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치킨업계가 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본격적인 눈치 싸움에 들어갔다. 닭고기와 식용유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며 인상 압박은 한계 수준에 이르렀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소비자 반발을 감안하면 어느 업체도 먼저 총대를 메기 어려운 분위기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닭고기 등 육계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f99c4687f54450.jpg)
14일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치킨에 주로 쓰이는 9~10호 닭의 공장가격은 ㎏당 5308원으로 1년 전보다 13.1% 올랐다. 부분육인 넓적다리는 ㎏당 8713원, 날개는 1만298원으로 각각 13% 상승했다. 지난달 생계 산지가격도 ㎏당 255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6% 뛰었다.
닭고기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공급 위축이 꼽힌다. 2025~2026년 겨울철 육계와 육용 종계 살처분 규모가 각각 40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공급이 줄었고, 하루 평균 도축 마릿수 감소와 생산성 저하도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튀김용 기름 가격도 오름세다. 최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식용유 원료인 대두유 가격은 전년 대비 50%가량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이미 가맹점에 공급하는 튀김용 기름 가격을 올리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bhc는 지난해 말 튀김용 기름 공급가를 3년 6개월 만에 20% 인상했고,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7일 점주들과의 상생협의회에서 10% 안팎 인상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포장재도 부담 요인이다. 중동 분쟁 여파로 나프타 수급 불안이 이어질 경우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용기 등 포장재 가격도 추가 인상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닭고기 등 육계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b5a57ef0460929.jpg)
업계의 고민은 원가 부담 자체보다 가격 인상의 ‘순서’에 있다. 내부적으로는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먼저 가격을 올리는 업체가 될 경우 소비자 비판과 시장의 역풍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어서다.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치킨 한 마리 가격이 3만원에 육박하거나 이를 웃도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피로감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종 비용 압박이 누적돼 더 이상 내부에서 흡수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며 “다만 소비자 부담과 시장 반응을 감안하면 어느 한 곳이 먼저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치킨업계에서는 누가 먼저 가격을 올리느냐에 따라 실적이 크게 엇갈린 사례가 적지 않다. 교촌에프앤비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매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2021년 11월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뒤 이듬해 bhc에 선두를 내줬다. bhc 역시 같은 해 12월 가격을 조정했지만, 소비자 반발은 먼저 가격을 올린 교촌에 더 집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교촌이 2023년 BBQ에 밀려 업계 3위까지 내려간 배경에도 선제 인상 부담이 거론된다. 교촌은 2023년 4월 주요 메뉴 가격을 3000원씩 인상한 뒤 치킨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BBQ는 가격 인상을 자제하며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bhc도 교촌보다 늦은 12월 가격 조정에 나서며 전년 대비 5.5%의 매출 증가를 거뒀다.
결국 업계 안팎에서는 가격 인상 필요성 자체보다도 ‘누가 먼저 움직일 것인가’가 더 큰 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원가 부담은 임계점에 도달했지만, 정부 기조와 소비자 여론, 경쟁사 움직임을 함께 살펴야 하는 만큼 당분간 주요 업체들의 팽팽한 눈치 싸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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