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야생 침팬지에서 내전으로 보이는 집단폭력 현상이 최초로 관찰됐다. 사회적 유대 관계의 변화만으로도 한때 단결했던 집단이 분열됐다. 이전 동맹들 사이에서 지속적이고 치명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1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이번 논문(논문명: Lethal conflict following group fission in wild chimpanzees)은 미국 텍사스대와 미시건대, 독일 영장류센터 등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의 응고고 침팬지 집단에서 발생한 영구적 분열과 치명적 갈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30년 동안 행동 관찰과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이 같이 희귀한 사례를 관찰할 수 있었다.
![침팬지. [사진=대구경찰청]](https://image.inews24.com/v1/33403ca6c820c7.jpg)
하나의 응집력 있는 집단이었던 침팬지 공동체는 2015년쯤부터 두 개의 뚜렷하게 양극화된 집단으로 급속히 분열되기 시작했다.
단순한 분리가 아닌 공간적-생식적 분리로 이어진 사회적 단절이었다. 2018년에는 분열이 완전히 고착화돼 두 집단 사이에 어떠한 연결 고리도 남지 않게 됐다.
이후 한 침팬지 집단은 다른 집단에 대해 지속적이고 조직적 공격을 감행했다. 성체 수컷들이 많이 죽었고 2021년부터는 영아 살해까지 빈번하게 발생해 매년 평균 여러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연구팀은 비정상적으로 큰 집단 규모, 먹이와 번식을 둘러싼 경쟁, 핵심 개체의 죽음, 리더십 변화, 질병과 같은 요인들이 사회적 유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분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허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번 논문에 대해 “응고고 침팬지 집단은 이미 영장류 연구자들에게 140개체 이상으로 구성된 현존 최대 규모의 집단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며 “그 결과 집단 분열의 전 과정을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인상적인 점은 집단 분열이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집단 내부에서 꾸준히 진행돼 온 사회적 분화 과정의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개체 사이 접점이 조금씩 바뀌어 가다가 무리가 조금씩 정해지고 상호 교류 패턴이 바뀌면서 유연했던 네트워크가 두 개의 새로운 하위집단으로 재편됐고 결국 완전한 분리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허 연구원은 “이러한 집단의 분리와 상호 적대적 행위는 인간 역사에서는 자주 관찰되는 현상”이라며 “응고고 집단의 경우 비정상적으로 큰 집단 규모는 사회적, 정치적 긴장을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응고고 침팬지 집단에서 관찰된 참혹한 내전은 단일 원인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복잡한 대규모 정치 집단 구조, 정치·사회 네트워크의 점진적 분화, 수컷 연맹 사이 과다 경쟁, 외부 위협의 감소, 번식 경쟁 증가와 같은 복합적 요인이 상호작용해 나타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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