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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써본' CDMA...30년 전 SKT 선택이 모든 것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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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MA, 과감한 투자로 세계 최초 상용화
CDMA로 시작된 한국 경제 도약…ICT, 국가 핵심 산업으로
3G·4G·5G 넘어…통신, AI 인프라로 진화
"BTS 공연도 30분 설계"…AI 네트워크 본격화

[아이뉴스24 서효빈 기자] "일반 유선전화와 별 차이가 없을 만큼 감도가 깨끗하네요." 1996년 1월 3일 오전 9시 1분, SK텔레콤(전 한국이동통신) 남인천영업소. CDMA 세계 1호 고객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동통신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이동통신 강국의 저력은 그렇게 잉태되기 시작했다.

아무도 안 써본 기술이었지만 SK텔레콤은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웠고, 3G·4G·5G를 잇는 국가 핵심 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런 점에서 SK텔레콤의 이동통신 30년 발자취는 이동통신 강국의 근간을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다.

1995년 6월 12일 '정보통신 전시관 행사'에서 경상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CDMA 시험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SKT]
1995년 6월 12일 '정보통신 전시관 행사'에서 경상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CDMA 시험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SKT]

"아무도 안 써본 기술"…CDMA, 과감한 투자로 세계 최초 상용화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는 하나의 주파수 대역을 고유 코드로 구분해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쓰면서도 서로 간섭 없이 통화할 수 있게 하는 2세대 이동통신(2G)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글로벌 시장에서는 TDMA(시분할 다중접속) 방식이 2세대 이동통신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CDMA는 상용화 사례가 없는 기술이었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론적으로 훌륭했지만 당시에 CDMA는 아무도 사용 안 해본 기술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리스크 있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SK텔레콤은 이 결정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했다"고 회상했다.

SK 최종헌 선대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서울과 수도권에서 CDMA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국은 세계 최초로 CDMA를 상용화한 국가가 됐다. 이후 9개월 만에 전국망이 구축되고, CDMA 방식은 세계 표준으로 확산됐다.

1995년 6월 12일 '정보통신 전시관 행사'에서 경상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CDMA 시험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SKT]
SK텔레콤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한 1996년 CDMA 대규모 상용화가 국제전기전자공학협회(IEEE)가 선정하는 'IEEE 마일스톤(이정표)'에 등재됐다. [사진=SKT]

이 때 대규모 상용화 공로를 인정받아 SK텔레콤은 2024년 '글로벌 ICT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IEEE 마일스톤'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캐슬린 크레이머 IEEE 회장은 "당시 대다수의 해외 기업과 달리 더 발전됐지만 상용화하지 못한 상태였던 CDMA를 과감하게 택해 통신 기술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평가했다.

CDMA로 시작된 한국 경제 도약…ICT, 국가 핵심 산업으로 부상

1995년 6월 12일 '정보통신 전시관 행사'에서 경상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CDMA 시험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SKT]
1996년 10월부터 지하철 2호선 4개 역사와 지하상가 등 전파 음영지역에 순차적으로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고객이 지하철을 기다리며 이동전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SKT]

국내 이동통신은 CDMA 상용화를 기점으로 단순한 통신 서비스를 넘어 산업 전반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1998년 1000만 명을 넘어선 뒤 빠르게 증가해 1999년에는 유선 전화를 추월했다.

CDMA 상용화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압도적이었다. ETRI가 2002년 발간한 'CDMA 기술개발 및 산업 성공요인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CDMA 이동통신 산업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연평균 37.2% 고속 성장을 통해 누적 생산액 42조원을 기록했다. 또 생산유발효과 125조원, 142만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가져왔다.

실제 1996년 GDP 대비 정보통신산업 비중은 2.2%였지만 2025년에는 13.1%로 확대됐다. 규모 역시 17.8조원에서 304조원으로 증가했다.

수출에서도 변화는 뚜렷했다. 반도체와 단말기를 포함한 IT 수출은 412억달러에서 2643억달러로 약 6.4배 증가했다.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CDMA는 한국 경제 성장의 모멘텀이 됐다"며 "국가가 전반의 틀을 마련하고 민영화와 경쟁 활성화를 추진한 뒤 기술 표준을 토대로 글로벌 진출로 이어진 성장의 궤적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3G·4G·5G 넘어…통신, AI 인프라로 진화

1995년 6월 12일 '정보통신 전시관 행사'에서 경상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CDMA 시험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SKT]
이동통신 세대별 진화 [사진=SKT]

이동통신은 이후 세대 진화를 거치며 산업 생태계를 확장해왔다. 3G는 모바일 콘텐츠 산업의 출발점이었다. 4G LTE는 스마트폰 대중화와 플랫폼 경제 확산을 이끌었다. 5G는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 기반이 되며 통신을 산업 인프라로 확장시켰다.

최근 통신은 AI와 결합하며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에도 '에이닷(A.)' 등 서비스를 통해 AI 사업을 확대하며 통신사에서 AI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SK텔레콤은 다음 30년 키워드로 'AI 고속도로'를 꼽았다. 과거 통신망이 사람을 연결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와 AI 그리고 산업 전반을 연결하는 인프라로 진화한다는 전망이다. 이종훈 SK텔레콤 네트워크전략담당은 "네트워크는 데이터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학습하고 처리하는 '지능형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내찬 한성대 교수는 "CDMA 상용화가 ICT 도약의 출발점이었다면 AI 인프라 구축은 향후 30년 경쟁력을 좌우할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BTS 공연도 30분 설계"…AI 네트워크 본격화

AI 네트워크 운영 방식은 이미 현장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단순히 트래픽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설계와 운영 전반에 AI가 개입하는 구조다. 이종훈 SK텔레콤 네트워크 전략담당은 "장비를 구현할 때도 그 안에 AI 워크로드가 돌아갈 수 있게 실제 장비를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은 이러한 변화를 'AI 네이티브'로 설명했다. 그는 "현장 오퍼레이터가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만으로 최적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술 노하우를 온톨로지화해 AI가 해석할 수 있게 만든 것"이라며 "일하는 것 자체가 AI를 기반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5년 6월 12일 '정보통신 전시관 행사'에서 경상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CDMA 시험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SKT]
사진은 BTS 공연 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통신 상황을 점검 중인 SKT 직원들의 모습. [사진= SKT]

특히 대규모 이벤트 대응에서 효과가 두드러진다. 그는 "광화문 BTS 공연을 준비하려면 원래 일주일가량 준비해야 했는데 이 툴로 30분 만에 설계를 했다"며 "생산성 혁신이 일어나면서 효율적인 오퍼레이션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6G 전략과 관련해서는 속도보다 기반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이종훈 담당은 "세계 최초 상용화 자체가 목표라고 보긴 어렵다"며 "표준화 단체와 협력해 기술을 정의하고 연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내찬 교수도 "과거처럼 정부나 대기업이 대규모 배팅해서 성장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우리가 6G 네트워크에서 강점이 있는 분야를 포커싱해 성장해야 나간다"고 말했다.

/서효빈 기자(x4080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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