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핵심 장비인 '열압착(TC) 본더'를 둘러싼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간 특허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핵심 공정 기술을 둘러싸고 서로 특허 침해 금지 맞소송을 벌이고 있다.
![(가운데) 곽동신 회장과 창업자인 故 곽노권 회장이 2016년 7월 27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듀얼 TC 본더(DUAL TC BONDER)' 출시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한미반도체]](https://image.inews24.com/v1/c8ef5cfb5a7ae2.jpg)
양사 간 분쟁은 2024년 12월 한미반도체가 먼저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한미반도체는 이 소송에서 자사가 2017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2모듈·4헤드' 구조의 TC 본더 핵심 특허를 근거로, 한화세미텍 장비가 이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구조는 복수의 본딩 헤드를 동시에 구동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HBM 적층 공정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가운데) 곽동신 회장과 창업자인 故 곽노권 회장이 2016년 7월 27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듀얼 TC 본더(DUAL TC BONDER)' 출시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한미반도체]](https://image.inews24.com/v1/7e18ce5fa0625d.jpg)
한화세미텍은 지난해 5월 한미반도체 특허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또 같은 해 10월에는 한미반도체의 TC본더 모델인 '그리핀'과 '드래곤'이 자사가 보유한 플럭스(접합용 화학물질) 도포 및 평탄화 기술과 관련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약 10억원 규모 손해배상과 장비 폐기를 요구했다. 이와 과련 지난 9일 법원에서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한미반도체는 이에 대해 "2016년 세계 최초로 HBM용 TC본더를 개발하고 2017년 업계 최초로 공급하며 시장 표준을 정립한 원조 기업"이라며 "후발주자의 근거 없는 법적 공세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기술 가치를 훼손하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또 "해당 특허에 대한 비침해 사실이 명백하다"며 "특허무효심판 등 우회적 전략 대신 본안 소송을 통해 신속히 종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선사용권과 무효 입증 자료를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미반도체는 2002년부터 지식재산권 강화에 주력해 HBM 장비 관련 특허를 출원 예정 건을 포함해 총 163건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글로벌 TC본더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화세미텍은 기술 독자성과 시장 검증을 앞세워 맞섰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당사의 모든 기술은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축적된 결과물로,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인정받고 있다"며 "특허를 침해하는 행위는 산업 질서를 훼손하는 만큼 법적 절차를 통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럭스는 HBM 적층 공정에서 D램 칩을 잇는 '마이크로 범프(납땜 돌기)'에 부착돼 칩 정렬과 산화막 제거를 하는 물질이다. 균일한 도포와 정밀한 검사 기술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TC본딩은 열과 압력으로 '범프'를 눌러 D램 칩을 붙이는 방식으로, 현재 HBM4(6세대)까지 적용되는 주력 공정이다.
이번 분쟁의 배경에는 SK하이닉스 공급망 주도권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3월 한화세미텍과 TC 본더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기존 한미반도체 중심의 공급 구조를 다변화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으로부터 누적 기준 각각 552억원, 805억원 규모의 장비를 도입했다. 여기에 싱가포르 장비 업체 ASMPT 제품도 일부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판결 결과에 따라 장비 판매 또는 생산 제한 조치가 내려질 경우 HBM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복수 공급 체제가 이미 구축된 만큼 단기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동시에 나온다.
이번 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세미텍이 제기한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은 오는 6월 18일로 예정돼 있으며, 한미반도체가 제기한 소송은 아직 첫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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