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저랑 왜 결혼하세요?”(성희주)
“후배님 돈 많잖아. 우리나라에서 제일. 그게 가장 큰 이유지. 허구한 날 세금 축낸다고 욕먹는 왕실에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니. 둘째는 미모다. 셋째, 내가 왕위에 오르고 싶다고 하면 모두가 나를 비난하고 욕할텐데 후배님은 날 이해하겠지”(이안대군)
지난 17일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3회에서 오고간 아이유(성희주)와 이안대군(변우석)의 대화다. 이 대사는 드라마의 핵심 주제와 직결돼 있다.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21세기 대군부인’은 모든 걸 가진 재벌이지만 신분이 평민에 서출이라는 출신의 한계를 가진 여자(성희주)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슬픈 남자(이안대군)의 운명 개척 신분 타파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다.
우리나라에는 입헌군주제가 없지만 영국, 일본, 태국 등은 형식상 입헌군주제다. 왕은 가장 높은 자리에 있지만 실권은 없다. 이를 ‘피겨헤드’( figurehead)라고 부른다.
‘21세기 대군부인’은 무너져가는 왕권을 자본력이 구출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무엇으로? 물론 ‘사랑’으로다. 그 다음은 돈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 ‘21세기 대군부인’의 대사구조는 ‘꽃보다 남자’나 ‘궁’보다 진일보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캐릭터와 캐스팅은 절묘하다. 아이코닉하다.
변우석은 이안대군 역에 어울린다. 밝은 성격에 나대는 성격이었다면 변우석에게 최악의 캐스팅이었을 것이다. 왕이었던 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5살 어린 조카에게 왕위가 넘어가면서 섭정이 불가피해졌고, 형수이자 대비인 윤이랑(공승연)이 사사건건 간섭해, 마음이 무거워진 캐릭터다. 이안대군은 대사가 적으면서도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는 예측불허 반전 결핍 캐릭터라는 점이 변우석에게는 매력이다.
그런 캐릭터 관계속에서 성희주를 연기하는 아이유는 ‘욕심, 성깔, 귀여움’으로 시작해 앞으로 점점 결핍이 채워지며 멋진 모습을 보여줄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낼 것이다.
신분제 불평등 근대사회에서 평등 자유의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몰락하는 왕권, 이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지지도 변화는 입헌군주제 국가가 맞이해야 될 숙명 같은 것이다. 영국은 엘리자베드 2세가 이 중심에 있었다.
엘리자베드 2세는 주궁인 버킹검 궁전보다 템스강변 이튼스쿨 옆에 위치한 별궁 원저성을 특히 좋아했다. 청나라 말기의 황태후인 서태후가 주궁인 자금성보다 별궁인 이화원을 더 좋아했듯이.
영국 현 왕조 이름도 윈저 왕가다. 윈저 왕가는 원래 독일계 작센코부르크고타 왕조였으나, 앨리자베드 2세의 친할아버지인 조지 5세가 윈저 왕가로 개명했다. 1차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연합국의 일원이 된 영국은 독일을 상대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영국 왕조의 명칭에 독일의 피가? 심지어 영국 왕실은 독일의 승리를 지지한다는 소문까지 나왔다. 왕조 명칭에서 독일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엘리자베드 2세의 큰아버지인 에드워드 8세는 아돌프 히틀러와 친했다. 그는 10개월간 재위하고 심프슨 부인과 재혼하겠다며 왕위를 동생 조지 6세(엘리자베드 2세의 아버지)에게 줘버리고 윈저 공작으로 지냈다.
그런 윈저 성에 1992년 큰 화재가 발생했다. 그 안에 있던 고급 가구와 그림 들을 빼내자 영국국민들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유럽에서 가장 귀중한 그림들이 그 안에서 나왔다.
원저 성은 복원하는 데 엄청난 예산이 들지만, 국민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국민들이 “왜 우리 세금으로 윈저성을 복원시키느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왕가는 여론이 가장 중요하다. ‘21세기 대군부인’에서도 이안대군은 성희주 사장에게 “대군부인이 될 채비를 하라”면서 “여론부터 움직여봐”라고 말한다.
이 때 엘리자베드 2세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래, 우리도 세금(소득세)를 내고, 우리 힘으로 윈저성을 복원할게” 이전에는 왕족들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그러면서 버킹검 궁을 개방해 입장료를 받았다. 로열 패밀리들의 이야기를 언론에 기사화하는 것도 허락했다. 홍보 마케팅 비즈니스 전략이 뛰어난 여왕이었다.
그 결과 엘리자베드 2세가 왕가 스스로 재정을 충당할 정도로 큰 돈도 벌어들이게 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파파라치의 보도는 없어지지 않았다.
원래 영국 왕가는 자체 대변인이 보내주는 보도자료만 기사화됐다. 대관식이나 왕세자 책봉 등 중요한 행사만 릴리스했다. 하지만 엘리자베드 2세의 마케팅 방식 전환 이후 타블로이드 신문 1면의 최고 아이템은 연예인이 아닌 로열 패밀리였다. 그 중에서도 다이애나 스펜서 전 왕세자비가 1면에 나가면 판매부수가 엄청나게 뛰어올랐다. 다이애나 비는 결국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가 고인이 됐다.
다이에나의 둘째 아들인 해리 왕자는 아예 왕실의 권리를 포기하고 아내인 메건 마클과 미국의 할리웃 근처에 살며, 왕실 내부 이야기를 폭로하는 내용을 담은 자서전 ‘Spare’를 써 엄청난 인세 수익을 올렸다.
영국 왕실은 이미 현 국왕 찰스 3세의 장남인 윌리엄 왕세자 중심으로 체제가 잡혀있다. 해리는 왕이 될 형인 윌리엄과는 너무나 다른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진짜 책 제목대로 자신은 '스페어'였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앞으로 '21세기 수양' 이안대군과 '캐슬뷰티 CEO' 성희주 사이에 많은 에피소드가 공개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워낙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아이유와 변우석 보는 재미로 ‘21세기 대군부인’을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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