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자동차 판매 방식에 변화를 던졌다. 이름은 ‘리테일 오브 더 퓨처(Retail of the Future, RoF)’. 겉으로 보면 디지털 전환과 판매 구조 개선이지만, 본질은 하나다. 가격을 하나로 묶겠다는 선언이다.
자동차 구매는 오랫동안 ‘정보 싸움’이었다. 같은 차라도 어디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구조는 소비자에게 피로감이자 불신의 원인이었다. 이른바 ‘얼마까지 받아봤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시장. 그 틀을 벤츠가 흔들고 나선 셈이다.
이번 RoF의 핵심은 ‘원 앤 베스트 프라이스(One & Best Price)’. 전국 어디서든 동일한 가격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더 이상 전시장별 할인 경쟁도, 소비자 간 가격 차이도 없다. 제조사가 가격 주도권을 쥐고, 소비자는 제시된 가격을 기준으로 선택만 하는 구조다.
표면적으로는 ‘투명성 강화’다. 실제로 가격 불신을 줄이고 구매 스트레스를 낮추는 효과는 분명 기대된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차량 확인부터 계약, 시승 신청까지 가능한 점도 소비자 편의성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하지만 시선은 여기서 갈린다.
가격이 투명해진다는 것은, 동시에 가격 협상의 여지가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동안 할인 폭을 비교하며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움직였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 흔히 이뤄지던 프로모션 경쟁이 약화될 경우, 체감 가격은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딜러 구조 역시 변화를 피할 수 없다. 가격 협상 중심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상담과 서비스 중심으로 역할이 재편된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현장의 적응 부담과 내부 갈등을 동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시도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동차 판매의 기준이 ‘흥정’에서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이 아닌 서비스와 브랜드 경험으로 경쟁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벤츠의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국내 자동차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소비자 체감 혜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제조사 중심 구조 강화’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결국 관건은 단순하다.
“투명한 가격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RoF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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