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최근 종영한 범죄 미스터리 추적극인 ENA 월화드라마 ‘아너 : 그녀들의 법정’은 이나영, 정은채, 이청아 등 여배우 3인방의 의미있는 투쟁을 그렸다.
‘아너’는 동명의 스웨덴 드라마가 원작이다. 20년 지기 세 명의 여성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과거와 연관된 스캔들을 해결해나가는 힘든 과정을 담았다.

더러운 욕망으로 뭉친 권력자들(법조+정치+언론)의 카르텔인 비밀 성매매 어플 ‘카넥트인’의 실체를 파헤치고 폭로하는 세 여성 변호사의 끈기와 용기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다. 상처를 안고도 끝까지 살아남은 인간의 존엄과 명예를 되묻는 메시지로 긴 여운을 남겼다.
셋 중에서 이나영이 맡았던 윤라영은 뛰어난 언변과 눈부신 외모, 날카로운 공격력까지 갖춘 셀럽 변호사지만, 현관문을 닫고 혼자가 되면, 어김없이 결코 잊을 수 없는 과거의 트라우마가 살아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인물.
이나영은 그런 상처 위에 견고하고 무서운 집념을 쌓아 끝까지 진실을 추적한다. 이나영은 윤라영이라는 캐릭터에 몰입돼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한민서(전소영)의 ‘엄마’라는 존재로 인한 혼란과 고뇌가 뒤엉킨 면모도 밀도 높게 풀어내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이렇게 복합적인 캐릭터를 소화해낸 배우 이나영의 연륜이 느껴졌다.
이나영은 “시나리오가 끌렸다. 그 안에 들어가고 싶었다. 뉴스데스크의 긴 대사가 있는 이런 장르물은 안해봤다”면서 “하지만 감정신도 없어 대사를 외우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가 감정신이었다. 오히려 담백하게 풀어야 되는 게 많았다”고 털어놨다.

윤라영의 특징은 아픔이 있는 사람에 공감한다는 점이다. 정의로운 잔다르크형이라기보다는 인간으로 다가간다. 생방송 뉴스에 출연해서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감한 사람이지만, 집에서는 어떤 것도 하지 못한다. 침대까지 못들어가고, 거실에서만 생활한다. 이게 윤라영의 현실이자 매력이다.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 피해자인 조유정(박세현)을 대할 때도 버럭 화를 낸다. 유정이가 죽고싶다고 말하니까. 죽느니 죽여라고 말하고 크게 화를 낸다. 그건 사실상 저(윤라영)에게 하는 말이었다. 상처 받은 인물을 대할 때, 그래도 살아나가야 되고, 그런 조언을 할 수 있는 게 라영이다.”
이나영은 “판에 박힌 말일 수 있지만 상처는 덮으려는 것보다 기다려주는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딛고 일어난다. 그것을 기다려주며 바라본다. 그래서 슬펐나보다”고 말했다.
‘아너’는 여성연대 드라마이기도 하다. 극중에서 3명의 여성 캐릭터가 모두 개성적이고, 작위적이지 않으면서 케미도 살려냈다.
“20년 지기 친구지만 성향과 색깔이 모두 달랐다. 현장에서 팔짱은 끼냐? 어느 정도 스킨십을 할까? 연극처럼 리허설을 해볼까? 옷이 맞네 아니네, 그런 소소한 대화들이 현장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스토리가 몰입될 수 있게 해주었다. 가족같은 사람이 날 지켜봐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나영은 “3명의 스타일링도 달랐다. 드라마의 전체 색깔이 너무 없으면 안되니까 저는 초반에 색감을 낼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스타일링도 어려웠다”면서 “‘아너’는 법정 신이 많은 드라마는 아니다. 너무 갇혀있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너’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그래도 우리는 결국 살아남았다. 상처가 나아서가 아니라, 오롯이 견뎌야 하기도 한다”다. 흉터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인 만큼 밝은 면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나영은 남편인 배우 원빈의 반응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초반을 보더니 힘들겠다고 했다. 마치 결말을 아는 것처럼 날 떠보더라. 얘기를 안해줬다. 몇 회만 같이 보고 그 다음은 따로 봤다”고 말했다.
이나영은 상처있는 인물을 좋아한다고 했다. 영화 ‘로제타’나 ‘체리 향기’의 인물들처럼. 그는 “시나리오를 볼 때 머리보다 감정에 맡긴다. 나중에 필모를 떠올리면 선들이 이어질 듯 하다. 지금은 한발 한발 가는 중이다”고 말했다. ‘박하경 여행기’에서 발길과 마음이 이끄는 대로 토요일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국어 선생님, ‘로맨스 별책부록’의 경력 단절 출판사 계약직 사원 강단이가 그의 역할이었다.
“어떤 배우가 되어야 겠다는 건 없고, 텀이 생기는 건 죄송하다. ‘뷰티풀 데이즈’처럼 단편영화 '신원미상(BABY DOE)'을 찍었다. 내가 좋아하는 성향은 있지만 제 분위기, 취향조차도 조금씩 바뀐다. 한계를 정하지는 않는다. 좋은 작품이면 하고싶다. 취미가 그것밖에 없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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