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생성형 AI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많은 기업이 다양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챗봇, 자동화, 데이터 분석 등 활용 영역도 빠르게 확장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사뭇 다르다. 상당수 프로젝트가 파일럿 단계에서 멈추거나 기대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술 성숙도 문제라기보다 접근 방식 문제에 가깝다. AI를 하나의 기능이나 도구로 바라보는 한, 파일럿은 반복되지만 확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지금 기업은 ‘AI를 도입할 것인가’가 아닌 ‘AI를 전제로 비즈니스와 운영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성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DX사업본부 본부장. [사진=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ttps://image.inews24.com/v1/ec65a543caf4e5.jpg)
많은 프로젝트가 멈추는 가장 큰 이유는 명확한 기준 없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파일럿은 진행되지만 무엇을 개선하고 어떤 지표로 성과를 판단할지 정의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프로젝트는 자연스럽게 ‘검증’이 아닌 ‘시도’에 머물고, 조직 내에서 확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어려워진다.
또 하나의 문제는 데이터와 인프라의 단절이다. 기업 내 데이터는 여전히 여러 시스템과 환경에 분산되어 있고, 멀티 클라우드 환경까지 더해지면서 동일 데이터를 두고도 서로 다른 해석이 발생한다. 가시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AI가 만들어내는 결과에 대한 신뢰 역시 확보되기 어렵다.
AI 확장의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를 어떻게 보고, 관리하고,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최근 현장에서는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흐름과 맥락까지 함께 관리하려는 요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메타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나,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를 아우르는 통합 데이터 운영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기술 도입이 아니라 데이터와 인프라를 일관된 관점에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토리지와 데이터 관리 계층에서 정책 기반으로 데이터 위치와 접근 권한, 이동 경로를 통제하고 이를 클라우드 환경까지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AI 모델이 활용하는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과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인프라 운영 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개별 시스템 단위로 관리하던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인프라 전반을 하나의 관점에서 관리하고 자동화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기업들은 반복적인 운영 작업을 줄이고 환경 간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화 기반 운영 체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 개선을 넘어 AI 워크로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기술적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의 변화다. AI는 특정 부서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방식과 업무 흐름을 바꾸는 기술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기업이 기존 조직 구조를 유지한 채 AI를 도입하고 있다. 이 경우 기술은 도입되지만 실제 활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IT뿐 아니라 운영·재무·전략 조직까지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의사결정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AI 투자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기술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어디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어떤 성과를 만들 것인지’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작고 명확한 프로젝트가 효과적이다. 운영 비용 절감, 업무 시간 단축, 인프라 효율 개선 같이 측정 가능한 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과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어야 조직 내 확장에 대한 공감과 확신이 만들어진다.
결국 AI 확장은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운영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이다. 개별 솔루션을 도입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모듈화된 구조와 API 중심 설계, 그리고 다양한 환경을 유연하게 연결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동시에 특정 기술이나 벤더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형 구조를 통해 지속적인 확장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지금은 많은 기업이 AI를 실험하고 있는 과도기다. 앞으로는 확장을 전제로 구조를 설계한 기업과 파일럿만 반복하는 기업 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질 것이다. 얼마나 많은 AI를 도입했는지가 아닌 이를 얼마나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했는지가 중요하다.
AI는 기능이 아니라 기반이다. 이 관점의 전환이 이뤄질 때 비로소 파일럿은 끝나고 진짜 AI 도입이 시작된다.
/윤소진 기자(soj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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