기 구매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인 2000만원대까지 낮출 수 있어, 보조금 소멸 이후의 가장 강력한 자생적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배터리 구독 모델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차량과 배터리를 분리하는 '배터리 교환' 모델을 정책적으로 허용하고 교환소 구축 등 인프라 확충을 지원해 왔다. 아울러 보험 적용과 잔존가치 평가, 배터리 추적 관리 체계 등을 선제적으로 정비하며 BaaS 서비스 생태계와 시장을 구축했다.

한국 정부도 '배터리 구독제' 도입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배터리 구독제 도입의 걸림돌로 지목돼 온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용이 끝난 전기차 배터리 등의 순환 이용을 위해 성능평가, 안전검사, 이력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배터리의 체계적인 관리와 BaaS 지원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 자동차관리법은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도 차량 소유자가 가져야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손봐 배터리 소유권은 리스 업체에 남고, 배터리 가격을 제외한 금액을 소비자가 차를 가져가는 것이 가능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KEIT)은 최근 발표한 '중고가치를 반영한 자동차 수요 추정과 정책적 시사점 연구'에서 "현재의 전기차 관련 정책은 구매 시점의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며 "그러나 정책의 목표가 탄소 저감과 자원순환이라면 차량이 실제로 오래, 그리고 많이 운용되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두세 차례 이상의 소유주를 거치도록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차의 잔존가치는 배터리의 건강도(SOH), 충전 인프라의 지역적 접근성, 무선 업데이트 서비스(OTA)를 통한 안전·효율 업데이트, 고전압 부품의 수리 접근성에 크게 좌우된다"며 "전기차의 고질적 우려 사항이었던 잔존가치 급락을 억제하면, 신차 시장에서도 보급이 가속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EV 100만]⑤보조금 없이도 팔릴까⋯전기차 대중화의 진짜 조건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TIMELINE



포토 F/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