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정부가 최근 관리비 내역 공개 확대와 지자체 행정조사 권한 부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아파트 관리비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다시 한번 월세입자의 관리비가 주목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임대료 규제를 피해 관리비를 통한 비용 전가가 확산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제도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 소규모 빌라와 원룸을 중심으로 사각지대가 지속되면서, 정부의 정책이 서민 주거비 안정에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할지가 관심이다.
![미아사거리역 인근 준신축 빌라(전용 29㎡) 월세가 1년 새 65만원에서 75만~80만원대로 상승하는 등 역세권 빌라를 중심으로 월세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사진은 성북구 일대의 거리에 들어선 빌라 건물들.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5ffd3f4bb1978.jpg)
국토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비아파트 관리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단독·다가구 주택 임차인이 부담하는 관리비는 자가 거주자의 10.7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의 자가·임차 간 관리비 격차는 1.1배에 그쳤다.
보고서는 소규모 비아파트의 관리비가 상대적으로 높고, 관리비 항목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같은 수치는 임대료 인상 폭을 제한하는 현행 임대차법 틀 안에서도 관리비를 통해 실질적인 주거비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단독·다가구 주택과 달리 공동주택관리법상 의무관리 대상인 아파트는 관리비 내역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공개된다.
반면 소형 비아파트는 표준화된 관리 체계가 부재하다. 관리인의 선임 여부나 관리비 항목 산정 방식 등이 주택마다 제각각이라는 평가다. 이로 인해 임대인이 자율적으로 설정하기 쉬운 관리비가 임대료 전가의 채널로 작동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50가구 이상 집합건물에 대해 지자체 행정조사 권한을 신설하고, 임차인이 임대인 또는 관리인에게 관리비 내역을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가 원룸과 노후 빌라촌 대부분은 50가구 미만으로, 제도 개선의 적용 범위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대통령이 '관리비 우회 인상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으나, 정부 발표만으로 행정력의 공백을 메우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이 특정 지역에서 현실화되는 이유는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임대인 보유세 부담이 직접적인 기폭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성북구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8.2%로 서울 평균(18.67%)에 근접했으며, 강북구(16.5%) 역시 이에 못지않은 오름세를 보였다.
이러한 공시가격 현실화의 파고는 경희대·외대 등 대학가가 밀집한 동대문구(17.4%)와 2030 직장인 수요가 집중된 성동구(19.1%)까지 집어삼키고 있다.
특히 성동구의 경우 서울 평균을 웃도는 공시가격 상승률을 기록하며 왕십리역 일대 오피스텔과 빌라 임대인들의 세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들 지역은 1인 가구 비중이 높고 전용 33㎡ 이하 소규모 주택이 밀집해 있어, 임대인이 보유세 인상분을 관리비나 월세로 전가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대문구 회기역 인근 50가구 미만 빌라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역세권이라고 해도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80만원 정도인데, 청소 포함 관리비가 1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인근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는 "수도료·전기료·가스비가 포함되지 않은 관리비만 9만원이고, 월세는 100만원 가까이 내고 있다"며 "겨울처럼 난방 사용이 많은 계절에는 관리비 부담이 더 커진다"고 전했다.
![미아사거리역 인근 준신축 빌라(전용 29㎡) 월세가 1년 새 65만원에서 75만~80만원대로 상승하는 등 역세권 빌라를 중심으로 월세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사진은 성북구 일대의 거리에 들어선 빌라 건물들.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9b8140b32111c.jpg)
회기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C씨는 "일부 임대인(집주인)들은 공시가격 발표 직후 세무 상담을 통해 관리비 항목을 세분화하고, 10만~15만원의 추가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데이터도 현장 체감을 뒷받침한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 분석에 따르면 3월 기준 서울 주요 역세권 빌라(전용 33㎡ 이하)의 평균 순수 월세 상승률은 강북권이 강남권을 압도했다. 직장인과 대학생 수요가 겹치는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의 월세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9.4%로 서울 시내 주요 역세권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경희대·외대가 위치한 동대문구 회기역 인근이 17.8%, 강북구 수유역과 미아사거리역 일대가 각각 16.1%, 15.8% 상승하며 뒤를 이었다. 성북구 안암역 인근 역시 14.2%의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여기에 관리비 상승분까지 더하면, 세입자가 부담하는 실질 주거비는 한 해 사이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같은 기간 강남구 논현·역삼동 일대의 상승률(11.2%)을 웃도는 수치다. 강남권 고가 주택을 겨냥한 세제 규제가 공급 부족과 맞물리며, 오히려 저가 주택이 밀집한 강북권 서민 주거지의 임대료와 관리비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공급 측면의 지표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약 8526호로, 자료 집계가 시작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1만 호를 밑돌 전망이다. 이는 전년(약 3만6000호) 대비 77% 급감한 수치다.
특히 아파트의 대체재인 소형 주택(비아파트) 공급여건은 더욱 악화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비아파트(다세대·연립·다가구) 인허가 실적은 2022년 대비 60% 이상 폭락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가데이터처(전 통계청)가 발표한 '202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서울의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38.2%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결국 연간 약 160만 가구에 달하는 1인 가구 주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전용 33㎡ 이하 소형 주택 공급은 사실상 '고사 직전' 수준이다. 이런 수급 불균형은 임대인이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보유세 인상분을 관리비나 월세로 전가할 수 있는 구조적 배경이 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이 특정 세부 목표에만 머무르지 않을 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권 고가 주택 규제 때문에 늘어난 보유세 부담이 결국 서민과 청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강북 소형 주택에 전가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을 막기 위해서는 관리비 항목을 표준화하는 가이드라인 제정과, 전용 33㎡ 이하 소형 주택 공급 확대 등 현실적인 대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북권 소형 비아파트 세입자들은 공시가격 상승과 보유세 부담이 관리비를 통한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현실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제도의 적용 범위와 실제 현장의 피해 간 괴리가 존재한다. 실질적인 주거비 안정이 담보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 소규모 주택까지 아우르는 관리 체계 개선과 다각적인 공급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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