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대구 선거를 설명하던 가장 간단한 문장은 이것이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불만이 있어도 결국은 돌아왔다. 인물보다 정당, 실망보다 안정, 갈등보다 익숙함을 선택해 온 정치 공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가장 먼저 균열이 드러난 지점은 공천이다.
국민의힘의 반복된 컷오프 논란과 절차 불신은 단순한 내부 갈등을 넘어 유권자 피로로 직결되고 있다. “누가 되느냐”보다 “어떻게 뽑느냐”에 대한 불신이 더 커졌다는 점이 뼈아프다.
과거에는 공천 갈등이 있어도 결과가 나오면 빠르게 봉합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탈락한 후보들이 공개 반발하고, 지지층은 분열되고, 유권자는 지켜보며 거리를 둔다.
인물 경쟁력도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변수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라는 ‘대항마’의 등장은 기존 구도를 흔들고 있다. 상대가 약할 때는 내부 문제가 덮였지만, 경쟁력이 있는 후보가 등장하자 그동안 쌓였던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나는 형국이다.
정치는 상대평가다. 상대가 강해지면 약점은 더 선명해진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민심의 기준이다.
유권자들은 더 이상 ‘정당 소속’만으로 표를 주지 않는다. “누가 더 일할 사람인가”, “누가 지역을 바꿀 수 있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분위기 변화가 아니라, 선택 기준 자체의 변화다. 과거의 ‘충성’이 ‘성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장에서 들리는 말도 달라졌다.
“이번에는 다르게 봐야 하는 것 아니냐” “이대로 가면 진짜 질 수도 있다”
이런 말들은 과거 선거에서는 쉽게 나오지 않던 표현들이다. 위기의식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문제는 여전히 시간이다.
국민의힘이 분열을 수습하고 단일 대오를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갈등을 끌고 간 채 선거에 들어갈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역시 ‘반사이익’에 머물지 않고 실제 지지로 연결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올라 있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대구는 더 이상 ‘자동 승리 지역’이 아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공식은, 지금 이 순간 깨지고 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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